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MENU
Close
메인
유머
연예방송
스포츠
먹방
공포북
몸짱갤
댓글
손석희의 지각인생
목록
이전
다음
이미지참조_http://mirror.enha.kr/wiki/%EC%86%90%EC%84%9D%ED%9D%AC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이미지참조_http://www.wikitree.co.kr/webdata/editor/201405/20/img_20140520184933_7d4053b0.jpg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난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이미지참조_http://sioness.egloos.com/4023488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 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 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이미지참조_http://pds3.egloos.com/pds/200611/29/60/d0032360_08113680.jpg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 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이미지참조_http://postfiles10.naver.net/20091012_105/aldudwogml_1255323556790HO8ND_jpg/747378989984254_aldudwogml.jpg?type=w1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손석희 -
이미지참조_http://zozak.org/archives/1060
이미지참조_http://zozak.org/archives/1060
이미지참조_http://doctorcall.tistory.com/816
이미지참조_http://zozak.org/archives/1060
Facebook 내 페북에 올리기
twitter 내 트위터에 올리기
KakaoS 내 카스에 올리기
1
0
신고
Author
44
17
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1,267,164 (10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Open
Comments Close
목록
이전
다음
번호
제목
날짜
60570
여자직원이 가까이와서 자꾸 가슴 부비네요
12-11
60569
지구촌 오늘
12-11
60568
비꼬기를 좋아하시는 교감선생님.jpg
12-10
60567
[후방주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분
12-10
60566
예의 바른 프리더
12-10
60565
많이 화제가 되지 못했던 사실
12-10
60564
앙심 품고 5명을 구해.gisa
12-10
60563
대참사를 막은 해경2분
12-10
60562
나는 착한 아이를 그만 뒀다.
12-10
60561
대중이 보는 자리에서 농락당한 클라라
12-10
60560
땅콩녀 패러디
12-10
60559
지구촌 오늘
12-10
60558
잠들기전 불안한 이유.jpg
12-10
60557
진심 닮은듯..
12-10
60556
현 부산에 있는 대학교 도서관 상황
12-10
60555
대한항공-JFK공항 교신 내용.txt
12-10
60554
파파라치를 역이용하는 배우들
12-10
60553
해석하면 슬픈 만화
12-10
60552
십자수 만렙 할머니
12-10
60551
상기해보는 대한민국 甲의 횡포...
12-10
60550
기자의 극딜
12-10
60549
미국의 군 입대풍경.jpg
12-10
60548
사진작가 Marcin Kesek가 촬영한 폴란드 산맥
12-10
60547
달마과장 - 권력 [12월 10일]
12-10
60546
허니버터칩은 가라 이제 대세는......jpg
12-10
9941
9942
9943
9944
9945
9946
9947
9948
9949
9950
Search
검색대상
제목
내용
제목+내용
회원아이디
회원아이디(코)
글쓴이
글쓴이(코)
검색어
필수
글이 없습니다
유머북 인기글
글이 없습니다.
최근댓글
https://qoog…
싸가지없는 한국년들 저…
1
1
https://cart…
아뇨
유머북 망했나요
1
1
1
1
1
1
1
1
빈집
-
유머/엽기
-
연예방송
-
스포츠
-
먹방
-
공포북
-
몸짱갤
-
최신글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