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거리에서 태어났어요. 엄니가 그러는데 저는 비쩍 마르고 손바닥만한 노랭이 고양이였대요. 맨처음 목욕시키던 날, 세면대 가득한 물이 검은색이 되었었다니 저는 글루밍도 잘 못하는 아기였나봐요. 지금은 안씻겨도 항상 깔끔한 사나이거든요. 그땐 왜 그랬을까요..
사실 엄니집에 와서 되게 많이 울었어요. 울엄마도 보고싶고 뭐 알지도 못하는 큰사람고양이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저를 자꾸 만지는데 되게 무서웠어요. 그래서 큰 장롱 밑이나 쇼파 밑 구석이나 장식장 밑으로나.. 큰 사람고양이들이 저를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자꾸만 자꾸만 도망갔어요.
그래도 배가 고프니 몇번은 나올수밖에 없었어요. 좋아서 그런건 아니에요.. 난 하루 종일 울엄마가 보고싶어 울었고 엄마를 결코 잊지 않았어요. 울엄마.. 지금도 보고싶구요.. 지금도 안기고 싶어요. 쭈쭈도 먹고싶구요.. 우리엄마는 어디있을까요..? 살아 계시겠죠? 저를 잊진 않았겠죠?
저는 큰사람고양이 집에서 고양이우유를 먹든 분유를 먹든 전부 토하고 설사도 심하게 했어요. 그럴때마다 큰사람고양이가 자꾸만 저를 꼭 껴안고 쓰담쓰담하고는 무서운 병원으로 가곤 했어요.. 난 울엄마 가 쓰담쓰담해주는게 좋았는데.. 왠지 그거도 조금씩 좋아지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많이 좋았던건 아니에요.. 가끔은 졸립기도 했어요.. 절대 좋아서 그런건 아니라구요..
큰사람고양이가 저한테 죽인가 뭔가 계속 주었어요.. 되게 맛있긴 했지만 나는 울엄마의 아가에요.. 엄마젖이 더 먹고싶었다구요.. 생각해보니 큰사람고양이도 조금은 좋은 동물 같긴해요.. 그때부터 가끔은 무릎옆으로 슬쩍 앉아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울엄마같이 많이많이 좋진 않았어요.. 엄마가 보고싶어서 그때도 많이 울었거든요..
죽을 먹기 시작한 후에 저는 단단한 응아를 했어요. 큰사람고양이가 제 응아를 보더니 막 좋다고 웃어요. 웃기는 동물이예요. 무슨 응아를 보고 글케 좋아하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어요.
언제부턴가 큰사람고양이가 저를 안아주면 자꾸 졸립기 시작했어요. 자면 안되는데.. 여긴 우리집이 아닌데.. 울엄마도 아닌데.. 왜 자꾸 잠이 오지... 잠자고 일어나니깐 엄마랑 형제들이랑 물면서 놀던 생각이 났어요. 그냥, 조금, 살짝, 큰사람고양이를 물어봤어요. 근데 울엄마처럼 엉아처럼 가만히 있는거예요. 그래서 자꾸 자꾸 물었어요. 그냥 자꾸 나 어릴때가 생각나서 물은거에요. 큰사람고양이가 좋아서 문거 아니라구요.
지금은요? 큰사람고양이가 그냥 되게 되게 좋아요. 큰사람고양이가 눈앞에 없으면 자꾸만 자꾸만 찾으러 다녀요. 언제부턴가 큰사람고양이한테 엄니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아니니까요.. 울엄마는 저기 밖에서 저를 찾으며 있을거라구요.. 그래서 가끔은 창밖을 한없이 바라보지만 울엄마의 흔적도 찾지 못하겠어요. 도대체 엄마는 어디있는걸까요?
저번부터 엄니와 함께 동네 고양이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엄니 말로는 엄니가 밥주는 고양이중엔 우리엄마가 있을거래요. 그래서 굶지도 않을거고 건강하게 잘 살아계실거래요. 울엄니 말이 맞을거예요. 왜냐하면 울엄니는 제가 세상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동물이니깐요. 첫번째요? 당연히 울엄마죠.
저는 그래서 엄니가 밥주러 나갈땐 항상 문앞에 나가 대기하고 있어요. 엄니는 나갈때마다 뭐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휴우.. 여자는 외출하는게 뭐가 그리 복잡할까요.. 엄니는 나를 포대기에 안고 나가 많은 고양이들과 만나게 해줘요. 나도 막 고양이친구들과 같이 뛰어보고싶지만 엄니는 안된대요. 잃어버린다구요. 엄마를 만날때까진 절 잃어선 안된대요. 그래서 엄니 배에서 가만히 친구들을 쳐다봐요. 아무리 쳐다봐도 울엄마가 누군지 기억이 잘 안나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저 아무래도 엄니랑 계속 계속 살아야할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너무 커버려서 엄마도 절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울엄니가 매일 밥을 주러 다니니 엄마걱정 이제 조금만 할래요. 그래서 미안해요.. 그리고 엄마, 만나지 못하더라도..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영원히 사랑해요..
전 이제 티비도 잘 보구요.. 특히 동물농장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예요.
아무데서나 퍼질러 잠도 잘 자요.
바구니 박스 통만 보면 좋아서 죽겠구요.
젤 좋아하는 놀이는 역시 숨박꼭질이예요.
사냥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 거리의 고양이가 아니예요.
저는 이제 에용군이예요. 그리고 건강해요.
저같은 아이를 거두어 주신 큰사람고양이님들 고마워요. 울엄마처럼 거리에 있는 고양이들을 거두어 주시는 큰사람고양이님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제가 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요즘 저를 보고 엄니가 "혹시 너 호랑이 아니니?" 하고 자꾸자꾸 물어요.. 난 고양인데 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