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 .swf

Modern Defensive Midfielder




[그림 : 페르난도 레돈도, 클로드 마케레레]

수비형 미드필더라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누구일까?
조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디에고 시메오네, 마티아스 알메이다, 에드가 다비즈를 비롯하여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둥가와 디디에 데샹이 있고, 가깝게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에스테반 캄비아소, 젠나로 가투소 등을 떠오른다.

시각을 조금 더 좁혀보면 아마도 멀게는 페르난도 레돈도, 가깝게는 클로드 마케레레로 대표될 것이다. 이 둘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드필더로서 수비형 미드필더 수준의 격상과 중요성을 부각시켜준 대표적인 인물이며, 축구를 조금만 관심있게 보는 팬이라면 레알 마드리드의 화려한 역사 속에서 이 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잠시나마 봤던 페르난도 레돈도는 말 그대로 퍼펙트였다.
레돈도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능력과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능력을 갖췄다.
또 태클과 상대공격의 흐름을 읽는 등 수비에서도 제 몫을 다한 완성형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A tactically perfect player" -파비오 카펠로


마케레레의 교훈

마케레레가 지단-파본 정책의 희생양이 되고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취되었다. 마케레레는 마드리드에서 궃은 일을 도맡아 했음에도 팀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주급을 받았고, 이에 마케레레는 연봉을 올려달라며 파업도 불사하며 새로운 계약을 팀에 제시하였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스는 "우리는 마케레레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기술도 평범하고 스피드와 볼 다루는 능력도 떨어지는 선수"라며 마케레레를 평가절하했다.


[그림 : 수비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입했던 토마스 그라베센]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2003년 마케레레를 첼시로 이적시킨 후 수비에서 커다란 헛점을 드러내며 그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에 의하면 레알 마드리드는 그의 대체자를 구하는 데만 9,800만 유로를 썼다. 마케레레와 캄비아소의 전력이탈 이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마스 그라베센, 파블로 가르시아, 마하마두 디아라, 에메르손, 페르난도 가고, 루벤 데 라 레드, 하비 가르시아 등 무려 7명의 미드필더를 수 년에 걸쳐 영입했지만 불발에 그쳤고,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불안 문제는 시종일관 따라다녔던 문제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은 시합에서 상대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저지하고, 상대의 플레이메이커를 봉쇄하거나 볼을 커트하고 빠르게 공격전개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을 수행하며 눈에 띄지 않게 공격 작업의 시발점 역할을 해왔다. 사실 그동안에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은 "마케레레" 그 이름으로 대변될 만큼 클로드 마케레레의 존재 자체가 포지션의 역할 자체를 정의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나 젠나로 가투소가 풍부한 활동량과 영리한 공간장악과 끈질긴 맨마킹 능력을 근간으로 그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흐름 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이가 있다. 그는 바로 바르셀로나의 세르히오 부스케츠다.


바르셀로나 전력 안정의 요인 : 세르히오 부스케츠

바르셀로나는 2007-2008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상당히 고전하며 탈락의 쓴맛을 맛봐야했다. 당시에는 하프라인을 넘어 볼을 운반하는데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을만큼 맨체스터의 압박에 패스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에는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물론 2007-2008 시즌에 재기되었던 팀 내외부적인 문제점들과 감독과 일부 주축 멤버들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변화의 일부에 있었던 부스케츠의 등장이 현재의 전력을 갖추는데 상당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게 본인의 견해다.

실제로 최근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플레이는 상대의 압박에 의해 볼의 소유와 전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당히 고전했던 것으로 회자되는 첼시와 인테르 전에서도 점유율은 70% 이상을 유지할만큼 꾸준하게 볼 소유의 흐름을 잃지 않았다. 첼시와 인테르는 모두 종전 레이카르트 시절처럼 하프라인 근처에서 거칠게 압박을 가해 빌드업을 방해하는 형태보다는 문전 앞에 수비수를 대거 몰아 넣고 뒷 마무리를 틀어막는 형태로 대응했다. 월드컵에서 스페인을상대했던 스위스와 칠레마저도 패스플레이의 차단보다는 드물게 찾아오는 기회에 효과적으로 역습을 감행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바이에른 뮌헨, 아스날과 같은 중원의 압박과 패스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팀 모두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에 지배당하기 일쑤였다.

바르셀로나의 패스플레이가 지금과 같이 무너뜨리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고, 사비 그리고 이니에스타 나아가서는 메시와 더불어 바르셀로나가 해가 갈수록 전력과 경기결과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는데는 부스케츠의 공이 크다. 화려한 스타들 속에서 눈에 띄는 플레이를 보여주진 않지만 바르셀로나 패싱 플레이의 흐름을 가장 잘 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 A팀 데뷔 1년 만에 주전 확보와 대표팀 승선에 성공한 세르히오 부스케츠.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한 그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과 플레이 스타일에 익숙해 있어 단 기간에 적응할 수 있었다.]


공격에서의 혜택

부스케츠는 항상 빈 공간을 찾아다니고 볼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그렇게 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 부스케츠와 삼각 대형을 이루는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압박이 몇 배로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사비의 패스를 공급받는 비야, 메시, 페드로가 좀 더 효과적인 공격을 가져갈 수 있는 연쇄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기 전 스페인을 우승후보 0순위로 꼽는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지만 일각에서는 마르코스 세나에 대한 부재 그리고 그의 대체자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일천한 경험과 왠지 미덥지 못한 기량에 의구심과 우려를 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스케츠는 월드컵에서 그 어떤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월드컵 스타였던 베슬레이 스네이더는 결승전에서 잠잠했고, 스페인의 패스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의 활동량과 수비력으로는 마르코스 세나와 같은 지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는 누구보다 영리한 포지셔닝으로서 중원을 장악했다.


그가 선택받는 이유

2010-2011 리가 엘 클라시코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수비력이 강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선발출전을 점치기도 했지만 부스케츠의 출전이 당연한듯이 이루어졌고 그 선택이 적절했음은 결과로서 나타났다.

바르셀로나 수비의 기본모토는 수비를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다. 부스케츠는 그 철학을 가장 착실하고 이상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부스케츠는 사비나 이니에스타에 붙는 압박을 헐겁게 해주고 공-수간의 중간루트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바르셀로나 전매특허인 좌우측 윙백의 오버래핑을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효과적인 수비가담 지원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패스플레이를 지속시키는 일이 가장 효과적인 수비라는 것이 부스케츠에 의해 증명 된 것이다.

수비의 분류를 아래와 같이 나눈다면 공격의 우선순위가 높은 바르셀로나에 있어서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부스케츠가 좀 더 유용한 자원이다.
슈팅을 허용하지 않는다 < 공격수를 봉쇄한다 < 패스루트를 차단한다 < 볼을 빨리 탈환한다 <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 (=공격을 지속시킨다=상대 공격기회 자체를 차단한다)


[그림 : 지난시즌 바르셀로나와 인테르의 조별예선 경기에서의 패스횟수.
부스케츠는 바르셀로나 내에서도 패스를 많이 주고 받는 선수다. 부스케츠의 패스가 늘어나면 사비가 볼을 자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고, 또 사비가 부스케츠를 이용해 탈압박이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스케츠를 통해 알아보는 현대형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



하나 : 공격시 아군의 패스를 받을 수 있도록 빈 공간에 포지셔닝 한다.


둘 : 상대의 플레이메이커를 봉쇄한다.


셋 : 양쪽 윙백의 오버래핑시 아래로 깊숙히 내려와 3백을 구축한다.
두 명의 센터백은 측면으로 좀 더 넓게 벌려 윙백의 수비범위를 커버한다.


넷 : 전방에 볼을 연결한다.


경우에 따라 센터백을 후방에 머무르게하고 직접 측면 커버에 참여한다.


부스케츠의 이 같은 역할로 팀은 다음과 같은 혜택을 갖는다.
1) 풀백이 좀 더 자유롭게 오버래핑을 할 수 있다.
2) 풀백이 높은 지점까지 올라오면 3명의 포워드가 좀 더 중앙에서 골사냥에 집중할 수 있다.
3) 수비지역에서의 볼 소유권 유지가 쉬워진다.
4) 그라운드 전반에 걸쳐 대형이 신축성을 가진다.
5) 상대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면 센터백들이 이를 즉각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6) 상대는 측면공격에서 애를 먹는다.



[그림 : 4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래로 내려와 3백을 구현하는 모습.]


맨체스터 시티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야야 투레가 왜 부스케츠 에게 밀려나 출전기회를 부여받는 곳으로 팀을 옮겼는지,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 불리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벤치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부스케츠가 이전의 야야 투레나 마스체라노보다 신체 능력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부스케츠의 영리함은 전술적으로 좀 더 유용성(Flexiblility)을 갖는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4-3-3에서 3-4-3 또는 3-3-1-3, 3-3-3-1 등으로 유기적인 전술변화의 폭을 갖게 해준다.


그러면 부스케츠가 어떻게 사비와 이니에스타를 자유롭게 하고 동료를 돕는지 살펴보자.



[영상 : 부스케츠가 상대를 달고 이동하면서 아래의 이니에스타는 자유로워진다.]


[영상 : 사비가 압박받더라도 부스케츠로 인해 압박은 실패로 그치고 볼은 전방으로 연결된다.]


[영상 : 부스케츠는 전술상으로 가장 핵심적인 위치다. 때문에 부스케츠가 패스를 유기적으로 주고받지 못하게 되면 볼 소유권의 유지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영상: 공간창출 Lesson 1: 부스케츠편]
부스케츠의 움직임으로 이니에스타는 압박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영상: 공간창출 Lesson 2: 부스케츠편]
벤제마가 발데스에게 압박을 가하려다가 부스케츠의 움직임으로 포기한다.


[영상: 공간창출 Lesson 3: 사비편]
패스 좀 하려는데 수비가 따라붙는다면 이렇게 하세요. 참 쉽죠?


부스케츠는 팀 동료들과 상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플레이에 대해 예측하고 볼을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처리한다. 바르셀로나 선수가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빠른 판단력과 뛰어난 축구지능, 다음 패스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칸테라에서 가장 잘 습득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만약 AC밀란에 부스케츠와 같이 빈 공간에서 영리하게 패스를 받아주는 선수가 존재했더라면, 피를로가 박지성에 그토록 시달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박지성이 숨을 헐떡이며 공격수와 교체되지 않았을까.


결론

모두 잘 알고 있는 슬램덩크라는 농구만화의 이야기를 잠시 빌리겠다. 슬램덩크에서 최강인 산왕이 북산의 맹추격을 받으면서 산왕 감독이 마크를 지시했던 북산선수가 누구인지 기억 나는가? 그렇다. 3점슛을 퍼붓던 정대만도 아니었고, 패스를 공급하던 송태섭도 아니었고, 스크린을 걸어주던 채치수도 아닌 바로 골 밑에 서있는 강백호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엘 클라시코에서 선제골 다툼에 패했다면 그 다음 필요했던 전략은 외질이나 벤제마를 이용해 부스케츠를 틀어막는 일이었다. 후반에 라사나 디아라가 투입되었지만 라스도 사비만을 따라다녔다. 만약에 카카가 외질 대신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같은 역할이 부여되었다면 결과 또한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북산의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강백호였다면 바르셀로나의 흐름을 가장 잘 살리고 있는 선수는 바로 부스케츠다. 아직은 그의 플레이가 눈에 띄지 않고 썩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평가절하된 부분이 적지 않지만, 바르셀로나의 6관왕 그리고 스페인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적지 않은 공은 그의 몫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맺음말

NBA의 전설적 플레이어였던 찰스 바클리는 대여섯개의 득점장면만 모아 15초로 한 경기를 축약시켜 놓은 하이라이트 뉴스는 스포츠의 재미와 미학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사실 득점에 뛰어난 선수였다기 보다 궃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된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우리는 2시간 가량의 풀경기를 감상하는 일이 지루하거나 시간낭비적인 일로 인식할 때가 많고, 경기마다 나온 득점 장면만을 취하며 곳곳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놓치고 있다. (물론 프로페셔널 스포츠가 결과만을 신봉하기 때문이기도하다.)

혹 바르셀로나 경기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다음 바르셀로나 경기에서는 사비의 뒤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키 큰 선수에게 한 번 눈길을 줘보자. 스포츠 뉴스에서 메시의 골장면만을 봐왔던 팬들이 그동안 놓쳐왔던 피치위의 또 다른 작은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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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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