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몸바친 대가는 빈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들과 6.25 전쟁 등에서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보훈대상자(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포함)가 매년 1만여명씩 줄고 있다. 남아 있는 국가유공자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면서 얻은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가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유선준 기자] “ 6.25 전쟁에 참전해 온몸에 포탄 파편을 맞아 30여년간 투병 생활을 했던 분의
 
국가유공자 인정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전 당시 얻은 부상과 수십년을 싸웠지만
 
심사 시점엔 완치 판정을 받는 바람에 국가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군 복무 20여년간 보훈민원 장교로 근무한 예비역 소령 A씨. 그는 국가유공자 인정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6.25 전쟁 당시 작성된 병원진료 기록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 전체의 20% 수준이다.
 
기록물보관소가 화재로 전소해 아예 진료기록을 확보할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 국가유공자법 개정 후 인정 비율 급감  

‘나라를 위해 몸 바쳤다’는 인정을 받으면 매월 일정액의 지원금과 의료·교육·주거비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2012년 7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국가유공자 인정이 까다로워지고
 
지원 규모도 예전에 비해 축소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가유공자 인정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 이후 국가유공자 인정 체감비율이
 
 기존의 20~30% 정도까지 줄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디스크 수술을 받았거나 손가락·발가락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은
 
국가유공자가 아닌 7등급 보훈보상 대상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7등급 보훈대상자로
 
지정되면 매달 25만원의 보조금이 지원의 전부여서 일할 능력이 없는 분들은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다가 다치거나 숨진 사람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공무를 수행하거나 교육 훈련을 받다가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으면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보훈보상 대상자로 판정된다.
 
 이처럼 국가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재판정 신체검사에 따라 등급이 낮아지거나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재판정 신체검사를 받아 등급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격이 박탈된다.
 
보훈보상 대상 상이 6등급을 받던 사람이 7등급을 받게 되면 유족 보상금이 제외되는 식이다.  

◇ 나라 위해 몸 바친 대가는 ‘빈곤’ 

문제는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삶이 크게 나아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저소득 국가유공자 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자료가 집계된
 
 35만명의 국가유공자 중 월평균 총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38.5%에 달했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가 17.7%였던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월평균 총생활비로 50만~100만원 사이를 지출하는 국가유공자 가구는 33.6%로 일반가구(23.5%)보다 10.1%포인트 높았다.
 
 반면 400만원을 초과하는 국가유공자 가구는 10.3%로 일반 가구(29.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장애나 투병 등으로 정상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정서는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기만 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수준을
 
설문조사 대상자들에게 미리 알리고 지원 수준이 충분한 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47.8%가 ‘보통 수준’이라고 답했다.
 
 ‘부족하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 국가유공자·보훈보상 대상자 구분 없애야  

인정 등급이 낮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수준에도 못 미친다.
 
올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월 최저생계비와 주거비는 71만935원이지만 국가유공자 중 ‘6등급 3항’ 상이자의 월 보상액은 71만3000원,
 
7등급 상이 유공자는 36만2000원을 받는다. 특히 유공자를 인정받지 못해 보훈보상 대상자로 분류가 된 이들은
 
이 금액의 70% 수준만 받는다.

전공상이 7등급 국가유공자인 김모(73)씨는
 
 동사무소에 가면 기초생활수급자들한테는
 
돈도 주고 쌀도 주는데 유공자 6,7급보다도 대우가 좋다”며 “국가유공자 대신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는 게 나을 판
 
이라고 하소연했다.  

국가유공자 단체나 관계자들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대우가 대폭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라를 위해 동일한 희생을 치렀는데도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로 나눠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진화 국가유공자행정심판사무소 대표는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 대상자간 서로 받는 연금액과 복지 서비스 질 차이가 크다”며
 
 “보훈보상 대상자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인데 혜택 차이를 크게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 회장은 “공로의 경중에 따라 국가유공자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현실에서
 
 누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려 하겠냐”며 “국가 차원에서 국가유공자를 등급에 따라 나누는 잘못된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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