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일째이다. 이 자그마한 10층짜리 건물에서 더 이상 할수 있는건 없다.
TV는 나오지 않고 영원할것이라 생각했던 인터넷마저 연결되지 않는다.
4일전 나간 아버지는 아직 소식이 없다. 아마 돌아오시지 못할듯 싶다.
30일전 '밖으로 나오시면 위험합니다' 라는 방송만 나온뒤에
다음날 503동의 출입구는 철편조각들과 함께 용접이 돼어 있었다.
가스마저 나오지 않고 난방도 돼지 않는다. 아직 내가 사는 401호 밖으론
한발짝도 나간적이 없다.
두렵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설마 이 503동에 나혼자 남아있는건 아니겠지 ?
항상 욕조에 받아놓은 찝찝한 수돗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는 생활... 더이상은 무리다.
혹시 대기오염이 극을 달하여 호흡이 불가능 한것일까 ...?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본다.
아니면 괴생물체의 습격이란 말인가...
우선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 이 고독... 그리고 밤마다 찾아오는 공포감...
더 이상 혼자 버티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집에서 쓰던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혹시 모를 괴생명체를 대비한 호신무기 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썼다. 이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옷을 아주 두껍게 껴입었다. 우습지만 빙하기가 찾아왔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 결심했다. 그리고 현관으로 향했다.
힘차게 문을 열었다. 괴생명체도... 기상이변도... 대기오염도 아닌 정체를 알수 없는 이유였다.
평소 다니던 복도와 다를바가 없다.
복도식 아파트가 아닌 이곳에선 뭔가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 설마 우리를 가둬놓고 무슨일을 벌이는게 아닐까..?
분명 비상 사태 랬다구... 침착하자.
더군다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왠만한 비상 사태가 아니면 이런일은 없을거야.
그저 사소한 일은 아니겠지.. 국가에서 우리 안전을 지켜주기 위함일거다.
우선 사람들을 찾아보자. 슬슬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 낡은 아파트니까
비어있는 집도 더러 있겠군.. 우선 첫번째는 맞은편 402호 문부터 두드려 보자.
' 쾅쾅 '
" 저기 계세요 ? "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긴 분명 한 가족이 살고 있다. 만약 안에 있다면 식료품을 얻을수도 있을것 같다.
' 끼 익 '
"여... 여보 ? "
"네.. 넷 ? "
안에선 매우 야윈 한 여인과 그녀의 품에 안긴 귀여운 아기가 나왔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에 촛점이 없는걸로 보아 며칠간 굶거나 혹사 당했을 가능성이있다.
지금 상황을 봐선 굶었다고 밖에 볼수 없다.
"아니군요.. 흑흑"
그리고 그녀는 몸을 비틀 거렸다. 우선 이 여인을 진정 시킨 다음 자세한 상황을
물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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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어요 ?"
"네... 조금.."
"근데... 실례지만 남편분은 ? "
"제.... 제 아들과 잠시 외출했다가 출입구가 막혀버렸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성을 되찾은 여인은 생각했던것 보다 매우 예쁜얼굴이였다.
이 아이도 자기 엄마를 닯아 이렇게 예쁜 것이였나 ?
아무튼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순 없다. 앞으로 무슨일이 닥쳐올지 모르므로
미리미리 탐색을 해놔야 할것 같다.
"그럼 잠시만 여기 계세요"
"네 ?"
"다른 분들이 또 있나 찾아봐야죠"
그렇게 말하곤 난 밖으로 나왔다. 내손은 아직도 두려움에 떨어 굳게 쥔 야구방망이를 놓치지 않는다.
좋아 이제 다른 층으로 가야 하니까 마음 굳게 먹고... 설마 무슨일 있을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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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틀렸다... 3층도.. 2층도 아무도 없다... 외출중에 출입구가 봉쇄됐거나...
혹은 원래부터 아무도 살지 않은 집이라고 정의를 내릴수 밖에 없다.
남은건 1층이다. 1층에도 없다면 4층 위를 확인해 볼수 밖에 없다.
좀 더 내려가니 1층에 있는 503동 출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비린내 같은 이상한 냄새와... 바닥에 어지럽혀져 있는
사람의 장기 및 살점들을 볼수 있었다.
그리고 한계단을 더내려가봤다. 순간 나는 내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짐승이 먹다 만듯 파헤쳐진 시체의 배... 시체는 흰자위를 적나라 하게 느러내며 누워있었다.
확실하지 않으나 비슷한 사인의 시체는 세구이다.
욕지기가 올라 입을 막았지만 비릿한 피냄새는 콧속의 점막을 자극한다.
젠장 빨리 끝내고 올라가 봐야 겠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완전히 내려갈순 없었다.
한칸...두칸... 숨을 죽이며 내려갔다.
그렇게 3계단을 더내려가고... 앞으로 남은 계단수는 4계단 정도 ?
난간밖으로 목을 빼어보았다.
"우...우욱"
결국 입밖으로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비위가 조금만더 약했더라면 오늘 먹었던 것을 모조리 내뱉었을지도...
1층 엘리베이터 앞은 처참했다.
여러구의 시체가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산을 이루고 있다.
아마 내가 사는 4층밑의 사람들이 분명할 것이다.
이건 분명 인간이 한짓이 아니다. 틀림없다.
젠장 아까 부터 무서워 죽겠는데 이건 무슨소리야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마치 무언가를 갉아 먹는듯한 소리...
그 소리의 근원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었다.
한 시체 위에 어떤 '짐승' 이 고개를 쳐박고 있다.
다리 갯수는 총 넷... 마치 개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사람을 먹는개가 어디 있으랴...
아니다... 이런 믿을수 없는 상황엔 이것 저것 고려할 시간은 없다.
우선 '사람을 먹는 광견' 이라고 단정 짓자.
하지만... 저 수많은 사람들이... 미친 개 하나를 못이기고 전멸 했다 ?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래 저래 생각 하던중...
갑자기 '개'가 이상한 행동을 취했다.
쳐박고 있던 고개를 빼들더니 큰소리로 우는 것이였다.
개가 짖는 소리와는 엄연히 틀린 이상한 소리 였다. 내 평생 들어 보지도 못한...
그리고... 분명히 입이 네갈래로 벌어 졌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그냥 넘겨 버렸던 괴생물체의 설이 확실하단 걸까...
저놈은 인간을 먹는다. 인간을 먹는다면 나는 물론 행여 이 아파트에
남아있을지 모를 사람들 전부가 위험하다.
아직 궁금 한게 태산 이다. 하지만 나 혼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우선 저것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저렇게 단단히 용접된 출입구를 통과했는지가
의문이다.
아직 찾은 생존자는 402호 여인과 아기 뿐... 우선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계단을 올라야 겠다.
3층 까지 올라오고 나서야 겨우 식은땀을 닦아 낼수 있었다.
그건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생명체가 분명했으며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다면
있어야될 생명체도 아닐 것이다.
우선 의문은 저 동물이 어떤 경로를 통에 이런 페쇄된 공간 내부로 들어올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알아낸다면 손쉬운 탈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밖에 무슨일이 있는지 알길이 없는게 아쉽다.
사람을 모으는게 급선무이다. 생각만 하지말고 곧바로 행동하자.
4층까지 돌아봤었으니 다음은 5층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예상한대로 눌러봤자 아무반응이 없다.
또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며 체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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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도... 6층도 사람은 없다. 이정도로 사람이 없는 아파트는 아니였다.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하긴 1층 엘리베이터 앞 시체만 해도 수두룩 했으니...
왠지 아버지를 찾아야 겠단 생각으로 나온것이지마는 아버지가 아닌 사람을 찾고 있다.
그나저나 402호의 여자와 아기는 아직 우리집에 머물고 있을까 ...? 혹시 도중에 나가버렸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온다. 서두르자. 7층이다.
이상하다. 7층에 올라오니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702호에서 들려온다.
'똑똑'
"암호를 대라"
"그... 그런게 있을리가..."
"쳇"
'덜컹'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온건 20살이 조금 넘어보이는 남자였다.
그 어깨 너머로 3명의 사람이 보인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떡대좋은 남자한명과
내 또래로 보이며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였다.
"당신 어디서 왔어 ? 아래층?"
"아... 예"
"용케 살아있구만 현관밖으로 나가지 않았나 보지?"
"저희 아버지는 나가셨어요"
"죽었어"
"예 ?"
"너희 아버지는 죽었다고 나가면 죽는거야"
그는 씨익 웃어보이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떨구었다. 어째 죽었다는 말을 함부로 할수가 있는가...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1층의 괴생명체를 보았고... 그옆의 시체들도 보았기에
나로썬 반박할만한 재간이없다. 우선 사람들을 발견 했으니 화는 참고보자.
"그럼 봤겠구만 ? "
"뭐...뭘요?"
"그 괴물 못봤어? "
"아 그 1층에..."
"1층에만 있단 말이야 ? 그땐 쫓아와서 죽을뻔 했구만..."
정말 건방진 녀석이다 말끝마나 반말로... 물론 내가 연소자 인건 맞지만 이런 대우를 받을 만큼
내가 만만해 보인다는 건가...
"너말고 더있나?"
" ... ? "
" 사람말야"
" 아 두명더있습니다."
"같이 올라와... 근데 그놈이 쫓아오면 이곳으로 오지말고 알겠지 ? "
'쾅'
그는 자기 할말만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젠장 이런대우를 받고도 멍청하게 가만있었다니...
우선 4층으로 가야 겠다. 아직 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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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그사람 때문에 4층이어도 두려움이 생긴다... 1층에만 있는게 아니였다.
'식량'이 많기 떄문인가 ... ? 아무튼 어서 데리고 가야 겠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쪽에
붙으면 안전할수 있을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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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 여편네.. 어디로 간거야..
심장 박동소리가 복도 내부를 울렸다.
하지만 꼭 내가 그 여자를 책임져야 할일은 없지 않은가...
얼굴만 말짱했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 같았으니까.
데려가봐야 사람들에게 짐만 될터이고 게다가 아기까지 달고있다.
혼자... 가자
두려운 마음이 용솟음쳐 빠르게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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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오질 않는다.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슬슬 걱정이 돼기 시작한다. 넋놓은채 남편만 기다리던 나를 구해준
고마운 학생인데...
아무래도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간것 같다. 아직 그 학생, 나, 그리고 불쌍한 우리 아가...
나라고 가만있을순 없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 생필품을 챙겨놓아야 겠다.
나중에 자리를 옮겨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 떄문이다.
그나저나 10층에 있는 현수 엄마는 무사 할까?
궁금하다. 정말... 한번쯤 가봐야 할것같다.
그래 우선 경로는 10층이다. 제발 무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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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너무 뛰었나. 가쁜숨을 몰아내쉬며 7층에 도착했다.
결국 4층에서 7층까지 여자는 콧뺴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뭐 나와는 별개의 일이다.
'똑똑'
"암호를 대라"
"쳇 그런거 필요 없잖아요"
'끼이익'
낡은 금속의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아까 그 싸가지 없던 청년이다. 그는 의아한듯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서 혼자지?"
"분명 집에 데려왔었는데 어디로 가신지 영 알수가 없네요."
"너도 꽤나 잔인하군 ?"
"뭐...뭐가요 !"
"솔직히 찾을 생각도 안했잖아? 얼굴에 그렇게 써있구만..."
난 할말을 잃어 버렸다. 젠장 이런식으로 간파당하다니...
"우선 들어와. 솔직히 복도에 있으면 죽을확률이 엄청 높거든..."
내부는 우리집과 달리 꽤나 따뜻했다. 휴대용 랜턴을 켜놓고 있어서 그런걸까...
아무튼 안전한 무리에 합류되어 다행이다.
"자 넌 이름이 뭐지?"
"..."
"아직 밝히긴 싫은가 보지? 이상한 놈이네"
"쳇 그건 그렇고 왜 올때마다 암호는 물어보는거에요? 그냥 들여보낼 거면서 그리고 그 괴물이 암호를 알수도...
알고 있다 해도 말할수도 없잖아요"
"확신하나 ?"
"예 ?"
"저 괴물이 말못한다는걸 확신하냐고"
"그건 아니지만...."
"것봐 저건 처음보는 생명체야 암만 도감을 뒤져봐도 저딴 생명체는 없다고... 너는 보았겠지? 그녀석의 끔찍한 얼굴을 말야. 얼굴 전체가 입이라구... 뇌따위는 없는것 같고 눈도 없는것 같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저런 형태로 어떻게 인간말을..."
"저게 어떤건지 알아 내기 전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순 없어 함부로 나대다가 죽는꼴 보기싫으면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고"
젠장 당했다.
그의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들이다.
"내말 잘들어... 너같은것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건장한 남자 둘에 지혜로운 여자 둘이야. 어쩌면 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똑똑히 알아들어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피해가 된다면 널 가만두지 않겠다."
상당히 박력있군... 완전히 당해 버렸다.
"다들 자기소개 하려면 해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안녕... 하세...요 전 이혜민 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