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군의 위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진영 (서남대 의대 합격)

부모 대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할머니를 위해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현실은 공사장 인부였습니다.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 24살에 의대 합격증을 받게 됐는데요. 올해 서남대 의대에 입학 앞두고 있는 박진영 학생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박진영 씨 안녕하세요.

◆ 박진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박진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기분이 어떠십니까, 요즘?

◆ 박진영> 원하는 걸 이루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할머님은 뭐라고 하세요?

◆ 박진영>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세요.

◇ 김현정> 장하다고 하시고?

◆ 박진영> 네.

◇ 김현정>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우리 할머님.

◆ 박진영> 올해 아흔둘이세요.

◇ 김현정> 아흔둘 되셨어요? 그러니까 도대체 가족이 아흔둘 되신 할머니하고 진영 씨하고 단 둘인 건가요?

◆ 박진영> 네. 제가 어렸을 때는 고모 밑에서 컸었는데요.

◇ 김현정> 부모님하고는 언제 헤어지셨어요?

◆ 박진영> 부모님이랑 같이 살다가 제가 백일 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셨어요.

◇ 김현정> 100일 때.....

◆ 박진영> 그래서 저는 어머니 얼굴을 몰라요.

◇ 김현정> 그래서 고모 밑으로.

◆ 박진영> 그래서 그 이후부터 고모께서 키워주셨는데 고모도 힘드시니까 이제 할머니께서 키워주시게 됐어요.

◇ 김현정> 그게 몇 살입니까?

◆ 박진영> 그때가 9살이었어요.

◇ 김현정> 9살 때. 그럼 그때도 할머니가 연세 꽤 되셨겠는데요?

◆ 박진영> 그때도 여든 가까운 나이셨어요.

◇ 김현정> 그러면 뭘 하시면서 키우신 거예요, 우리 진영 씨를?

◆ 박진영> 저를 그때까지는 가족 분들도 다 일하고 그러셔가지고 할머니께서 용돈도 받으셨어요.그런데 제가 중학교를 갔을 때는 친척, 삼촌 분들이 일도 다 그만 두시고 그러셔가지고.

◇ 김현정> 친척 분들도 도와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겠군요?

◆ 박진영> 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는 제가 혼자 삶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고요.

◇ 김현정> 중학생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뭐가 있을까요?

◆ 박진영> 아르바이트를 뭐를 해야 될지 너무 고민을 하다가 밤에 고깃집의 고기 불판을 가는 일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걸로 단순한 생활비나 급식비라도 내고 다녔었어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중학교 다니고 고등학교도 그렇게 생활했어요?

◆ 박진영> 고등학교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그런 생활을 하다가 너무 힘이 든 거예요. 항상 속으로만 생각을 하다가 고등학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화를 내시면서 지금까지 왜 말을 안 했냐고 그러시더니 이제 구청에 말씀해 주셔가지고 생활보호자가 되게끔 해 주셨어요. 아예 그런 제도를 그 전에는 어렸으니까 저는 모르고 할머니께서도 그것을 아셨겠어요? 그 연세에... 그래서 조금 여유가 생겨서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그래도 공부에 열중을 할 수 있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대학 입시는 보셨어요?

◆ 박진영> 네, 대학 입시는 봤고 근처에 집에서 제일 가까운 아주대에 합격을 했었어요.

◇ 김현정> 집에서 제일 가까운, 수원에 사시는군요. 수원 아주대 합격을 했는데. 그런데 대학생이 안 된 거예요?

◆ 박진영> 네, 제가 20살 때라서 대출제도도 전혀 몰랐고 돈이 없으면 당연히 대학을 못 가는 줄만 알고 그때 다시 현저히 깨닫고 등록을 포기하게 됐어요.

◇ 김현정> 말하자면 내 형편에 무슨 대학이냐, 등록금도 좀 비싼 게 아니니까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신 거군요.

◆ 박진영> 네.

◇ 김현정> 그럼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드신 거예요?

◆ 박진영>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부 일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때부터 공사장으로. 그러다가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 다시 대학 입시를 쳐야겠다라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습니까?

◆ 박진영> 인부 일을 1년 반 정도 하던 차에 일을 하다가 넘어져서 턱이 부러졌어요.

◇ 김현정> 공사장에서 무거운 거 들다가?

◆ 박진영> 네, 그런데 수술비가 대략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이 나올 거라는데 당장 제 수중에는 그런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다쳐도 수술비도 못 낼 형편인데 나중에 할머니를 내가 어떻게 모시고 살 수 있을까. 내 몸은 건사하고 할머니 한 분도 제가 모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성공을 하려면 대학교를 가야겠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그런 목표를 잡았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게 꼭 의대여야 된다 생각하게 된 계기는 뭘까요?

◆ 박진영> 이런 얘기하기는 뭐한데 저희 집이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웠어요. 그래서 대부분을 할머니가 자주 다니시던 노인정에서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에 노인정에 굉장히 자주 오시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3일 동안 안 오시는 거예요. 왜 안 오시지? 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깨가 아프셔가지고 집에 못 나오신다는 거예요.

◇ 김현정> 어깨가 아프시면 병원에 가셔야 되는데...

◆ 박진영> 그래서 제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해서 빨리 119불러서 병원에 갔어요. 병원에 가서 봤더니 어깨가 부러지신 거였어요. 넘어지셔서...

◇ 김현정> 부러진 어깨를, 퉁퉁 부은 어깨를 안고 며칠을 그냥 집에서 끙끙 앓으셨던 거예요?

◆ 박진영> 네, 네. 응급실은 너무 비싸잖아요. 그래서 할머니께서 노인연금을 3달치를 모아서 내셨다고 하셨어요.

◇ 김현정> 결국은 돈 아끼려고 할머니가 그 아픈 데 끙끙 앓으면서도 병원을 안 가셨던 거군요.

◆ 박진영> 네,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응급실에 가면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래서 그 이후에 어르신들께 가장 도움이 될만한 게 정형외과 의사라고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동네에 많지도 않고. 이런 분들이 수시로 갈 수 있는 그런 병원을 내가 만들고 싶다는 이런 생각.

그런데 진영 씨. 결심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는데 그것을 실천하는 게 어려운 건데 따뜻한 방에서 충분한 지원 받으면서도 어려운 게 입시 아닙니까? 특히 요새 의대 입시는 더 힘들고요. 도대체 주경야독 어떻게 하신 거예요?

◆ 박진영> 일이 끝나면 5시거든요. 그래서 5시면 집에 오면 5시 반쯤이 돼요. 그래서 무조건 11시까지는 공부를 하자고 스스로 마음을 먹고 한 6시간씩은 공부를 했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일하고 돌아오면,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오면 저희도 일하고 들어가면 집에 가면 파김치 됩니다만 특히 몸을 써서 하는 노동일을 하고 나면 보통 어려운 게 아닐 텐데요.

◆ 박진영> 그래서 저도 처음 한 달 동안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참고 2주일만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2주일을 딱 버텼어요. 그런데 2주일을 하다 보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 거예요. 참고 하니까, 2주일을 참고 하니까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제일 서러울 때는 어떤 순간이었어요, 제일 힘들 때?

◆ 박진영> 제일 서러울 때가... 제가 몸을 다쳐서 한동안 일을 못했었어요. 그러니까 거의 하루 벌어서 하루 살고 있었는데 제가 생활비도 못 벌어오니까 당장 모아뒀던 50만 원으로 생활을 하는데 그걸로 제가 언제 몸을 회복할지 모르겠는데 그걸로 버텨야 되잖아요. 그게 가장 속상했었고 그리고 제가 병실에 누웠었는데 저한테 찾아올 수 있는 가족이 아무도 없다는 게 그게 제일 속상했어요. 남들은 다 병문안 오고 그러는데 할머님께도 저는 말씀을 못 드렸거든요. 괜히 걱정하시니까.

◇ 김현정> 걱정하실까 봐? 그럼 입원할때 뭐라고 하고 병원 들어갔어요?

◆ 박진영> 잠시 놀러 갔다 온다고. 친구 집에 갔다 온다고 말씀드리고 갔다 온 거예요.

◇ 김현정> 아파도 아무도 나를 위로해 줄 사람 없을 때. 또 수중에 50만원 있는데 내가 언제까지 이걸 버틸 수 있을까 막막할 때..... 그래요, 진영씨 참 잘하셨네요. 장합니다, 그 역경을 딛고 "합격했습니다" 소식 들었을 때는 기분이 어땠어요?

◆ 박진영> 너무 행복했어요. 제 형편에서 그것을 이뤘다는 게 너무 기쁘고 제 사례로서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생각을 하니까 더 기뻤어요.

◇ 김현정> 잘했습니다, 잘했어요. 그럼 학비는? 학비가 보통 드는 게 아닌데. 장학금 받으세요?

◆ 박진영> 반 정도, 국가 장학금으로 반 정도 나올 것 같아요.

◇ 김현정> 나머지 반은 어떻게 하죠? 의대가 비싸잖아요.

◆ 박진영> 비싸긴 한데 반은 제가 해결해야 되니까 아르바이트를 해 보려고 해요. 벌써 이미 도서관에 아르바이트 신청해서 뽑았어요.

◇ 김현정> 참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 분이라는 게 확신이 드는데 어떤 의사 꿈꾸세요?

◆ 박진영> 제가 할머니 밑에서 큰 만큼 그런 어르신들이 지금 전국에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꼭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질 좋은 의사가 되고 싶고 그런 어르신들한테는 제가 무료로 치료를 해 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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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박진영군 올해 24세  할머니 92세

100일때 부모님 이혼으로 고모가 키워주다가 9살때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

중학교 때부터 고깃집 알바..20세때 아주대 합격 했으나 형편 때문에 등록포기

노인정 아프신 할머니들 보며 의사가 되기로 결심

오후 5시까지 공사장에서 다치면서 일하고 5시30분에 집에 도착해서 11시까지 공부

올해 24세에 서남대 의대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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