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분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려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3살 많은 오빠는 작년에 결혼했고 저는 미혼이에요
별로 결혼 생각 없고, 부모님도 제 결혼에 관심 없고, 오빠 결혼때도 알아서 해라 우린 몰라 이랬어요
지난주에 오빠가 오랜만에 엄마밥 먹고 싶다고 새언니랑 왔어요
새언니가 결혼하니까 너무 좋다, 아가씨도 결혼해서 사랑 많이 받으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 직장동료 중에 좋은 사람 있는데 만나볼 생각 없냐고 했어요
만나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고 시간 정해서 오늘 만났어요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휠체어 탄 남자분이 혹시 ##씨 맞으세요?하는데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제가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분도 어쩔 줄을 모르고
그분은 제가 비장애인이라 되려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겨우 정신 수습하고 그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만 했어요
그분이 웃으시면서 왜 ##씨가 죄송하냐며
새언니가 실수한 것 같은데 그럴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지 하면서
끝까지 좋게 좋게 말씀하셨어요
남의 가게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차 한잔 마시고 15분만에 나왔어요
집에 가서 그냥 아무말 안해야지 하고 시간 좀 때우다 들어갔는데
엄마 아빠 보니까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결국 엉엉 울고 말았어요
엄마 아빠가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제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우니까
소개팅남한테 무슨 일 당한 거라 넘겨짚어서
그게 아니라 휠체어 탄 사람이 나왔어
이 한마디 겨우 하고 계속 울었어요
당장 오빠네 전화해서 오라고 했죠
오빠 부부 신발도 다 벗기 전에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엄마가 악다구니를 썼어요
오빠는 깜짝 놀라고 새언니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이런 표정이구요
자초지종을 듣고는 오빠도 얼굴이 벌게져서 손을 막 떨고
새언니 진짜 뻔뻔하게 정말 좋은 사람이라 소개해준 거래요
장애 있다고 사람 차별하시면 안돼요 이러고 있네요
엄마가 오냐 너 말 잘 했다 그럼 너는 왜 사지멀쩡한 내 아들이랑 결혼했냐고 소리소리 지르고
오빠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처제한테는 소개해줬어?
결혼 안한 사촌동생들도 많잖아 거기도 소개해줬어?
막 몰아붙이니까 아무말 못 하네요
아빠가 다 듣기 싫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했어요
며느리 있기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거 없으니 안 보면 된다고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결혼한지 8개월 됐는데 지금까지 5번 봤어요
설, 어버이날, 오늘 포함해서요
시집살이? 그런 거 절대 없습니다
오빠네한테 관심이 없어요
오히려 관심받고 싶어서 이 난리를 일으켰나 싶어요
오빠한테 미안하네요
오빠있는 친구들보니까 어릴 때 많이 싸우던데 저희는 그런 거 없었어요
저 철부지랑 싸움이 되냐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공부도 잘 가르쳐주고 숙제도 도와주고 정말 잘해줬어요
글쓰다가 몇번이나 멈췄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출처]
http://pann.nate.com/talk/327540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