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기태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장준하선생 유해 정밀감식 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정빈 명예교수가 장준하 선생의 유해정밀 감식 결과보고를 하고 있다. presskt@newsis.com 2013-03-26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1970년대 유신 반대 투쟁에 앞장서다 의문사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사인이
외부 가격에 의한 것이라는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왔다.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이정빈 의대 명예교수의 장준하 선생 유해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과 엉덩이뼈에서 손상이 발견됐다"며
"외부 가격으로 두개골이 함몰돼 즉사한 뒤 추락해 엉덩이뼈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는 장준하 선생이 1975년 8월17일 경기도 포천시 약사봉에서 실족사 했다는 당시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 교수는 "때릴 경우 때린 쪽 뇌에 손상이 생기지만 넘어졌을 때는 반대편 뇌가 손상된다"면서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은 반대쪽이 깨끗해 넘어져서 손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엉덩이뼈의 골절과 관련해서는 "엉덩이뼈에 골절이 일어나려면 해머나 큰 돌로 찍어야 하는데
시신 사진에는 이로 인한 손상이 없다"며 "평면에 떨어져서 골절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시신에서 출혈이 거의 없었던 점을 들어 두개골 손상으로 사망한 뒤 시신이 추락해 엉덩이뼈가 골절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약사봉에서 발을 헛디뎌서 떨어졌다면 지면과 붙으면서 내려와 피부에 손상이 엄청나게 많겠지만
장준하 선생의 시신에는 찰과상이 별로 없다"며 실족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장준하 선생의 유해는 지난해 8월 파주 광탄면 묘소를 현재의 장소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 두개골에서는 7㎝ 크기의 함몰 흔적이 발견됐고 장준하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이 교수와 서울대 의대 연구팀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는 "아버님의 관을 두 번씩 여는 큰 죄를 지으면서도 이 나라에서 이런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밀 감식을 결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아버님이 꿈꿔왔던 조국의 모습을 보는 날까지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가격에 의한 타살임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진상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과 국회 차원에서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