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인불명의 나라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한 해 사망자 10% 이상이 ‘원인불명’으로 사망처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원인불명 사망률 1위’다.
이는 국민의 마지막 인권을 지키는 검시체계 전반에 걸쳐 사망진단서 부실 발급, 검안·부검 체계 혼선 등 그야말로 적폐가 정치권 무관심, 부처 칸막이 속에 방치됐기 때문이다. ‘요람에서무덤까지’라는 근대국가 국민복지의 최종 목표가 우리나라에선 표류 중인 것이다.
사인 규명은 인권 보호와 보건·사회 발전의 중대 과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통일된 기준으로 사인(死因·death cause)을 분류하는데 최대 1만2000여개 항목으로 나뉜다. 이 같은 상세한 기준에 따라 모든 사망자는 의사의 사망진단 또는 시체검안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사인 불명은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원인불명 사망이 많다는 것은 보건이 나쁘거나 사인을 밝히려는 국가·사회 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WHO는 “원인불명 죽음 뒤에는 진짜 사인이 숨어있다”며 ‘65세 미만 사망자는 R코드 사인 비율 5%, 65세 이상은 10% 이하’를 상한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미만 5.7%, 65세 이상 10.8%로 이를 초과한 상태다.
원인불명 사망자가 많은 건 부실한 검시체계 때문이다. 이를 연구한 구향자 통계청 통계실무관과 이태용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분석 결과 불명확한 사망원인의 요인으로 검시제도가 가장 중요한 변인으로 선정됐다”며 인우증명 폐지, 검시대상 사망종류의 명문화, 시체검안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