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주의]어느 무명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 소감


쓰레기통을 쏟고 버려진 것들의 사이를 보았습니다. 끓는 물속에 저어져 얼룩이 생긴 커피봉지들과 말라 비틀어진 귤 껍질을 지나 여전히 꿉꿉한 고구마 껍질 속을 뒤졌습니다. 물기와 냄새를 머금고 구겨져 있던 신춘문예 우편 영수증을 그 속에서 건졌습니다. 답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영수증도, 제 글도 갑자기 의미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래서 기쁩니다. 저를 기다려준 가족과 항상 제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주는 동료들,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 힘껏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 동반사업과 그 기회를 주신 이** 교수님께 작게나마 답을 한 것 같아서 기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한 미안합니다. 제 글을 쓸쓸히 읽을, 거론되지 않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정성스레 보낸 글에 대해 답을 받지 못한 이름 모를 나의 동지들입니다. 그래서 당선소감도, 인터뷰도 망설였습니다. 제 자신이 영수증에는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제 삶까지 어떤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 각색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얼굴 모를 동지들의 삶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그래도 당선소감에 마음을 표현하면 어떻겠느냐는 신문사의 권유에 마음을 바꿉니다. 신춘문예를 대신해 제가 감히 짧게나마 동지들에게 답합니다. 
나는 맞고 당신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나도 끝내 써냈고, 당신도 끝내 써냈습니다. 최소한 우리는 알잖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무수한 고독과 흉포한 시간에 또 한 번 지지 않았음을, 추깃물의 심연에 질식당하지 않았음을 말입니다. 우리의 고빗사위에서 당선이란 규정이 이번에는 제게 지어졌지만, 그저 규정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귀합니다. 나도 또 쓰겠습니다. 당신도 또 써주세요. 나도 애썼고, 당신도 애썼습니다. 정말 참 애썼습니다, 우리.




올해 한경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당선자의 소감.



힘든 길을 택하여 남들과 다른, 쳐져 있는 삶에 대해

막연한 회의감이 밀려오고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때

토닥토닥 정도의 위로가 될만한 소감.


당선자 본인도 글을 쓰면서 겪었을 마음고생이 텍스트 하나하나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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