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할 때 해경이 이를 알고도 봐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JTBC는 2008년 12월9일 조희팔이 충남 태안에서 중국으로 밀항할 때 이를 경찰에 제보한 양식업자 박모씨와 해경 실무자 간 당시 통화 내용을 28일 보도했다.
녹취록 내용을 보면, 해경 관계자는 박씨에게 “경비정 몇 마일 떨어져서 계속 감시하는 걸로. 그래서 공해상에서 일망타진하는 걸로 검거 계획서를 그렇게 짰다고. 접선할 때 중국 어선까지 다 일망타진하는 걸로 해버렸거든”이라고 말했다. 해경이 조희팔을 태운 배가 지나가는 곳에 잠복하고 있다 모두 체포하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이어 “계획서를 무시해버린 게 서장이야. … 한 시간 있다 부르더니 경비정 다 빼래”라고 말했다. ㄱ 당시 해경 서장이 조희팔을 체포하기 위해 잠복하고 있던 경비정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ㄱ서장은 조희팔 검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됐지만 넉 달 뒤 복귀해 현재 강원지역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록에는 검찰과 경찰 간부의 실명도 등장한다고 JTBC는 보도했다.
밀항건 제보자 박씨는 금어기에 키조개를 불법 채취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데, 수사기관의 유착 의혹이 드러날까봐 자신을 구속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JTBC는 전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