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영국에 300조 원을 안겨 준 '비밀병기'

■ 단돈 12만 원이 안겨준 300조 원의 경제 기적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Joanne Rowling)은 28살의 나이에 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을 하고, 갓 태어난 어린 딸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 사는 동생을 찾아갔다. 완전히 무일푼이었던 롤링은 그곳에서 친구에게 돈을 빌려 간신히 초라한 공공 임대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딸을 키워야 했던 롤링이 일자리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영국 정부가 일주일에 70파운드, 우리 돈으로 12만 원씩 주는 생활 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 같은 사회안전망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자, 롤링은 교사자격증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소설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롤링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나와 집 근처 카페인 '엘리펀트 하우스(Elephant House)'에서 온종일 앉아 그 유명한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했다.

1995년 롤링은 해리포터 1권을 완성해 대형 출판사 12곳에 원고를 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렇게 실패로 끝나는 줄 알았던 해리포터에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1997년 미국의 대형 아동 서적 전문 출판사인 '스콜라스틱(Scholastic)'이 찾아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제목으로 미국판 출판 계약을 하고 10만 달러의 거금을 계약금으로 내놓았다. 이후, 본격적인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해리포터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리포터는 영화와 뮤지컬, 음악, 게임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들면서 무려 30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렸다. 또한 조앤 롤링 자신도 1조 원이 넘는 돈을 벌어, 2010년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세계 여성 부자 순위 14위에 올랐다.

그런데 2010년 영국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대폭 축소하려 하자, 롤링은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에 '싱글맘의 선언'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적 같은 인생 역전이 사회안전망 덕분이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영국 복지제도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기에,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증세를 하더라도 결코 조세회피지역으로 달아나지 않고 영국에서 성실하게 세금을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조앤 롤링이라는 엄청난 작가를 발굴하고 천문학적인 부를 안겨준 영국의 비밀 무기는 바로 실직자나 극빈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왔던 영국의 사회보장제도였다. 가난한 이혼녀였던 롤링이 당장의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었다면, 젊은 나이에 모든 꿈을 포기하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데 급급한 일생을 보냈을지 모른다. 결국 롤링에게 지급된 주당 12만 원의 생활보조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영국에 막대한 부를 안겨준 가장 소중한 투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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