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라 불리는 90 년대의 ' 디즈니 르네상스 ' 시기 제작된 < 뮬란 >. 당시 서양권 애니메이션에선 생소했던 중국사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주제의식 , 영상미 , 재미 , 음악 등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디즈니 역대 1 군 라인업중 하나 .
이 영화에서 뮬란의 적으로 등장하는 메인 빌런은 바로
대사는 몇마디 없지만 영화 내내 압도적인 무력과 전술로 역대급 카리스마를 보여준 흉노족의 우두머리인 ' 샨유 ' 임
근데 스토리상 샨유의 역할은 적극적으로 주인공인 뮬란을 타도하려 하는 빌런의 역할보단 기존 세력의 힘으로 저항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의 묘사에 가까워서 , 하는 행동도 그냥 ' 유목민 군대가 유목민 했다 ' 수준임 . 오히려 작중 여성인 뮬란을 유일하게 얕잡아보지 않고 호적수로 대하는 캐릭터가 샨유임 .
그럼 실질적으로 주인공 뮬란에 대한 억압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악역은 누구인고 하니
작중 정부에서 파견된 군사 감독관인 ' 치푸 ' 라는 인물임 . 사실 이름보단 특유의 염소수염로 기억되는 캐릭터로 , 사사건건 뮬란과 동료들을 방해하는 ' 나쁜 놈 ' 포지션임
그런데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정주행하던 중 뮬란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상했던 점이
어릴적에 볼땐 천하의 개쌍놈같았던 이 치푸가 사실 딱히 잘못한 점이 없다는거였음 .
작중 치푸는 초장부터 괜히 리샹에게 태클을 거는 밉살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사실 이때 치푸의 대사를 들어보면 ' 니 아빠 빽으로 지휘관 맡은 낙하산인거 알지 ? 난 존나 내 힘으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낙하산이면 낙하산답게 내 말 잘 들어라 ' 라는 요지임 .
실제로 리샹은 작중 중국 정예 군단의 사령관인 리 장군의 아들로 그야말로 금수저 중 금수저 , 객관적으로 아직 지휘 경험도 없는 초짜 지휘관이 맞음 .
반면 치 푸는 스스로 자부하듯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에 매진해 과거급제해서 자수성가 한 인물로 ,
황제에게 직접 관직을 수여받고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에서 파견된 감독관임 .
치푸 입장에서는 아빠 빽 믿고 지휘관이랍시고 자리 꿰찬 애송이로 보일 수 밖에 없음 .
그리고 작중 치푸는 외모가 소인배같고 졸렬해보여서 그렇지 , 자기 임무에 대해 불공정한 모습을 보인적은 없음 .
작중 치푸가 지적하고 갈구는 부분은 명백히 군율이나 군기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일 때이고 , 리샹 부대가 잘 해낼때면 표정은 아니꼬와도 딱히 불이익을 주거나 하지 않음 .
뇌물을 받거나 아첨 , 회유에 넘어가는 부정부패도 일절 없으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공과 사를 확실히 구별함 .
그 예로
한낱 졸개새끼가 중앙관료인 자신한테 대놓고 뒷담화 치다 걸렸는데도 그냥 봐주고
부대 훈련 개못해서 감독관 막사에 로켓탄 떨어져서 죽을뻔한 사고가 터졌는데 감점만 주고 넘어감
.
그리고 중반에 샨유에게 중국군 주력 다 궤멸당하고 압도적인 흉노군을 상대로 리샹 휘하 한줌의 병력만 남았는데도
무력 0 인 문신임에도 안 도망가고 부대와 끝까지 같이 종군함. 임진왜란때 치푸같은 신하 10명만 있었어도 그꼴은 안 당했을듯.
작중에서 치푸가 보여준 부당해보이는 행동이라고는
뮬란이 여자라고 밝혀진 뒤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인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작중 치푸의 대사는 어디까지나 ' 군법에 따라' 목을 베어야 한다는 것임 .
실제로 작중 여자가 입대하면 법규상 극형에 처해진다건 누구나 알고있는 일반 상식이고 , 뮬란조차도 이를 알고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온 것임.
즉 치푸는 딱히 악해서가 아니라 그냥 군 감독관으로서 원칙대로 한 것.
그리고 이게 빌미가 되서 마지막에 황제한테 관직 삭탈당하고 인생 말아먹을 위기에 쳐하는데
따지고보면 웃긴 것이
그 성차별적 악법을 만들고 통용시킨게 누구?
지가 시켜놓고 막판에 군중 앞에서 이미지 관리하려고 법대로 처리한 부하한테 책임 다 떠넘기는 놈임
헬중국에서 관료해먹기가 이렇게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