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스압,2ch] 수명을 팔았다. 1년당, 1만 엔에.

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05:53.27 ID:uxwqRYpB0

「자신의 인생에는, 몇 엔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그런 질문 받은 적이 있었지.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 도덕시간이었던가. 

대부분의 학생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보면서, 
최종적으로는, 수천만부터 수억이라는 결론을 내렸었어.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을 밀어붙이는 학생도 있었지. 

어른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겠지. 
적어도 나는, 실제로 수명을 파는 그 날까지는, 
자신의 인생은 2, 3억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10년이나 20년 정도 수명을 팔아 수천만을 얻어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행복한 60년과 그렇지 않은 80년이면,
전자가 절대로 좋을 테니까 말이야. 

심사결과를 봤을 때는 뒤집어질 뻔 했었지. 
아무래도 나의 일생(一生), 백만 엔도 되지 않는 거 같다. 





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10:15.53 ID:uxwqRYpB0


20세의 7월정도의 이야기인데, 
그 쯤, 나는 어쨌든 돈이 필요했다. 

밥과 된장국 외에는 입에 대지도 못해서 말이지, 
수일 전, 웨이터 알바 중에 3번이나 쓰러져서, 
슬슬 영양가 있는 걸 먹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돈이 되는 거라고 하면, 가구, 수십 장의 CD, 
거기에 수백 권의 장서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지. 

대부분 중고품이고, 그다지 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1개월 식비 정도는 될까 생각해서, 
될 수 있는 한 신품에 가깝게 보이려고 열심히 청소해서, 
단골 헌책방이나 악기점에 팔러 갔다는 얘기지. 





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12:22.45 ID:uxwqRYpB0

헌책방의 할아버지는, 내가 책을 대량으로 팔러온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라고 걱정해 주었다. 
평소엔 쌀쌀맞은 할아버지였기에, 의외였다. 

「종이는 맛있지 않으니까요」라고 내가 돌려서 말하니,
할아버지는 마음 속 깊이 동정하는 듯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돈은 별로 주지 않았지. 저쪽도 빈곤하니까 할 수 없지만. 

어중간한 돈을 받고 가게를 나가려고 하니, 
할아버지는 「저, 하나 얘기할 게 있다.」라고 나를 붙잡았다. 
돈이라도 주려는 걸까나ー라고 생각해 「네?」라고 하며 돌아가니, 
말하더란 말이지, 「수명, 팔 생각 없나?」라고. 





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14:42.85 ID:uxwqRYpB0

늙는다는 공포에 드디어 헛소리까지 하냐고 생각하면서, 
나는 반쯤은 그냥 얘깃거리 정도로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것 같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빌딩에, 
수명의 매입을 행하는 가게가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거기서는 시간이나 건강조차도 팔 수 있지만, 
수명은 특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지도와 전화번호를 적어주었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이야기, 할아버지의 소망이 만들어낸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리겠지. 
조금 불쌍하게 생각했어. 죽는 게 무서운 거겠지, 라고. 





1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19:03.31 ID:ZosYchLxP

나이 먹으면 죽는 게 무섭지 않게 되는 걸까나 

무서워어어어... 





1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19:27.22 ID:uxwqRYpB0

하지만 결국, 나는 그 빌딩에 향하게 되었다. 
CD도 책도 가구도, 전혀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명을 판다는 이야기를 믿은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가능성을 생각했다고. 
할아버지나 형님이 말했던 건 뭔가의 비유로, 
사실은 굉장히 수지가 좋은 알바가 있는 게 아닐까하고.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리스크를 안는 대신에, 
1개월에 백만 정도 벌 수 있다던가, 그런 거. 

그런데, 약간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고, 
눈이 마주친 점원 같은 여자가, 나를 보자마자 
「시간입니까? 건강입니까? 수명입니까?」 
라고 말하고 있으니, 웃을 수밖에. 





1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22:41.12 ID:uxwqRYpB0

일련의 사건들로 신경이 질려버린 건지, 
나는 이제 생각하는 게 귀찮아져서, 「수명」이라고 대답했다. 

「2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다」라고 여자는 말하며, 
이미 양손은 PC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어이어이, 사람의 가치라는 게 2시간 정도로 아는 거냐? 
나는 다시 한 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안경이 없는 안경점, 
보석이 없는 보석점 같은 공간이라고 할까. 

그래도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고, 사실은 이 안에 
수명이라던가 건강이라던가 시간이 장식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뭐라는 거지. 언제까지 이 웃지 못 할 농담이 계속되는 거야? 





1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26:50.95 ID:uxwqRYpB0

역 앞의 광장에 가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마지막 한대를 시간을 들여 맛보았다. 
담배도 슬슬 그만두지 않으면, 하고 생각한다. 
돈만 잡아먹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 말이지. 

근처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노인이 있었는데, 
그걸로 식욕이 솟아나는 자신이 한심했지. 
조금만 더 있었다간 비둘기랑 같이 바닥을 쫄 뻔했다고. 

수명, 비싸게 팔리면 좋겠네, 라고 생각했다. 

역에서 시간을 때운 후, 나는 조금 빨리 가게로 돌아가, 
소파에서 졸면서 심사결과를 기다렸다. 
20분 정도 지나, 내 이름이 불렸다. 
미묘하네. 나, 한 번도 이름을 말한 기억이 없는데. 





1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28:43.88 ID:uxwqRYpB0

심사결과를 보고,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1년에 1만 엔? 남은 인생 30년? 

북오프에서도 좀 더 제대로 된 가격으로 쳐줄 거라고. 
거북이나 뭔가의 결과랑 바꿔치기 당한 거 아니야? 
하지만, 그곳엔 확실히 내 이름이 적혀있다. 

「이거, 뭘 기준으로 정해지는 건가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심사표를 여점원에게 보여주었다. 

「여러가지입니다」라고 그녀는 귀찮은 듯이 답했다. 
「행복도라던가, 실현도라던가, 공헌도라던가, 여러가지」 
분명, 이런 질문에 질린 거겠지. 





1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36:01.19 ID:uxwqRYpB0

여점원은 상세한 시스템을 가르쳐주었다. 
사실은 가르쳐주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내가 너무 끈질겼던 거겠지. 

특히 충격적이었던 정보는, 1만 엔이라는 것이, 
수명 1년당 최저 매수 가격이라는 것. 

말하자면, 내 인생은 한없이 무가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행복해지지 못하고, 그리고 누구 하나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무엇 하나 달성하지 못하고, 무엇 하나 얻을 수 없는 것 같다. 

「문제가 없다면, 여기에 사인을 부탁드립니다」 
여점원이 기다리다 지친 듯이 말하지만, 
이걸 보고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정신병원에 가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때는 내 감각은 마비돼버려서 말이지, 
자신의 물건이나 시간을 싸게 파는 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자포자기에 빠져, 이렇게 대답해버렸어. 
「3개월만 남기고, 나머진 전부 팔겠습니다」 





1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39:05.34 ID:uxwqRYpB0

30만이 들은 봉투를 가지고, 나는 가게를 나갔다. 

굳어버린 웃음만 나왔지. 
뭐가 슬프냐고, 내 수명이 싼 이유, 
나 스스로, 왠지 알 것 같단 말이야.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술집에 들러 대량으로 맥주를 사서, 
나는 그걸 마시면서 밤길을 천천히 걸었다. 

술 같은 거 마시는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지. 
그래서 완전히 알코올 내성도 없어져 있어서, 
나는 집에 와서 2시간 뒤에는 토했다. 

남은 인생 3개월, 최저의 스타트를 끊었단 거다. 





2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49:53.07 ID:uxwqRYpB0

잠든 것은 새벽 4시정도였지만, 
이런 날에 한해서, 행복한 꿈을 꾼단 말이지. 
초등학생 때의 꿈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여름방학의 꿈. 
부모님의 차로, 소꿉친구와 캠프 갔던 때의 꿈. 

아아, 울었었지. 자면서 울고 있었지. 
무자비한 행복한 꿈에서 나를 구출한 것은, 초인종 소리였다.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으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여니, 본 적 없는 여자가 서있었다.
왠지 조건반사적으로 기뻐해버렸지만, 
그 눈빛을 보고, 나는 생각해냈다. 

그 녀석은 내 수명을 심사했던 여자였다. 
「오늘부터 감시원으로 일하게 될 미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미야기라고 이름을 댄 여자는 나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감시원.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도 있었던가. 
숙취에 찌든 머리로 어제의 기억을 찾아보면서,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 번 더 토했다. 





2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55:02.70 ID:uxwqRYpB0

핼쑥해진 기분으로 화장실을 나오니, 
감시원이 문 앞에 서있었다. 
제일 앞자리에서 듣고 싶었던 걸까나, 내가 토하는 소리. 

양치질을 하고 물을 3잔 마신 후,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어제도 설명했습니다만」라고 옆에서 미야기가 말한다, 
「당신의 목숨은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부터 항상, 감시가 붙어 있게 됩니다」 

「그 이야기, 나중에 하면 안 될까?」라고 나는 미야기를 노려보았다. 
미야기는「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라고 말하고, 
방구석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 

이후, 미야기는 그곳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나를 관찰하게 된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거라 생각하지만, 
이런 걸 당하고 있으면 생활의 페이스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봐봐, 남이 보고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건 잔뜩 있잖아? 





2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3:59:29.66 ID:uxwqRYpB0

수명이 1년도 남지 않은 손님에게는 감시원이 붙는다는 것은, 
분명히 앞서 들었던 이야기지만. 

미야기의 설명에 따르면, 수명이 반년 이하로 남은 손님이, 
자포자기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것을 미연에 막기 위해 감시원을 도입했다고 한다. 

만약 내가 타인에게 커다란 민폐를 끼칠 것 같으면, 
감시원이 본부에 연락해서, 내 수명을 끝내버리는 듯하다. 
트래비스 버클1은 될 수 없다는 거다. 

단, 마지막 3일 만은, 감시원도 떨어져서, 
순수한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거기까지 가면 사람은 악한 짓을 하지 않게 된다던가. 





2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02:44.12 ID:uxwqRYpB0

저녁쯤에는, 구토감도 두통도 사라져있었다. 
나는 겨우 일을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충동적으로 수명의 대부분을 팔아버린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외일 정도로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3개월이나 남기지 말걸, 이라고 조차 생각했다. 
계속해서 감시만 당하는 3개월 따위 사양이니까 말이야. 
3일정도만 있으면 됐던 거 아냐? 

자 그럼. 자신의 가치가 낮은 걸 이제 와서 고민해도 소용없다. 
문제는,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겠지. 3개월로. 

나는 종이를 한 장 꺼내, 펜을 손에 쥐고, 
거기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작성했다. 
드디어 그럴듯하게 되었군. 





2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04:53.70 ID:uxwqRYpB0

하고 싶은 일 리스트.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소꿉친구를 만나 감사인사를 한다 

 ・친구와 만나 바보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낸다 

 ・지인 모두에게 유서를 쓴다 

 ・대학에는 가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에도 가지 않는다 

뭐, 전체적으로 평범한 발상이다. 
누구에게 쓰게 해도 비슷한 느낌이겠지. 





3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12:20.21 ID:uxwqRYpB0

어느 샌가 바로 뒤에 미야기가 있었고, 
내가 적은 리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그만두는 게 좋아요」 
첫 번째 항목을 가리키며, 그녀는 말했다. 
”소꿉친구를 만나 감사인사를 한다”. 

「어째서?」라고 나는 미야기에게 물었다. 

――소꿉친구에 대해서, 조금 설명할까. 
꿈에서도 나온 그 아이와 나는, 4살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그녀가 전학가기 전까지는, 어디에 가든지 함께였어. 





3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14:44.48 ID:uxwqRYpB0

중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에서 고립된 나에게 유일하게 매일 말을 걸어주고,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봐준 것도 소꿉친구였다. 

떨어진 후에도, 괴로운 일이 있었을 때,
내가 떠올리는 것은 소꿉친구였다. 

그녀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상관없지만 말야.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하고 싶다. 
최근 수년간 전혀 연락하지 않았지만,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려고 생각했다. 
어떤 형태로도 좋으니까, 그녀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17:21.94 ID:uxwqRYpB0

「그 소꿉친구씨 말입니다만」라고 미야기가 고한다. 

「17세에 출산했습니다. 그리고, 고교는 퇴학 
18세에 결혼하지만, 19세에 이혼했습니다.
20세인 현재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네요. 
덧붙여 2년 후, 목매달아 자살하게 됩니다. 

지금 만나러 가면, 분명 『돈 빌려줘』라는 말을 듣게 될 거에요. 
당신에 대한 것,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고요」 





3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20:27.06 ID:uxwqRYpB0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냐고? 
그야, 단단히 상처받았지. 단단히 말이야.
가장 소중한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지. 

한심한 이야기지만, 20세가 되어서도, 
내 근본은 어디까지나 퓨어하다고 할까
나이브하다고 할까 센시티브하다고 할까,  
말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지 않았단 말이지. 

무언가가 변하고, 무언가가 끝나가는, 
그런 것이, 아직도 견딜 수가 없다구. 
성인 남성인 주제에 카나리아처럼 민감해. 





3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22:32.67 ID:uxwqRYpB0

그래도 나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며, 
「흐응」이라고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3대 정도 피니, 몸이 안 좋은 탓인지, 
안 좋은 느낌으로 머리가 아파왔지.
그래도 계속 피웠다. 여러 가지를 잊기 위해서. 

미야기는 방의 구석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노트에 슥슥하고 뭔가를 적고 있었지.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샌가 해가 저물어있었다. 
나는 내가 쓴 리스트에 눈을 돌리고, 
소꿉친구 항목에 취소선을 그었다. 

그리고 한 번 더 리스트를 곰곰이 바라보고 나서, 
전화를 손에 쥐고,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





3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26:23.27 ID:uxwqRYpB0

『무슨 일이야? 별 일이네, 네가 전화를 걸다니』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알바와 공부로 바빠서 전화할 틈이 없었으니까 말이지. 

「갑자기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집에 돌아가도 괜찮을까나」. 
나는 엄마에게 그렇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족의 무상의 사랑 같은 것에 둘러싸여, 
여생을 평온하게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이 뭔가 말하기 전에, 엄마는 재잘재잘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2살 아래의, 남동생 얘기였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녀석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도 그럴 게 내 남동생, 약간 유명인이야. 
야구를 하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남자라서 말이야, 
1학년 때부터 갑자원에서 던지고 있어. 
텔레비전에도 항상 나오고 있어. 자랑스러운 남동생이지. 





3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28:05.41 ID:uxwqRYpB0

남동생의 여전한 활약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 
엄마는, 남동생이 데려온 애인의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미인이란다」라고 엄마는 20번 정도 말했다. 
「같은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미인이라서, 거기다 성격도……」 
마치 벌써 손자가 생겼다는 것 같은 말투라서 말이지. 
내 얘기 같은 건 전혀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생각은, 점점 시들어 갔다. 
최근에는, 그 남동생의 멋진 애인씨 라는 것을, 
자주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같이 먹는 것 같다. 
그 장소에 내가 섞이는 것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죽고 싶어 지지. 

나는 적당한 데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은, 그만두었다. 





4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33:48.02 ID:uxwqRYpB0

오늘은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야, 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좋아하는 거라도 하면서 기분을 달래자. 
그리고 내일이 되면, 다시 뭘 할지 생각하자. 

그런 이유로, 욕망이 향하는 대로 지내자고 결심한 나였지만, 
거기에,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녀석이 방구석에 있단 말이지. 

「저는 없다고 생각해 주셔도 괜찮아요」 
내 기분을 알아차린 건가, 미야기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신경 쓰이는 건 신경 쓰인다.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나는 제법 신경질적이다. 

동년배의 여자아이가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기 시작하면,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해진다고. 
「자연스러운 멋진 모습」을 내세우게 돼버린단 말이지. 
정신 차리니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완전히 자의식 과잉이다. 





4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35:30.26 ID:2hyJyUIz0

이런 거 가끔 생각한단 말이지
자신이 살아가는 가치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4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37:17.01 ID:uxwqRYpB0

한동안은, 남아있는 책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피네건스 웨이크」를 읽으며 폼 잡고 있었다. 
당연히, 내용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은 인생은 3개월인데, 뭘 하고 있는 걸까. 

독서에 질린 나는 근처의 슈퍼에 가서, 
글라스가 붙은 위스키와 얼음을 샀다. 
미야기도 과자빵이나 여러 가지를 사들이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왠지 행복한 착각에 빠져서 말이지. 

사실을 말하자면, 나에겐 옛날부터 동경하던 게 있었어. 
동거하고 있는 사람과 방에서 입던 옷 그대로 슈퍼에 가서, 
먹을 거라던가 술을 사서 돌아온다, 라는 행위에. 

부럽네ー, 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설사 감시가 목적이라해도, 젊은 여자아이와 
밤중에 슈퍼에서 쇼핑하는 것은 즐거웠다. 
덧없는 행복이지? 하지만 진짜니까 어쩔 수 없어. 





4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40:27.54 ID:uxwqRYpB0

집에 돌아와서,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나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알코올이란 건 위대하네. 

방구석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미야기에게 
나는 다가가서, 「같이 마시지 않을래?」하고 권해보았다. 

「괜찮습니다. 일하는 중이라서」 
미야기는 노트에서 얼굴도 들지 않고 거절했다. 

「그거, 뭘 적고 있는 거야?」라고 나는 물었다. 

「행동관찰기록입니다. 당신의」 

「그런가. 지금 나는, 취해있어」 

「그렇겠죠. 그렇게 보입니다」 
미야기는 귀찮은 듯이 끄덕였다. 
실제로 귀찮겠지, 나. 





4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44:30.05 ID:uxwqRYpB0

완전히 취기가 돈 나는, 왠지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낙담의 반동이라고 할까, 쌍극성이라고 할까 말이지. 
갑자기 포지티브하게 되었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활력이 넘쳐흘렀단 거지. 

나는 미야기를 향해, 소리 높여 선언했다. 
「나는, 이 30만 엔으로, 무언가를 바꿔 보이겠어」 

「하아」하고 미야기는 흥미 없다는 듯이 말했다. 

「겨우 30만이라고 해도, 이건 내 목숨이야.
3백만이나 3억보다 가치 있는 30만으로 만들어주지」 

나로서는, 제법 멋진 말을 했을 터였지. 





4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47:44.89 ID:uxwqRYpB0

하지만 미야기는 관심이 없었다. 「다들, 같은 말을 해요」 

「무슨 말이야?」라고 나는 물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다들, 극단적인 말을 하게 되요. 
……하지만 말이죠, 쿠스노키씨. 자ー알 생각해보세요」 
미야기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30년 동안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단 3개월에 뭘 바꿀 수 있다는 거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라고 나는 답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하는 말은, 한없이 옳단 말이지. 





4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3/05/07(火) 14:50:44.18 ID:uxwqRYpB0

나는 거기서 어떤 것을 눈치 채고 미야기에게 물었다. 
「저기, 너, 혹시, 앞으로 30년에 걸쳐서 
내 인생에 일어났을 일, 전부 알고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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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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