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의 외로움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김모(78) 할머니는 1주일에 한번씩 119에 전화를 건다. 할머니는 지병인 당뇨를 앓고 있긴 하지만 특별히 몸이 아프지 않을 때도 “배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구급대원들을 부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할머니가 꾀병을 부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를 구급차에 태워 인근 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동안 “밥은 잘 챙겨 드세요”, “요즘 기분은 좋아요” 라고 물으며 말동무가 되어준다. 

아들이 셋이 있지만 연락이 두절된 지 10년이 넘어 김 할머니에게는 119 구급대원들만이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주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유일한 존재다. 김 할머니는 “구급대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119 버튼을 누른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처럼 119에 아프다는 거짓신고를 하고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들을 만나 위안을 얻는 외로운 노인들이 늘고 있다. 

배우자를 잃고, 자식과도 인연이 끊어져 대화 상대가 없는 이들은 구급대원을 불러야 할 만큼 아프지 않아도 보살핌을 받고 싶어 정기적으로 응급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박모(80) 할머니도 2주일에 한번씩 119에 전화를 한다. 할머니는 수년 전, 미국에서 유학하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그 때의 충격으로 심장질환에 걸려 집에 누워서 지내야 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간헐적으로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남편 때문에 119 신고를 했던 박 할머니는 친절한 구급대원들이 보고 싶어 거짓 신고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추석에 그는 “남편이 쓰러졌다”며 다급하게 구급대를 불렀으나 사실은 추석 음식을 마련해 놓고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도봉소방서 김영혜(29) 소방사는 “급하게 출동했는데 사실 아프지 않은 노인들을 보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 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박정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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