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망 현장의 바닥 온도가 59.2도로 측정된 것이다. 기온이 풀리고 영상 15도를 넘어서던 완연한 봄날이었기에,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설정된 온도로 보기 어려웠다. 죽음을 설명해줄 유일한 증거인 사체도 그만큼 훼손되어 있었다.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기묘한 이야기들은, 바로 그 기이한 현장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아내의 잠적, 그리고 의혹
수사는 단순 병사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했다. 이때 양 씨의 가족들은 조심스레 남자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 양씨의 어머니는 지난 4월, 남자의 중국인 아내가 입국하고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아들로부터 받은 한 통의 전화가 떠올랐다. 아내와의 잦은 다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아내의 위협으로부터, 신변보호를 가족에게 부탁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은 아내의 영주권 문제라고 했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던 중, 중국인 아내가 돌연 중국을 다녀온 점 또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했다. 유족들은, 남자의 죽음이 그의 중국인 아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거라 주장했다.
"중국에 가면 간다, 오면 온다 항상 이야기를 했던 애에요.
둘 사이가 아무리 안좋을 때라도 알리던 아인데...
이번에 중국에 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 故 양승윤씨의 어머니 인터뷰 中
제작진은 돌연 중국을 다녀왔다는 중국인 아내의 행적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중국에 있는 그녀의 가족과의 통화에서 제작진은 뜻밖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2월에 중국을 왔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나는 그 아이가 한국 남자와 결혼한 사실도 몰랐어요."
- 중국인 아내의 아버지 인터뷰 中
양 씨의 오랜 친구 역시, 중국인 아내가 장례식장에서 보인 행동들을 이상하게 봤던 기억에 대해 들려줬다. 중국인 아내의 행동이, 배우자를 잃은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는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발견 당사자인데 그날 저녁은 장례식장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다가
다음날 오후 늦게 와서 10분 정도 있다가 가버린 것 같아요.
통역관을 대동해서 왔더라고요."
- 故 양승윤씨의 오랜 친구 인터뷰 中
제작진은 양 씨의 아내를 직접 만나, 그녀의 중국에서의 행적과 유족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제작진과의 만남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 순간부터 숨어버린 그녀. 중국인 아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 망자의 마지막 시그널
취재가 진행되던 중, 양 씨의 과거 직장동료 장 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장 씨는 故양승윤씨가 죽기 2주 전에 보내온, 택배 상자를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양 씨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배달된 상자를 열어봐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망자가 동료에게 보낸 택배 상자 안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었을까? 제작진은 유가족 동의하에 택배 상자를 전달받아 그 내용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상자 속에는 중국인 아내와 관련된 서류와 몇몇 계약서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택배 상자 속 그 서류들 사이에 USB가 함께 배달되었다. USB 안에는 故양승윤 씨와 그의 중국인 아내, 그리고 의문의 남성 A씨가 나눈 9시간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저장돼있었다.
故양승윤 누구신지 말씀해줘야죠. 집사람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뭔데요?
남성A 사장님 쪽에서 영주권을 해주면
사모님께서 이혼을 바로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故양승윤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 녹취파일 내용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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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 바닥온도가 60도인 원룸에서 40대 남자 사망한채로 발견
2. 중국인 아내 잠적
3. 40대남자가 직장동료에게 자기에게무슨일이생기면 택배상자를 열어봐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그 안에서
서류,USB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