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첫사랑과 재회..

난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초등학교 때까지 정말 멀쩡하게 잘 지낸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데 중학교 1한년 때 약간 시끄러운 문제가 생겼다.

소위 말하는 노는 애들 3-4명이 1학년 때부터 무슨 기선 제압을 하고싶었는지 애들한테 쎄게 나오더라.
대부분 애들이 거의 굴복하듯이 부하처럼 지냈지만, 나는 나름 고집과 체면이 세서 반항했다.

그랬더니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많이 심각해졌다.
학기 초부터 그 아이들한테 찍혀서 나는 괴로운 생활을 해야 했다.

괜히 나한테 말걸고 시비 걸고 지나가면서 어깨빵하고..
실수인척 일부러 나한테 물 뿌리고, 급식 먹고 식판 내 자리에 쌓아두고 치우라고 하고..

내가 성격이 이상한건 아니었기에 나머지 친구들이랑은 잘 지냈다.
그런데, 이놈들이 그 양아치들 눈치를 보면서 점점 나랑 노는 시간이 줄어들더라.

내가 그 애들한테 실컷 괴롭힘을 당하고 나면, 그 때서야 괜찮냐고 물어보고 위로해주고..
그런 애들이 왠지 더 얄밉고, 이런 상황이 답답해서 나는 그냥 학교에서 말을 안하고 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롭힘의 정도가 사그라들지 않아서 결국 나는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채 그냥 한번 말로 혼내고 넘어갔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서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5월 중순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시험 보는 날에만 학교에 갔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나서 2학기부터 다시 학교에 나갔다.
그러나 내 기대와 달리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그 애들대로 내가 어색해서 말을 걸지 않았고..
그 녀석들은 여전히 나를 보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참다참다 선생님께 한번 더 이야기를 했지만..
선생님은 다른애들 다 멀쩡히 지내는데 왜 너만 튀어서 자기를 귀찮게 하냔다..

녀석들이 괴롭힐때도 나는 잘못이 없기에 당당하게 맞서왔지만,
선생님이 그런식으로 나오니 너무나도 서러워서 결국 나는 자퇴를 했다.

내가 자퇴한다는 소문은 이미 반에 퍼졌고..
나는 예정된(?) 날을 마지막으로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오려 했다.

그때 같은 반 여자애 한명이 나한테 몰래 편지를 하나 주었다.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다음날 수업 끝날 시간에 어떤 동네의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에 그 장소에 나갔는데, 그 아이가 그네에 앉아있었다.
내가 다가갔더니 나보고 옆에 그네에 앉으라고 하더라..

나보고 학교는 더이상 안다니려 하느냐.. 너는 잘못한게 없지 않느냐..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아깝지 않느냐.. 아무도 안도와주는 다른 애들이 너무 야속하다..

이런 등등의 얘기를 혼자 하길래, 나는 그냥 다시 학교 다닐 생각 없다고 말을 끊었다.
그랬더니 나보고 그 녀석들에게 그렇게 맞선 것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며.. 나를 좋아했단다.

그래서 내가 학교를 떠난다는게 너무 아쉽다며, 이제 못보는 거냐고 하더라..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멍하니 있었더니, 앞으로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온통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가득찬 나였지만.. 14살 나이에.. 같은반 여자 아이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복잡했던 머릿속이 핑크빛으로(ㅎㅎ) 물들며서.. 괜히 설레는 감정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 이후에 그 여자애의 리드(?) 하에 몇 달동안 만나서 같이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정식으로 고백을 받았고.
14살 크리스마스 때 고백을 받아서 사귀게 되었다. 내 첫사랑이자.. 너무나도 예쁜 아이였다;

우리는 지방에 살았었는데.. 그 아이가 특목고(서울권 외고)에 합격했다.
그래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어렸던 우리는 그정도 거리를 극복할 수는 없었고, 결국 이별을 했다.

14살 크리스마스에 사귀기 시작해서.. 15살, 16살까지 연애를 했고,
17살이 되고 1월달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나는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나는 불의의 사건들로 자퇴를 했을 뿐 양아치가 아니었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 뿐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나는 명문 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권에 나름 괜찮은 대학에 왔다.

이 학교에서... 그 때 그 아이를 만났다;
나는 영문과, 그 아이는 영어 교육과..

나는 재수해서 들어온 1학년 학생..
그 아이는 나보다 한 해 먼저 들어온 2학년 학생..

그런데 먼저 알아본 것은 내가 아니라 그 아이였다.
우연히 같은 교양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나는 상상을 못했기에;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나가려고 하는데..
가방을 챙기는데 누가 손가락으로 뒤에서 내 어깨를 건드리더라..

뒤 돌아보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면서;
그 아이를 알아보는 순간 머릿속이 뱅뱅 돌기 시작했다..

혹시 나 누군지 알아? 라고 물어보는데..
나는 너무 당황해서 '네..?' 라고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아, 저 이상한 사람 아닌데.. 기억 안나시나;"
"기억 나.. 와,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대답을 했다..

이후 두 달 넘도록, 공강 시간에 같이 캠퍼스 내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하루는 단둘이 같이 술을 마시다가 그 아이가 잠이 들었고;
우리는 같이 모텔로 들어가게 되었다..

17살 때 그 아이와 헤어진 이후.. 나는 한 차례 연애를 했었다.
17살 여름부터.. 19살 겨울까지.. 내가 재수를 하느라 헤어졌다.

그러다가 한동안 연애에 별 생각 없이 생활을 하다가;
내가 처음으로 연애를 했던 그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술에 취한 그녀와 단 둘이 모텔의 침대에 같이 올라왔다.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사귈 때는 학교 규정때문에 머리가 짧았던 그녀..
지금은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긴 생머리에 갈색 빛이 도는 머릿결..

얼굴 생김새도 귀여운데, 몸매는 이제 여자라고 제법 성숙하다..
그때와 달리 봉긋해진 가슴, 잘록한 허리.. 탱탱한 허벅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내 본능은 어떻게 해보라고 끓어오르는데..
나는 그냥 바라보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머리 한번 쓰다듬고.. 옆에 누워서 자는 얼굴만 바라보다가..
그렇게 그냥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 같이 눈을 뜨게 되었다.

그녀가 나에게 건넨 첫마디.. "왜 날 안건드렸니.."
순간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겹치면서 발끈했다.

"넌 여자가.. 니 몸 못가눌 정도로 술이 약하면 그렇게 마시면 안돼지.
그리고 왜 안건드렸냐니.. 넌 누가 술취한 너를 건드리기를 바라는거야?"

그랬더니 그 아이가 갑자기 진지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더라..
같이 나가서 밥먹자고.. 밥먹고 나서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그 때 너랑 반 강제적으로 헤어지고 나서 너무 그리웠고..
그 이후에 다른 남자를 한번도 좋아해본적이 없단다..

내가 당시 나이에 비해서 강인하고 어른스럽고 씩씩해서 좋았는데..
나 말고 다른 또래 남자들은 전부 장난스럽고 가볍고 진지하지 못해서 남자로 보이지가 않는다더라..

그렇게 공부에만 집중하면서 지내다가..
대학에 와서도 학점관리만 신경쓰던 중 우연히 교양수업에서 나를 봤는데..

내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동안, 혼자 수업시간에 계속 내 뒷모습만 보면서 설렜다더라..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말을 걸었고, 나랑 같이 캠퍼스에서 대화했던 시간 정말 즐거웠다고;

그런데 예전에는 자기가 먼저 용기내서 고백을 했는데..
이제는 자기가 고백을 한 번 받아보고 싶었다고..

그런데 내가 그럴 생각은 없어보여서.. 술을 마시면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술마시고 술 취한 연기 했다더라..

모텔까지 데려와서 엄청 긴장하고 뭔가 일이 날까봐 너무 무서웠는데..
다행히 내가 나쁜 마음 안먹고 편하게 재워주어서 오히려 감동이었다네;

너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한테 먼저 고백할 생각은 없는거 같은데..
그럼 이번에도 자기가 용기 내겠다며, 자기랑 만날 생각이 없겠냐고 하더라..

사실 마음속으로는.. 나는 이 아이가 너무나도 좋다.
예전에도 정말 좋아했고, 많이 그리워했고..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면서도, 가끔씩 이 아이와의 추억이 떠올랐었고..
다시만난 이 아이의 모습도 너무나도 예쁘고 성격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일단은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온 뒤..
몇 번 더 만나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하면서 우리는 흔히 말하는 '썸을 타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8년 전 크리스마스에 그녀가 나에게 그랬듯이,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정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너무나도 행복해 하면서, 자기 너무 쉬워보이지 않냐고 막 투정부리는데 ㅎㅎ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음.. 그래도 이제는 숙녀라서 그런지 몸매는 참 성숙하다 ㅎㅎ)

결국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생생하게 느끼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나를 좋아하는 여자가 서로 연애를 한다는건 참 축복받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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