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그러나 ‘IMF 호황’은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매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씨는 “아폴로가 잘 팔려서 아직 남아있는 줄 아는데 그건 오해”라며 “가족끼리 하니까 인건비 안 들고, 꾸준히 팔리는 편이라 그만두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했다.김 사장이 아폴로제과를 운영하며 제일 힘들었던 건 ‘아폴로=불량식품’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싸우는 일이었다. “제가 중학생일 때만 해도 아폴로는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 과자였지만 ‘불량식품 만드는 집 아들’이란 얘기가 듣기 싫어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했지요. 고등학교 올라가선 몇몇 친구에게 얘기했다 소문이 퍼져 놀림만 실컷 당했어요.”
그래서 그는 요즘도 아폴로를 만들 때 매 공정마다 심혈을 기울인다. 3개월 단위로 받은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도 스크랩북에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것들이다. “보세요. 아폴로의 구성 성분은 포도당·향료·구연산·착색료 등인데 이건 대형 제과업체가 만드는 사탕에도 다 있는 성분입니다. 어떤 부모는 빨대의 비위생성과 유해성을 지적하지만 빨대 검사 결과도 모두 ‘이상무’예요.” 김 사장은 “아폴로는 절대 ‘불량한 식품’이 아니며 ‘비(非)메이커 제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013
“씁쓸하죠.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잘 그만뒀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26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주택가. 1970~80년대 학교 앞 ‘불량식품’으로 이름을 날렸던 A제과의 공장은 텅 비어 있었다. A제과는 ‘빨대과자’로 등하굣길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과자업체. 2010년 공장 가동을 멈춘 김모(58) 전 사장은 3년간 남겨둔 공장 기계를 지난주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김 전 사장은 “아버지가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40년 넘게 해온 일인데 아쉬움때문에 쉽게 기계를 정리할 수 없었다”면서 “자식 같은 기계들을 용광로에 밀어 넣은 것 같아 며칠을 끙끙 앓았다”고 했다.
문방구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과자업체가 문을 닫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전 사장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먼저 학교 앞 문방구와 구멍가게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판로가 막혔다. 게다가 대기업 제품이 확산되면서 ‘영세 업체에서 만든 과자들은 깨끗하지 않고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정기적으로 품질 검사를 받으며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충실히 지켰지만 한 번 덧씌워진 ‘불량’의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김 전 사장은 “불량식품을 단속할 때만 되면 구청 직원 등이 만만한 우리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면서 “대기업에서 만드나 영세 업체에서 만드나 과자의 성분은 같다. 전기밥솥에서 만들든 가마솥에서 만들든 같은 밥 아니냐”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한 가지 악재가 더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량식품을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과 함께 이른바 ‘4대악’으로 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의 단속 강화에 애먼 영세 과자업체들도 불똥을 맞은 것이다. 김 전 사장은 “처벌받아 마땅한 비위생 업체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장사하는 곳도 많다”면서 “평생 직장이라 생각하고 일했는데 요즘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