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괴담]삼촌은 정신과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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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시골 정신과 의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환자와 대화를 나눠, 증상을 정신적인 측면으로 개선시키는 일'을 했다.

카운셀러라고 표현하는 게 알아듣기 쉬우려나.



아버지와 삼촌은 둘 뿐인 형제여서인지 사이가 좋았다.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와서는, 아직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였던 나와 놀아주는 일도 많았다.

역시 의사다보니 사정도 넉넉하셨던 건지, 용돈도 통 크게 주셔서 나는 삼촌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그 삼촌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겨울방학 때였다.

나는 그 해 4월부터 고향을 떠나 삿포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방학이 되자 어머니가 [삼촌도 오실 거니까 설날에는 집에 오렴.] 하고 연락을 하셨다.

어차피 대청소 수발이나 시키려는 거겠지 하면서도, 어머니가 만든 밤과자도 먹고, 삼촌한테 세뱃돈도 받을 겸 나는 간만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자, 여느 명절 때처럼 삼촌이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인사를 하려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내 기억 속의 삼촌은 말라깽이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것처럼 생긴 아버지와는 달리, 100kg은 족히 될 정도로 키도 덩치도 엄청난 분이었다.

그랬던 삼촌이 아버지 이상으로 비쩍 마른 모습으로 앉아계셨던 것이다.



머리카락도 잔뜩 푸석푸석해져서, 무슨 노숙자 같은 모습이었다.

뭐, 그 때는 [무슨 일이에요, 삼촌. 엄청 멋있어지셨네.] 라고 웃어넘겼지만.

그날 밤,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는 목욕탕에 들어가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뒷정리를 하느라 거실에는 나와 삼촌 둘만이 있었다.



처음에는 옛날 이야기도 하고, [너 삿포로에서는 제대로 지내고 있는거냐?] 하고 물어오시는 등, 평범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삼촌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지금, 아이 목소리 들리지 않았냐?]



삼촌은 애시당초 술 같은 건 마시지도 않는 분일 뿐 아니라, 내게 농을 건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안 들렸는데요.] 라고 대답했다.

삼촌은 조금 슬픈 것 같은 얼굴로, [그런가... 역시...] 라고 중얼거렸다.



[삼촌 말이다, 요즘 어디에 있던지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저런 걸 나한테 명령을 해대는거야.]

삼촌이 일하는 병원은 평범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이미 중증이라 회복의 가망이 적은 사람들을 격리하는 수용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산 속에 지어져 있을 뿐더러, 창문에는 전부 쇠창살이 박혀 있는 곳이다.



그 탓일까?

거기서 일하며 환자들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하는 카운셀러들도 조금씩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이면, 환자들의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영향을 받아 어느새 비슷한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삼촌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도 같은 카운셀러로 일하던 여의사 중 한 명이 [음파가 뇌에 박히는 게 보여요!] 라고 말하더니, 어느날 스스로 목을 매 버렸다고 한다.

[나도 이제 한계가 온 것 같구나.]

삼촌은 억지로 지어낸 게 아니라, 묘하게 즐거운 듯 웃었다.



곧 삼촌은 가만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귤을 들더니, 내게 내밀었다.

[보이냐?]

[뭐가요?]



[구더기가 잔뜩 들어붙어 있어. 봐라, 또 안에서 갉아먹으면서 껍질을 뚫고 구물구물 나오고 있잖느냐. 흰색의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어... 뭘 먹으려 하던 이런게 눈에 보인단다. 먹으면 내 몸 안에서 파먹고 나올 것만 같아.]

삼촌이 그렇게까지 야윈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제대로 밥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잠자는 것마저 괴롭다고, 삼촌은 말했다.

잠을 청하고 있노라면, 천장에서 누군가가 삼촌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 라고 한 마디 한 후, 삼촌은 거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도, 나는 아직도 삼촌이 그저 장난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해준 것이려니 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삼촌은 이미 집을 떠난 후였다.

가족 중 누가 일어나기도 전에 돌아가 버린 것이다.



삼촌이 묵었던 방에는 전날 잠자리에 깔아뒀던 이불도 그대로였다.

말 그대로 몸 하나만 달랑,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의 말로는 그 후 삼촌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정도 후, 삼촌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운전 도중 중앙분리대에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고 한다.

장례식 때, 친척 어른 중 한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삼촌은 자살한 게 아닐까, 라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날은 무척 맑아 딱히 도로에 얼어붙은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삼촌의 차도 도로를 따라 곧바로 잘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스로 핸들을 꺾더니 중앙분리대로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에 관해 통달한 사람이면 자신의 정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스스로가 깨닫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삼촌은 자신이 미쳐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을 만나러 찾아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폐인이 되기 전에 스스로 생명을 끊었던 것일까...



다만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기에는 좀 께름칙한 뒷이야기가 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고 나기 전날이었는데... 한밤 중에 음성 사서함에 메세지가 있어서 확인해봤더니 형한테 온 거였어. 듣고 나서 기분이 나빠서 지워버렸었는데... 그 병원에는 아이도 있는걸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삼촌의 메세지는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목소리로 딱 한 마디가 녹음되어 있었다고 한다.

[나, 명령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삼촌의 목소리 뒤로, 속삭이듯 아이 같은 목소리가 몇 사람이고 [죽어, 죽어.]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벼운 일도 아니고, 그리 친하던 형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버지가 장난이나 치실 분은 아니다.

아직 아버지는 건강하시지만 나는 아직도 두렵다.

언젠가 아버지도 그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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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 있을법한 이야기라 무심코 믿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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