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인증 오피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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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0만원 더 모으면 1억 되네요. 어디 말할 곳도 없고, 여기에나마 올려서 잘했다고 칭찬받고 싶어요. 업종은 오피예요.”

지난 4월 11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런 내용의 글과 인증 샷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단서는 접힌 자국이 나 있는 입금 전표 한 장과 검은색 매니큐어가 돋보이는 여성의 손가락이 전부였다. 전표상 잔액은 9800만 6895원. 오피는 ‘오피스텔 성매매’의 은어다.

“불법으로 번 돈이니 몰수하거나 세금을 물려야죠.” “성매매로 1억을? 조작인 것 같은데.” 거센 진위 논란 속에서 그녀는 금세 ‘1억 오피녀’로 불렸다. 성매매 단속을 하는 풍속단속계 형사인 나는 수사에 나섰다. 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범죄였다. 영장을 발부받아 입금 시간대와 잔액을 근거로 조사에 나섰다. 계좌의 주인은 소정(가명·28)씨.

지난 4월 21일 참고인 자격으로 그녀를 불렀다. 키 1m72㎝에 연예인을 닮은 외모,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민낯의 그녀는 불안해 보였다. “예전에 골프장 캐디로 일하며 모은 돈이에요.” 첫 조사에서 소정씨는 성매매 혐의를 부인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현재 일정한 직업이 없다는 소정씨가 2년 전부터 한 달에 세 차례씩 현금 200만~300만원을 ATM기를 통해 입금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하자 입을 닫았다. 흔들리는 눈빛엔 초점이 없었고 손가락은 연신 테이블을 두드렸다. “지금까지 번 돈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겁났어요. 가족들에겐 절대 말하지 말아 주세요.”

소정씨는 고교 졸업 후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했다고 했다. 벌이는 시원찮았다.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데 성형수술을 위한 대출금 등이 만만치 않게 쌓여갔다. 성매매의 유혹이 흔들리는 소정씨를 집어삼켰다. ‘주4일 근무에 최소 월 600만원 보장.’ 2012년 10월 소정씨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경기도 안양의 오피방 문을 두드렸다. 성매매 대금 16만원 중 10만원 정도를 소정씨가, 나머지는 업주가 가져갔다. 예명은 ‘옥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속칭 ‘에이스’로 입소문이 났다. 예약은 2~3주씩 밀렸다.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주된 ‘고객’이었다. 멀리 지방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2년7개월간 1900여 차례 성을 팔아 번 돈은 2억원. 하지만 돈이 모일수록 몸과 마음은 망가져 갔다. 일을 쉬는 주말이면 몸이 아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각종 여성 질환이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다. 점점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좁은 방 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아픈 몸보다 더 심각한 건 성매매를 당연한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정신 상태였다. “어느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내가 무서웠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딱 한 달이야. 한 달…. 조금만 더 벌고 그만두자.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일 눈을 뜨면… 다시는 오피스텔을 찾지 않을 거야.’

매일 밤 주문을 외웠지만 좀체 고리를 끊지 못했다. 매일 밤 손에 들어오는 현금 다발, 악마의 유혹은 강했다.

외제차(미니쿠퍼)에 3500만원, 어머니의 호프집 개업에 4000만원이 목돈을 쓴 전부다. 생활비 등을 제외하고 통장 잔액은 9800만원이었다. 6세 때 집을 나간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하다. 어려서부터 어머니, 정신지체인인 여동생(26)과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다. 소정씨는 “아픈 여동생을 돌봐야 했고,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언제나 나를 짓눌렀다”고 말했다.

나는 소정씨의 자백을 받은 뒤 ‘몸통 잡기’에 들어갔다. 그녀가 일했던 성매매 업소 세 곳을 추적했다. 소정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충청 지역 A업소를 급습해 업주 정모씨 등 2명을 체포했다. 소정씨와 동갑내기인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오피스텔 성매매를 해왔다. 지난 24일 소정씨는 성매매 혐의로, 정씨 등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치지 못했어요. 번 돈을 다 바쳐서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옛날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하며 평범하게 돈을 벌고,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싶어요.” 마지막 조사에서 소정씨는 뜨거운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던 소정씨의 손톱은 어느새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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