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도박의 실체....

[단독] 연예인, 휴대폰 맞대기 실체…숨겨진 도박의 전말



[Dispatch=임근호·김미겸 기자] ▶ 유명 연예인이 온라인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최근까지 수억 원의 돈을 베팅했다?
현재까지 보도된 사실이다. 얼마나 정확할까.
축구를 대상으로 도박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방법, 시기, 액수 등은 다르다.
우선, 베팅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토토의 매개체는 사설 사이트가 아닌 휴대폰이다. 시기도 다르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2008~2009시즌 동안 베팅을 했다. 2010년 이후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도박 규모. 일부, 3년간 입출금 내역이 수억 원을 호가하지만, 나머지는 1억 원 미만이다.
지금까지, '디스패치'가 확인한 연예인 스포츠 도박을 정리하면….
▶ 유명 연예인이 휴대폰 맞대기로 2008~2009시즌 동안 베팅을 했고, 그 규모는 최대 2억 원 내외다.
물론, 연예인들이 불법으로 베팅을 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는 분명 지탄을 받아야할 일이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면도 없지 않다. 언론에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다. 왜 그들은 휴대폰 맞대기라는 불법 베팅에 빠졌을까. 검찰의 수사에 문제점은 없을까.
'디스패치'가 확인했다.  

 
◆ 맞대기 시작…친목도모, 도박으로
'맞대기' 도박이란, 운영자가 회원들의 휴대폰에 경기 일정을 발송하면 회원들이 승무패를 찍어 돈을 거는 형식의 도박이다. 베팅 상황에 따라 배당이 결정되면, 당첨되면 운영자가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배당금을 지급한다. 매개체는 철저하게 휴대폰이다.
시작은 친목도모였다. 삼삼오오, 심심풀이로 하던 베팅이 출발점이다. 예를 들어 일부 연예인은 축구 모임 소속이다.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프리미어리그 등 주요 경기가 열리면 그 안에서 소규모 베팅이 이루어졌다.
휴대폰 맞대기는 브로커 A, B씨가 등장하면서 불거졌다. 연예인 사모임 회원이었던 그가 맞대기 시스템을 일부 연예인에게 전파한 것. 입소문은 빨랐다. 개그맨에서 방송인으로, 방송인에서 가수로, 장르를 불문하고 번졌다.
한 연예인 관계자는 "대부분 문제 의식을 갖지 못했다"면서 "스포츠 토토는 경기 하루 전 마감된다. 그러나 휴대폰 맞대기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끼리끼리하던 베팅을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구나 정도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 2008~2009년 정점…일반인 확대
'디스패치' 취재 결과, 베팅은 2007~2008 시즌에 시작됐다. 정점을 찍은 건 2008~2009 시즌이다. 휴대폰 맞대기를 소개한 브로커들이 일반인까지 끌어 들인 것. 이때, 김용만, 이수근, 토니안, 탁재훈, 앤디, 붐 등은 일명 '병풍'으로 이용됐다.
휴대폰 맞대기 브로커인 A씨 측근은 "원래 휴대폰 맞대기는 유흥가에서 시작된 방식"이라면서 "유흥업에 종사했던 A씨가 사모임에서 연예인에게 전파했고, 이어 스타들도 하는 게임이라며 일반인에게 홍보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2008~2009시즌, 휴대폰 맞대기는 연예인을 홍보에 역이용하며 엄청나게 성장했다. 김용만, 이수근, 토니안, 탁재훈도 하는 게임이라며 일반인에게 믿음을 줬다. 흔히 사설 토토에서 행해지는 '먹튀'가 없다며 안정성을 강조했다. 
자연히 부작용도 발생했다. 일반인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더이상 소수 연예인의 친목도모 수준을 넘어서게 됐다. 잡음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일부 브로커들이 배당금을 들고 날으는 먹튀 사태까지 발생했다. 

◆ 휴대폰 총책 검거…브로커 털어보니? 
 
연예인이 문제를 인식한 건 2009년이다. 2008~2009시즌을 보낸 뒤, 휴대폰 맞대기가 친목도모가 아닌 도박조직임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2009~2010시즌, 휴대폰 맞대기에서 빠져 나왔다. 일부 중독된 연예인은 2010~2011시즌까지 베팅을 하기도 했다.
한 연예인 관계자는 "사실 2008~2009시즌에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면서 "2009~2010시즌이 시작되면서 판이 엄청 커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브로커들이 연예인 이름을 팔고 다니는 것도 알게 됐다. 이에 대부분 손을 뗐다"고 전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전에 일어난 스포츠 베팅, 검찰이 갑작스레 수사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일반인의 신고로 휴대폰 맞대기의 총책이 잡혔고,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총책인 운영자 계좌를 추적하니 브로커 A, B씨 등이 나타났다.
브로커 A, B씨 등의 계좌에는 다수의 연예인 매니저와 돈을 주고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A씨의 주요 고객은 토니안이었고, B씨의 주고객은 이수근이었다. A와 B씨는 각각 토니안과 이수근 매니저 등과 수 백 차례 돈을 주고 받았다.

◆ 검찰 수사의 한계…피의사실 흘렸나?
여기서 중요한 건, 시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박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2008년에서 2009년에 주로 베팅을 했다. 공소시효를 1년 여 정도 앞두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진술만 있을 뿐, 증거는 없다. 즉, 브로커의 진술, 매니저의 진술로 연예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베팅 내역 등은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휴대폰 맞대기는 문자로 베팅을 한다. 이통사의 문자 보관 기간은 3개월 정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검찰이 기소도 하기 전에 연예인의 실명을 줄줄이 흘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엄밀히 말해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한다. 검찰이나 경찰 등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는 건 3년 이하의 징역 도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당한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는 11일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오비이락이지만, 연예인 맞대기 도박은 김학의 전 차관의 무혐의 결론을 관심 밖으로 몰아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도박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수사도 매끄럽지 않았다"면서 "검찰은 언론을 통해 연예인을 압박, 자발적 진술을 받아내고 있다. 김학의 결론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위해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연예인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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