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뇌물과 조폭까지 동원해 불법 건축한 화성씨랜드 화재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금메달 리스트 뉴질랜드 이민감.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 여자 하키 국가대표 김순덕씨가 조국에 바친 메달이다. 국내에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10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조국에 메달을 안긴 대가로 그는 맹호장·목련장·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제 경기를 할 때나, 남편을 따라 해외에 체류할 때나 그는 언제나 대한민국 예찬론자였다. 그는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 만한 나라인지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그런 그가 이제 국가로부터 받은 모든 훈장을 반납하고 조국을 떠나려 하고 있다. 단순히 씨랜드 수련원 화재로 사랑하는 아들 김대현군(7)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땅에서 살아갈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가,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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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미궁에 빠진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떻게 된 셈인지 기초 자료가 하나도 없습니다. 초동 수사를 위한 기본적인 현장 보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하면 반드시 비디오를 찍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 테이프가 없어요. 화성소방서에 찾아가 물어보니까 비디오 테이프가 안 돌아갔다고도 하고, 그나마도 누가 보관하고 있는지조차 몰라요. 일반 국민은 검찰이 수사를 종료했다고 하니까 다 끝난 줄 알겠지만 상황이 그래요
삼풍 백화점 붕괴, 부천 가스 폭발,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 등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입니다. 우리가 사고를 당한 뒤 그분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분들 얘기를 들어보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분들도 우리와 똑같이 절망을 느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대충대충 빨리빨리 덮어버리고 넘어가는 바람에 진실이 가려지고 마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고통을.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군 의문사 유족들이 울부짖는 것을 보았는데 저는 그 분들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가 눈에 확연히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