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시간 근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죽음

‘하루 500·한달 1만개’.. 쓰러진 당일까지 배송했던 30대 택배기사

 

하루 400~500개의 택배를 배달하던 30대 택배기사가 뇌출혈로 쓰려져 숨졌다. 그는 CJ대한통운 소속으로 길게는 하루 16시간 이상 근무했고, 쓰러진 당일까지도 물건을 배송했다. 노동조합과 유가족은 그가 무리한 택배일로 ‘과로사’했다고 보고 있지만, 사측은 그가 스스로 욕심을 내 일했고 병으로

 

죽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 소속 30대 택배기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쓰러진 당일까지 배송, 부인이 도와 하루 500개·한달 1만개 배달
 

주변 동료들, “‘과로사’ 당연할 정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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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10여년 간 택배기사로 일한 CJ대한통운 소속 민모(37)씨가 지난 3일 오후 택배일을 마치고 뇌출혈로 쓰러져 4일 오전 사망했다. 그의 동료와 노동조

 

합의 말을 종합하면 민씨가 무리하게 일을 해왔고, 쓰러진 당일까지도 수백개의 택배를 배달했다.

그를 수년간 봐왔다는 목동 11단지 경비원 윤모씨는 사망한 민씨에 대해 “단지에 오는 수십명의 택배기사 중 가장 열심히 일했다”고 설명했다. 윤씨

 

는 “다른 택배기사들에 비해 2배가량 물건을 배달했고, 부인도 함께 도와 일을 했다”면서 “택배가 많은 화요일 같은 경우에는 밤 10시에도 택배를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같은 단지를 배달하는 타사 택배기사 김모씨는 “CJ대한통운이 물량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민씨 같은 경우 유독 과업에 시달렸다“면서 “단지에서 마주치는 오후 4~5시까지 민씨가 점심을 못먹고 빵을 먹으면서 배달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의 배송지역인 목동 11단지에서 만난 경비원과 택배기사들은 “민씨가 ‘과로사’할 정도로 택배량과 근무강도가 엄청났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동료와 경비원 등에 따르면 민씨는 하루 400~500개, 한달에 1만개의 택배를 배송했고, 물량이 많은 날에는 부인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비실

 

에 비치된 택배일지에는 다른 택배기사보다 월등히 많은 민씨의 배달 기록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민씨가 쓰러진 당일(3일)에도 수백개의 택배를 배송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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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씨가 생전에 근무했던 목동 11단지 택배일지. 위 사진은 민씨가 다른 택배 기사들보다 배송량이 많았던 기록. 아래 사진은 민씨가 쓰러진 당일까지도 택배를 배송했던 기록.ⓒ민중의소리


“‘업계 1위’다운 살인적 노동 강도.. 터질게 터졌다”

민씨의 죽음에 대해 업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택배기사에게 과도하게 물량을 떠넘기면서 당일배송을 강요하는 구조가 사


고를 불렀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지역별 대리점과 업무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개인사업자) 신


분이다. 이들은 대리점에서 물량을 받아 택배 한건당 700원 정도의 배달 수수료를 받는다. 택배를 하기 위해서 차량을 직접 소유해야 하고, 업체 차원에서 별도의 기본급 등 비용 지급이 없어서 배송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소속 택배기사들은 말한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CJ대한통운 택배분회는 하청구조뿐만 아니라 무리한 수화물 작업과 당일배송 정책이 인명사고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시 전후까지 수화물 작업을 하고 이후 배송 업무를 시작한다.


임씨의 물량 500개를 기준으로 택배 1개당 1분에 배달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임씨는 휴식 없이 8시간 이상, 오후 10시 전후까지 일해야 한다. 수화물 작업이 길어지거나 물량이 몰릴 시에도 회사의 당일배송정책 때문에 민씨가 밤늦게까지 일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조는 “할당 지역의 택배 물량을 개인이 처리해야 하는 근무 특성상 민씨가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소속 기사들이 할당 지역의 물량을 책임지는 개인사업자 신분이고, 자신이 일을 못하면 다른 비싼 대체 인력을 써서라도 배송을 해야


하는 구조여서, 돈을 벌어야 하는 민씨가 몸에 이상 신호가 와도 제대로 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다른 택배업체와 비교해 열악한 근무 조건이 아니”라면서 민씨의 죽음이 ‘개인적인 사고’라고 선을 그었


다. 유가족이 요구하고 있는 산재 인정과 관련해 관계자는 “산재 신청을 하면 돼지만, 개인이 욕심을 내서 일했고, 병사의 가능성도 있어서 (산재인정에 대해서는) 노동청이 직접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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