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십만원어치

며칠전의 일이다.

안양 쪽에서 부고 소식이 들려

우리 영업부 일행은(부장님외 3명 팀장) 상갓집에 가려고 준비를 했다.

외투를 입고 나가려는데, A팀장이 부의봉투를 내밀며 하시는 말씀.

A팀장 : 난 글씨를 잘 못써서..(봉투를 내민다)

나 : 저도 잘 못쓰는데(머리를 긁적이며)

그러면서 부의봉투에 'OO영업부'... 이런 젠장! 글씨가 너무 커서 '일동'이란 말을 못 쓰네..쩝.. 이게 화근이다...OTL...

하는 수 없어 봉투를 다시 꺼냈고, 돌아서는 내 눈엔 문서 분쇄기가 보였다.

왼손에 있던 잘 못쓴 봉투를 자연스럽게 분쇄기에 넣었다.(스스슥.. 아주 잘 갈리더라..)

자리로 돌아와 정성스럽게 'OO영업부일동'이라고 썼다.

나 : A팀장님! 돈 주세요. 봉투에 넣게

A팀장 : 줬잖아요..

나 : 언제요?

A팀장 : 아까 봉투에 십만원 넣어서 줬는데....

나 : .....

머릿속에서 정말 여러 가지가 지나갑니다.... 난 코믹시트콤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헐...

 



갈린 돈을 뒤로하고, 우리일행은 안양으로 향했다.

물론 차안에서의 주대화는 봉투사건이었다.

운전을 내가 했기에 후배인 B팀장에게 물어봤다.

나 : B팀장! 네이버에 한번 찾아봐.. 그런 내용 있나.. 복구방법은 있는지?

B팀장 : 그렇잖아도 지금 보는데, 보통 은행에서 돈 찾고 명세서대신 돈 넣은 적이 있데요...ㅋㅋ

나 : 붙였데?

B팀장 : 댓글 보니깐, 안됐네요.. 멘붕이겠어요.. 등등의 내용이네요..

나 : 긍정적인 댓글이나, 답변은 없어?

B팀장 : .....

이 한몸 희생시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한 하루였다.

다음날 집사람에게 보고(?)하니.....

집사람 : 잘됐네. 돈 주고도 퍼즐 사는데, 이번주에 퍼즐 맞추면 되겠네..ㅎㅎ

나 : 맞출 수 없는 퍼즐이야.(십 수 년을 같이 살았지만, 집사람이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집사람 : 일단 가지고 와봐요..

한주를 마감하고 토요일 집으로 갔다. 이젠 애들도 웃는다. ㅋㅋㅋ

집사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퍼즐맞추기 여왕. 처제도 이미 대기 중이었다.

저녁을 먹고, 애들이랑 조금 논 다음, 퍼즐 맞추기가 진행 되었다.

난 3조각정도 해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난 결심했다. 집사람과 처제,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를 뺏지 않으리라.. ㅋㅋ

또한 그날은 박지성의QPR과 친정팀 맨유의 EPL이 있었기에 TV를 켰지만, 박지성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거실에서 바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걱.. 신사임당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아래는 자신감이 붙은 처제와 큰아들이 이틀째 작업하는 사진이다.

  


놀이를 즐기는 식구들을 뒤로 한 채, 일이 있어 일요일 우리 팀원들과 강릉으로 향했다.

물론 상갓집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어르신들께서 많이 돌아가신다. 슬픈 일이다.

강릉으로 가는 차안에서 카톡이 왔다.

[사진3]은 카톡으로 받은 사진이다.

우리 집 식구들이지만, 정말 대단하다.

사진에서 보면 흰 부분이 없다. 봉투쪼가리인줄 알고 안 챙긴 부분이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집사람과의 통화내용이다.

나 : 정말 대단한다.

집사람 : 한 장이면 금방 했을 텐데, 두 장이라서...

나 : 다해서 몇 시간 걸린 거야?

집사람 : 13시간.. 이젠 오만 원짜리는 위조지폐 가려낼 수 있겠어...ㅎㅎㅎ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난 OO사무실에서 당직중이다.

오늘 난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하고 십만 원을 꼭 써야겠다. 오늘은 우리 회사 생일이지만

12월 4일은 집사람 생일이니 미리 해야겠다.

꼭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겠다. 십마넌어치.ㅋㅋ 



출처 http://pann.nate.com/talk/317250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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