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변 아파트

대학 시절 이야기다.

대학교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나는 자취를 했다.

대학교 근처 아파트 1층 방이었다.



수로가 많은 거리라, 살고 있던 아파트 뒤쪽에도 폭 5m 정도의 수로가 있었다.

창문을 열면 바로 수로가 내려다보인다.

수로에는 잉어가 많이 헤엄치고 있어, 종종 창문을 열고 빵찌꺼기 같은 걸 던져주곤 했다.



어느날 밤, 문득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지난 터였다.

자다가 새벽에 깬 건 처음이었기에, 왜 이런 시간에 눈을 떴나 의아해하던 찰나.



창밖에서 찰박, 찰박하고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려오는 걸 깨달았다.

잉어가 튀어오르기라도 하는건가 싶어 창을 보았다.

커튼 너머로,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창문에 달라붙은채 조금씩 올라오는게 보였다.



창밖에는 사람이 서 있을 공간 따위 없다.

창문에 딱 붙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자,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놈의 상반신이 커튼 너머로 보이게 될 무렵, 그놈이 천천히 손을 뻗어 창틀에 댔다.



창을 열려고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잠겨있는 덕에 창은 움직이지 않았고, 창틀이 끼긱하고 소리를 낸다.

놈은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그 소리로, 내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려는 듯 기척을 살피고 있었다.

나도 이불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숨만 가볍게 몰아쉬었다.

서로 움직임을 멈추고 커튼 너머로 기척을 살피는 시간이 흘러간다.



실제로는 아마 5분도 되지 않았겠지만, 내게는 영원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문에 달라붙은채, 서서히 2층으로 올라간다.



잠시 뒤, 놈의 발끝만이 보일 무렵, 2층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커튼 너머로, 놈의 발끝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놈이 2층 방, 천장 바로 위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2층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알 바가 아니었다.

단지 움직이지 않은 채, 호흡조차 한없이 얕게 쉬며 윗방의 기척을 엿볼 뿐이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나는 미동도 않은채 오로지 기척을 죽이고, 윗방의 기척을 살필 뿐이었다.



그 사이 윗방에서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7시 지날 무렵, 옆집 샐러리맨이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뛰쳐나가 잠옷 차림으로 그 뒤를 따랐다.



큰길로 나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이후 한동안 친구네 집에 묵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몰인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윗방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때 수로에서 올라온 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아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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