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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 어머니께 인사 온 주인집 아저씨


6살 때 일이다. 

내 기억에 최초의 목격인 것 같다.

일주일 전에 뭘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무려 20년도 넘게 지난 일이 아직도 가끔 흐릿하게 기억이 난다.


내가 7살이 될 때 까지 우리집은 방 두 칸짜리 월셋방에 살았다.

주인집과 함께 살았는데 주인집엔 할머니,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누나, 형 이렇게 살았다.

다른 주인집 식구들은 우리 가족들에게 모두 친절했는데 유독 주인집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굴었다.


아저씨는 작은 노가다 업체의 사장이었는데, 유독 어린 나와 형에게 잔소리가 심했고 짖궂은 장난도 많이 쳤다.

술이라도 마시고 오는 날엔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섰고, 처음엔 주인집이라 눈치를 보던 우리 부모님들도 자주 아저씨와 다투곤 하셨다.


태풍에 슬레이트 지붕이 날라갔던 여름이 갓 지난 초가을쯤인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잊지 못 하는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우리집 식구들은 9시가 조금 넘으면 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모두 잠이 들었다.


그 날도 9시 뉴스 시계 소리를 듣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녁? 늦은 저녁? 쯤에 오줌이 마려워 깨어났다.

대문 옆에 있는 음산한 화장실에 너무 가기 싫어 자고 있는 엄마를 흔들어 깨워서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졸랐다.

엄마는 비오는데 대충 마당에다 눠도 된다고 대충 대답하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부엌을 지나 문을 열고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서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었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하는 대문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

주인집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마당에 들어와 한 가운데 서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또 심술을 부리겠구나 하는 마음에 잘못걸렸구나 싶었다.

아저씨는 한참을 나를 아무 표정없이 처다보더니 할머니가 계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아저씨가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아저씨는 다시 마당에 나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대문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다시 들어가 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집안이 시끄러웠다.

주인집 사람들은 눈물 바다가 되었고, 어머니도 할머니를 부여잡고 울고 계셨고,
아버지는 담배를 태우며 한숨만 내쉬었다.

학교에 다녀 올 때 까지도 나는 이유를 몰랐다.

저녁 밥을 먹을 때 쯤에야 어머니가 아저씨가 돌아가셨으니 말썽부리지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린 형과 나에겐 아저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장례가 끝나고 방에서 아저씨에 대한 얘기를 나누시던 어머니 아버지께
그 날 밤에 나는 아저씨를 봤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얘기를 들은 어머니는 주인집 할머니께 말씀을 드리니 

" 현복이(가명)가 어매한테 인사할라고 찾아왔던갑다.~ 
  내는 그것도 모르고 밤새 디비자고 있었다아이가 아이고 현복아~~ "

하시며 대성통곡을 하셨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들은 얘기였지만 

비오던 그 날, 

오후에 새참으로 술을 과하게 드신 아저씨는 

개구부(바닥이 뚤린 구멍)에 빠져 추락을 하여 생사를 오가는 중이었고

7시쯤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 때 내가 나이가 더 들었더라면

비가 오는데도 아저씨의 머리가 하나도 젖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뜻인 줄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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