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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와 도둑으로 만나, 13년째 쪽방촌 봉사 파트너가 된 사연





<김윤석 경위와 박승우씨 봉사활동 횟수만 570회>

1998년 자동차 털다가 붙잡혀 출소 후 박씨의 사회적응 위해 김경위, 물심양면으로 도와
박씨 "부모님이 낳아주셨지만 사람 만들어준 건 윤석이 형님"

서울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지난 8일. 독거노인들이 사는 '영등포 쪽방촌'에 강서경찰서 가양지구대 김윤석(50) 경위와 
박승우(41·중고차 수리업)씨가 직접 만든 떡국과 김치볶음을 들고 찾아왔다. 두 사람은 쪽방촌의 좁은 비탈길을 능숙하게 다니며 
떡국을 배달했다.

김 경위와 박씨는 13년째 '봉사 파트너'다. 함께 봉사 활동을 다닌 횟수가 570번이 넘는다. 14년 전에는 경찰과 범인이었다. 
1998년 박씨는 차 문을 따고 물건을 훔치는 '자동차 털이'를 하다가 잠복 중이던 김 경위에게 붙잡혔다. 박씨는 절도 혐의로 
1년 6개월 형을 살다가 2000년 출소했다.

박씨는 김 경위를 찾아가 "사람 인생 이렇게 만들어 놨으면, 살아갈 길이라도 뚫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따졌다. 
박씨는 "'내 인생은 항상 왜 이렇게 꼬일까' 하는 생각에 독기가 올랐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 출신인 박씨는 해군특수전여단(UDT)에서 군 복무를 한 후 1993년 군복도 안 벗고 상경했다. 
UDT 선배들이 "군복 입고 서울에 가면 경비업체에 취업이 잘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마다 퇴짜를 맞았다. 
재미로 몸에 새긴 문신 때문이었다.

취업이 안 되자 박씨는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거나, 넝마주이를 하며 돈을 벌었다. 
바구니를 등에 지고 다니며 "고물, 옷 등 돈이 될 만한 건 다 줍고 다녔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하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폭행·절도 등으로 전과가 18범이다. 교도소도 2번 다녀왔다. 박씨의 삶은 계속 망가졌다.

김 경위는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동생(박씨)의 삶이 딱하더라.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조사할 때 제수씨도 찾아와 울면서 '제발 살려달라'며 빌던 모습도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박씨에게 "너, 뭐 하고 싶으냐. 포장마차라도 해볼래?" 하고 물었다. 
그러곤 포장마차를 차릴 수 있도록 200만원을 줬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자기가 하는 봉사 활동을 같이 하자는 것.

이때부터 박씨는 김 경위를 '친형'처럼 따라다녔다. 김 경위가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하며 '삼동소년촌'에 봉사 활동을 갈 때, 
영등포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겨 '영등포 쪽방촌'에서 봉사 활동을 할 때도 항상 따라갔다. 
김 경위가 2001년 '쪽방 도우미 봉사회' 사무실을 열 때도 박씨는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 경위는 박씨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형편이 좋지 않은 박씨의 두 아이 출산 비용을 내줬다. 
"첫 아이 출산할 때 아기가 거꾸로 있어서 당장 수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현금 150만원이 제겐 없었어요.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형님한테 전화했는데, 형님이 바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서 주더라고요. 
기계에서 바로 나와 돈이 따뜻했는데… 울컥했습니다."

2007년 박씨 아버지의 칠순 잔치도 김 경위가 열어줬다. 
박씨는 "그냥 형님한테 '아버지 생신이라 시골 좀 다녀올게요' 하고 말했을 뿐인데, 내려가니 꽃다발에 한우까지 와 있더라. 
형님 덕분에 제대로 효도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 박씨는 김 경위가 시키지 않은 봉사 활동도 알아서 잘한다. 
포장마차를 운영할 땐 남은 재료로 계란말이 등을 만들어 쪽방촌에 가져다줬다. 
손재주가 있는 박씨는 쪽방촌 주민들의 소소한 일도 직접 처리해준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이 고무 바퀴가 빠져 낑낑대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휠체어를 고쳐줬다.

현재 박씨는 광명에서 자동차 공업소를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영등포의 쪽방촌에 나와 김 경위와 봉사 활동을 한다. 
박씨는 "저를 낳아 주신 게 부모님이라면, 사람 만들어 준 건 형님이에요" 하고 말했다. 
김 경위도 "동생 없었으면 쪽방 봉사 활동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겐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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