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김상조(한성대), 전성인(홍익대) 교수와 더불어 한국 좌파 경제학계의 대부다. 그는 현존하는 한국 경제의 문제가 모두 재벌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처럼 주장하곤 하는데, 작년 11월 그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 역시 그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칼럼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내용이 많아 하나하나 반박해보고자 한다.
1. "한국이 청년들에게 삶의 기본조차도 마련해줄 수 없는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일자리는 국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는 게 진실이다. 또한 지금 청년들이 어딜 봐서 삶의 기본조차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카페와 술집에서 밤을 불태우고, 해외 배낭여행 한번쯤은 갖다 와야 하며, 남들 가는 대학 안 가면 안 되는 게 지금 청년들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청년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청년’이기 때문이 아닌 태생적 환경이 불우하기 때문이며, 우리가 얘기하는 일반적 청년상은 아니다.
2. "젊은이들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같은 초대기업들과 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들을 '꿈’의 직장이라고 한다. 그런 기업에서 일한다고 해서 자신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조직의 부속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장하성 교수조차 조직(고려대)의 부속품이다. 조직의 부속품이 되기 싫으면 창업 밖에 길이 없는데, 기업가도 결국은 '시장'이라는 거대 조직의 부속품이다. 부속품이 되지 않으려면 '목숨을 끊어야' 한다.
그 때 한국의 대기업은 지금처럼 잘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적었던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중이다. 분명한 성과 차이가 있다. (한편 90년대는 부실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 경영과 노조 강성화로 한계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이 마구 지급되던 시기였다.1)
굳이 그러한 차이를 줄이고 싶다면, 세계 유일의 '파업 과보호 3종 세트'(대체근로 금지, 사업장 점거 허용, 엄격한 직장폐쇄 요건)부터 철폐해야 할 것이다. 파업 과보호는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자 간, 그리고 공급자 간 자율 경쟁이 아닌 억지 쓰기에 기반한 임금 인상을 유도한다. 파이가 제한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능력 이상의 고임금을 줘야 한다면, 누군가에겐 저임금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바로 협력업체 노동자와 비정규직이다. 대-중기 간,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는 이처럼 능력 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단순히 대기업 노동자가 많이 가져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파업 과보호로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노조가 없는 대기업까지 인재풀 유지를 위해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4. "뿐만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는 노동자 10명 중에서 4명이 대기업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2명도 안 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30대 대기업 중 16개가 망했다. 기업이 줄어드는 데 일자리가 늘어나겠나? 게다가 90년대는 정리해고를 비롯한 모든 해고가 사실상 금지된 상태였다. 과잉고용 시대였다는 얘기다. 특히 대기업 사업장의 경우, 민주노총의 득세로 해고가 더더욱 어려웠다.
5. "청년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취업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10명 중에 5명만이 정규직으로 첫 일자리를 시작하고, 그중에 대기업에 취업하는 행운아는 2명뿐이다. 나머지 3명은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2명은 '취준생’이라고 불리는 실업자다."
우리나라의 정규직은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일반해고가 사실상 금지된 안 좋은 일자리이고, 이러한 일자리는 해고비용(주요 39개국 중 3위 수준)2)이 높아 비정규직 고용을 늘게 만든다. 비정규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앞서 3번에서 설명했듯 우리나라에선 정규직 과보호가 심각해 비정규직이 피해를 본다는 게 문제다.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하고, 기간제 사용기간 및 파견업종 제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더불어 비정규직에게도 4대 보험을 보장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철폐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 간에 법이 부여하는 '차등적 신분’이 아닌 '능력’에 입각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 기업 역시 원하는 형태와 규모에 맞는 고용을 할 수 있어, 일자리가 늘어난다.
6. "대학에서 그들의 관심은 학문이 아니라 오직 학점이다. 대학에 낭만과 학구열은 사라지고 경쟁과 학점열만 남아 있다."
모두들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 자발적으로 선택한 길이다. 잘 벌고 싶으면 경쟁해야하고, 경쟁하기 싫으면 좋은 일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다.
7.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대기업이 되고, 재벌기업이 되는 성공신화가 한국에서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다."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와 30년(1986~2006) 동안 시행하다 실패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부터 폐지하라. 도대체 전 세계 어느 정부가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규제하며, 특정 업종으로의 진입을 막는단 말인가? 기업의 성장은 경쟁에서 비롯된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이었던 문구, 전구, 면도기 시장이 결국은 외국계 기업에 모두 넘어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중견기업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낮춰, 그들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태림포장공업의 경우처럼, 상속세를 못 내서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경우가 늘어나면 중소기업이 재벌기업이 되는 성공신화가 나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8. "재벌기업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창업의 성공이란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일 뿐이다."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3차 벤더까지 내려가도 노동자들의 임금이 중위 수준 이상이다. 잘 나가는 대기업의 1차 벤더는 영업이익률이 전체 중소/중견기업 평균(3~4%)은 물론, 30대 대기업 상장사 평균(5~6%)보다도 높다.
문제는 좁아터진 내수시장을 두고 과당경쟁에 나서고 있는 300만 비하청 중소기업과 600만 자영업자들이다. 특히 자영업계는 문제가 심각해서 월 100만 원조차 못 건지는 업자가 2~300만에 달할 지경이다. 도소매/음식/숙박업자의 수가 인구 수 대비 미국의 6배다. 160 여개에 달하는 특혜 조항과 연간 수 조원의 규모의 저리 대출/보증으로 망해야할 기업과 업자들이 망하지 않고 있으니, 이러한 과당경쟁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9. "한 개인의 절망은 개인적인 아픔이지만, 한 세대의 절망은 국가적인 위기다. 누가 완생의 한국을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