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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38개월 딸과의 대화

38개월 딸이 한 9시쯤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더니 산책을 하자고 하더군요.

저도 옷을입고 따라 나섰고 아파트 단지 내 통닭집앞을 지나가며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딸 : 아빠 저거 뭐야?

나 : 응 통닭파는거야.

딸 : 왜? 왜 팔아?

나 : 사람들 사 먹으라고.

딸 : 왜? 왜 사먹어?

나 : 지원이 통닭 좋아해?

딸 : 응

나 : 좋아하는 음식을 사먹는거야.

딸 : 왜? 왜사먹어?

나 : 맛있는 통닭을 먹고싶은데 집에 없으니까

딸 : 왜? 왜 집에없어?

나 : 집에 먹을걸 안사놓으면 없지

딸 : 왜 안사놓으면 없지야?

나 : 냉장고에 먹을걸 넣어놓고 배고플때 꺼내서 먹는건데 통닭이 없어서

딸 : 왜? 왜 통닭이 없어?

나 : 통닭을 안샀으니까

딸 : 왜 통닭을 안샀어?

나 : 집에서 해서 먹는거보다 사먹는게 더 맛있거든

딸 : 왜? 왜 사먹는게 맛잇거든이야?

나 : 집에서 만들어 먹는거보다 사먹는게 맛있는 음식이 있어

딸 : 왜? 왜 사먹는게 맛있어?

나 : 먹어보면 맛있어

딸 : 그래


(잠시 침묵)

딸 : 근데 왜 통닭이야?

나 : 닭을 통째로 튀겨서 통닭이야.

딸 : 왜? 왜 통째로 튀겨?

나 : 닭을 자르지 않고 튀기는거야.

딸 : 왜 안잘라?

나 : 통째로 튀겨야 보기에 맛있을 수 있거든. 그런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딸 : 왜? 왜있어?

나 : 아빠는 김치 그냥 먹고 지원이는 씻어먹지?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거야

딸 : 왜? 왜 달라?

나 : 그걸 개성이라그래. 은우랑 지원이랑 똑같이 생겼어?

딸 : 아니

나 : 사람은 생긴것도 다르고 좋아하는것도 다 다른거야.

딸 : 왜? 왜 달라?

나 : 세상에 똑같은건 하나도 없는거야. 원래 그런거야

딸 : 왜? 왜 그런거야?

나 : (화제전환. 커피 집 앞에서) 지원아 주스 먹고싶어?

딸 : 아니 거기로 가지마

나 : 알았어 먹고싶으면 말해

딸 : 왜? 왜 말해?

나 : 그래야 아빠가 지원이 주스먹고 싶구나 알 수 있지

딸 : 그래

(잠시침묵)

딸 : 근데.. 할머니 어딨어?

나 : 할머니 아까 저녁에 우리집에서 저녁 드시고 어디 가셨어

딸 : 언제와?

나 : 일 다 보시고 오신댔어. 아빠도 언제오는지 몰라

딸 : 할머니를 찾아야겠어

나 : 왜?

딸 : 할머니 추우니까

나 : 지원이 지금 추워?

딸 : 아니 난 안추워

나 : 할머니도 안추울거 같은데?

딸 : 아니야 할머니는 추워

나 : 지원아 오늘은 집에 가고 할머니한테는 전화할까?

딸 : 응 전화해

(할머니와 스피커폰으로 전화연결)

딸 : 할머니

할머니 : 오 지원이 무신일이야?

딸 : 할머니 추워요

할머니 : (밖이라 잘 못알들으심) 그래 지원아 알았어

딸 : 할머니 춥다구요

할머니 : 지원아 뭐라고?

딸 : 할머니 추워서 안돼요

할머니 : (못 알아 들으심) 그래 지원이 안녕

딸 : 할머니이~~~이↑ ↓ 추! 워! 요!

할머니 : (못 알아 들으심) 지원아 나중에 봐~

나 : 오마니. 지원이가 할머니 보고 싶대요. 언제오세요?

할머니 : 지금 가고 있어

나 : 그럼 집 앞 놀이 터에서 잠깐만 더 놀고 있을게요. 얼굴이나 보고 가죠 뭐

할머니 : 그래 이따가 보자

(전화 끊음)

딸 : 안되겠어 할머니를 찾아야겠어

나 : 할머니 금방 오신대

딸 : 저기가 할머니 집이야

나 : 우리 놀이 터에서 할머니 기다릴까?

딸 : 그래

(놀이 터로 걸어감)

딸 : 아빠 나 다리가 쪼금 아파

나 : 안아줄까?

딸 : 그래!

(걸어가는 길)

딸 : 나 주스먹고싶어졌어

나 : 그래 먹자

딸 : 주스집으로 가

나 : 그래 (블루베리 바나나 주스 주문)

딸 : (테이블에 앉으며) 아빠 이리와 우리 얘기좀 해

나 : 그래. 여기 주변에 이쁜것들 많은데 둘러보고 있어봐

딸 : 왜? 왜 이뻐?

나 : 여기는 손님들이 와서 뭘 먹는데라 이쁘게 꾸며야해

딸 : 왜? 왜 꾸며야해?

나 : 지원이는 집이 막 어지럽고 더러운게 좋아 아님 깨끗하게 좋아?

딸 : 깨끗한거

나 : 다른사람도 깨끗하고 이쁜게 좋아. 그래서 이쁘게 꾸며놓은거야

딸 : 난 이게 가장 좋아 (타이포 이미지로 가득 찬 액자를 지목)

나 : 왜? 액자가 왜좋아?

딸 : 그냥 좋아

나 : 왜? 액자가 왜 좋아?

딸 : 액자가 좋아서

나 : 그래

(음료수 나옴)

딸 : 아빠 이거 왜 마셔?

나 : 지원이가 주스 먹고싶다고 해서 아빠가 사온거야

딸 : 왜? 지원이가.. .어.. 지원이가.. 어
왜 주스먹고싶다고 그랬어?

나 : 지원이가 목이 말라서 먹고 싶었나봐

딸 : 근데 아빠 주스 왜 사왔어?

나 : 지원이가 먹고싶다고 했으니까

딸 : 맛있어

(잠시 주스를 빨아먹음)

딸 : 아빠도 먹어봐

딸 : 맛있지?

딸 : 맛있다고 말좀해봐

딸 : 맛있지?

(밤중에 찬거 많이 먹으면 배아플까봐 크게 쭉 빨아들임)

딸 : 아~ 아~ 아~ 다먹으면 안돼

나 : 아니야 다 안먹어. 맛있어서 그런거야

딸 : (빨대 입에 닿는 부분을 손으로 만짐)

나 : 지원아 여긴 손으로 만지는거 아니야

딸 : 왜? 왜 만지면 안돼?


이후 빨대 입에 닿는 부분을 왜 손으로 만지면 안되는지
왜 카페의 문이 열려 있는지
왜 놀이 터에 사람이 없는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고...
할머니를 만나 끝내 들어가서 토마토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왜 벌레를 밟으면 안되는지에대한 한바탕 대화 후
집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린 덕분인지 어젯밤은 잘 자더군요.
오늘저녁도 해 봐야겟어요 ㅋㅋㅋ



퍼온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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