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8시 12분. 서울지방경찰청 112상황실의 신고 전화기 너머로 한 어머니의 다급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목욕탕 건물 지하 1층 정화조에 사람이 빠졌다는 것이다.
근처에서 순찰하던 삼성2 파출소 김진성(38) 경사 등 4명은 즉시 신고 현장으로 향했다.
어머니 배모(49)씨는 정화조에 빠진 지갑을 찾으러 들어간 딸이 죽기 직전이라며 이성을 잃은 채 오열했다.
정화조는 정사각형으로 입구는 가로·세로 70㎝ 정도로 비좁았다. 아래를 들여다보니 빨간 고무장갑을 낀 김모(23·여)씨의 두 손만 불쑥 나와 있었다. 머리끝까지 오물이 차오른 채 김씨는 점점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김 경사는 반사적으로 권총을 찬 정복의 벨트를 풀고 똥통으로 뛰어들었다.
김 경사는 한 손으로는 정화조 입구에 매달린 쇠 파이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김씨의 손을 잡았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던 김씨는 본능적으로 김 경사의 손을 힘껏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김 경사의 몸도 오물에 푹 잠겼다.
쇠 파이프를 잡고 있던 손의 힘이 점점 빠져갔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은 김 경사의 손을 붙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김 경사도 김씨를 다른 한 손으로 끌어안아 물 위로 힘껏 밀어올렸다. 결국 김 경사와 김씨 모두 무사히 정화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김 경사는 24일 "무사히 구조를 마치고 나니 그제야 똥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손만 오물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이러다 사람 죽겠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며 "정화조 안에서 구조하던 순간에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힘이 빠져 쇠 파이프를 놓칠 뻔했던 순간 함께 간 동료들이 손을 잡아줘 무사히 구조를 마칠 수 있었다"며 "지난밤 입었던 정복과 신발, 속옷까지 모두 버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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