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시민들의 자부심 고취와 울산의 정신 찾기 운동을 위해 <울산의 인물> 자료집 발간을 추진하면서 일제강점기 악명 높던 고등계 형사 노덕술 등 친일 인물들까지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에 맡겨 <울산의 인물> 자료집 발간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최근까지 선정된 ‘울산의 인물’ 후보자 587명을 공개했다고 30일 밝혔다. ‘울산의 인물’은 △울산 인물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조사연구 △울산 사람으로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 고취 △울산의 정신 찾기 운동을 통해 울산의 미래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연구 등의 목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울산의 인물’ 후보에 노덕술, 손영목, 송태관 등의 친일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덕술(1899~1968)은 일제강점기 고등계 형사로 독립운동가들에게 혹독한 고문을 일삼은 것으로 악명 높았으며 해방 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체포됐다가 반민특위가 해체되면서 풀려났다. 손영목(1888~1950)은 일제강점기 울산군수를 지내고 일제의 훈장을 받았다. 송태관(?~1939)은 이토 히로부미의 재정 담당자와 인연을 맺은 친일 토호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의 인물’ 후보에는 공금을 빼내 도박으로 탕진한 뒤 일본으로 도피했던 고원준(1943~2013) 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도 포함됐다. 독립운동가 박상진(1884~1921) 의사에 대해선 박 의사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던 시기인 1920년 3월에 “만주로 건너가 참의부 제2중대원으로 적극적인 항일운동을 감행하였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담아 ‘부실 검증’ 논란까지 사고 있다. <울산의 인물> 발간은 울산시가 지난해 ‘울산 정명 600년’ 기념사업으로 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에 맡겨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0명의 인물선정위원과 5명의 자료조사위원을 뽑아 3차례씩 위원회를 열고 5차례 소위원회까지 거친 뒤 △고대~고려 △조선 전기 △임란 시기 △조선 후기 △근현대 등으로 시대를 구분해 울산 출생 386명과 타지 출생 201명 등 모두 587명을 선정했다. 울산학연구센터는 7월 말까지 보완 과정을 거쳐 8월 초 최종 선정 작업을 끝낸 뒤 8월 말께 <울산의 인물> 책자를 펴낼 계획이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시민들의 자부심 고취와 울산 정신의 재조명을 위한 인물 선정에 친일 행적과 부패·비리 전력이 뚜렷한 인물이 포함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인물 선정에 좀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석택 울산학연구센터장은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직 명단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고칠 것은 고치고 추가해야 할 인물은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