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무슨 치질?”
치질은 50세가 넘으면 50% 정도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배변 습관, 화장실에서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해 2030 젊은 치질 환자가 꽤 많이 늘고 있다.
치질은 치핵과 치열, 치루 등 항문 주위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말한다. 치질의 80%는 치핵이다. 치핵으로 병원 진료받은 수는 61만명(2016년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넘는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질 환자가 40, 50대가 각각 20%로 가장 많지만 20대(16%)와 30대(19%) 젊은 층도 잘못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배변습관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부끄럽다고 버티지 말아야
치질 등 항문병은 진찰받기 껄끄러워 증상이 나타나도 참고 지내기 일쑤다. 젊은 나이에 잘 생기는 치열은 변비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항문 점막이 찢어진다. 때문에 항문 괄약근은 반사적으로 더 조여진다. 그러면 배변이 어려워지면서 더 많이 찢어지게 된다. 이런 원리로 참다 보면 병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다.
요즘엔 의료정보를 얻기 쉽다 보니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의 증상과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대처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렇게 찾은 정보는 실제와 상황이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은 “의사들도 다른 의사에게 진찰받지 않고 지내다가 큰 병을 조기 진단하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며 “이것만 봐도 자가 진단이라는 것이 오진 위험성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치질이 생겼다고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보다 덜하지만 요즘도 치질 수술에 공포를 느끼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요즘에는 치질 수술이 그다지 아프지 않을뿐더러, 치질이 생겨도 다 수술할 필요는 없다.
◇치핵 3, 4기라면 수술해야
수술할 때가 따로 있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도 있고, 수술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심지어 수술해도 깔끔히 치료되기 어렵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핵은 3, 4기까지 진행됐을 때 주로 수술로 치료한다. 치핵 1기는 항문에서 피가 가끔 날 때고, 2기는 변을 볼 때만 혹이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정도다. 이럴 때에는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5분 정도 담그는 좌욕을 하거나 약물치료와 좌약 등을 삽입하는 것 정도로 증상에 대처할 수 있다. 3기부터는 항문 밖으로 나온 혹을 억지로 집어넣어야 항문 안으로 들어간다. 4기는 아예 혹이 들어가지 않는 단계다. 이때 수술로 혹을 떼어낸다.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은 어쩌다 찢어져 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규칙적인 식사와 섬유질과 수분 섭취를 늘리고, 따뜻한 온수 좌욕에 더해 좌약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1~2주 내에 증상이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이런 대증요법에도 별로 호전되지 않거나, 좀 좋아졌다가도 이내 증상이 반복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치질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가져야 한다.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바이오리듬도 그에 따라 잘 돌고, 배변도 원활해진다.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독서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삼간다. 과도하게 힘을 줘 배변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평소 적당히 운동하면 장 운동에 도움이 된다. 식사시간을 지키며 섬유질이 많은 음식에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변이 단단해지지 않는다.
치핵이 있다면 항문 혈관이 확장되지 않도록, 쪼그리고 앉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아야 한다. 술도 항문질환을 악화시킨다.
<항문질환 예방법>
1.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기
2. 변기에 5분 이상 앉아있지 않기
3.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
4. 욕조에 섭씨 40도의 따뜻한 물로 편안한 자세로 5~10분 담그기
5. 배변 후 비데나 샤워기로 씻어내고 말리기
6.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물 많이 마시기
7.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하기
8. 장시간 앉아서 근무할 때 일어서서 휴식시간 갖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