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여름방학 때 친구 일곱 명이랑 안성쪽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2박 3일 일정 잡고 텐트 가지고 놀러 갔죠
여덟 명이서 커다란 텐트 하나 펼쳐놓고 맘껏 자유를 만끽하며 술도 한 잔 하고 거기 근처에서 신나게 놀았지요.
놀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저희는 낮에 신나게 놀고 술도 먹고 해서 피곤해서 하나 둘 곯아 떨어지기 시작했죠.
근데 갑자기 한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텐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저는 이놈이 오줌싸러 가나 하고 오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텐트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봤는데.
친구놈은 천천히 걸어서 강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고
강 가운데에 머리가 긴 여자 상반신이 있더군요.
순간 놀라거나 아니면 친구를 잡으러 나가야 하는데,
멍하니 친구가 강으로 들어가는 모습, 강 한가운데 여자가 상반신만 내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 때 다른 친구들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다들 밖을 내다 보다 전부 저처럼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잠시 뒤 갑자기 정신을 차린 한 친구가
" 야 저새끼 잡아"
라고 소리쳤고 우리는 그 소리에 정신이 돌아오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뛰쳐나가서 그 친구를 잡았어요.
그런데 평소 그리 힘이 쎄지도 않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 혼자 저희 7명을 질질끌고 강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이러다가 전부 죽겠다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그 친구를 진짜 사정없이 팼어요..
진짜 다들 *듯이 때리다보니 그 친구가 기절하게 되었고 우리는 기절한 친구를 부축해서 텐트로 돌아왔어요.
그 친구 별멍이 평소에도 눈이 엄청 커서 왕눈이였는데 그 때 그 큰 눈동자에서 검은자위가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부축해서 탠트 가운데에 그 친구를 눕히고, 저희는 그 친구를 중심으로 뺑 둘러 앉아서 텐트 차크를 잠그고 앉아 있었어요.
그렇게 그 날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를 눕히고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어요.
초조하고 무서워서 그 날 사간 담배 한 보루를 순식간에 다 피운거 같아요.
그 친구는 주기적으로 깨어나서 발작하며 눈뒤집고, 텐트에서 빠져나와 강으로 가려고 발버둥 치고, 우리는 그럴때마다 그 친구를 패서 기절시키고....
너무 무서워서 빨리 밤이 지나갔으면 싶었어요.
친구중 한 명이
"야 지금 몇시냐?"
라고 물었고 우리는 모두 각자 시계를 봤는데...
다른 친구가
"5시네 조금만 있으면 날이 밝겠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조금만 버티면 된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기절해 있던 친구가 기절한체로 옆에 있던 한 친구를 손가락으로 계속 쿡쿡 찌르고 있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그 친구도 눈이 뒤집히면서 이번엔 두 명이 동시에 발작하면서 강으로 가려고 하더군요..
그거 막느라고 몇 번이고 그 두 놈 패다가 지쳐서 밤이 왜이리 안 가는지 문득 시계를 봤는데...
이제 막 밤 12시를 지나고 있더군요.
그렇게 점점 우리는 공포에 질려갔습니다.
몇 번을 더 친구 두 놈이 발작하더니 그 뒤로는 조용해지더군요.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자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나더군요
우리는 내심 살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자동차 소리가 점점 우리 텐트 근처로 다가오더니 이내 차가 멈추는 소리가 나고, 차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리고 우리 텐트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그 발자국 소리가 텐트 가까이 왔을 때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 살려요.."
라고 소리쳤고 텐트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고 했죠.
그런데 그 때 한 친구가
"근데 여기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냐?"
라는 말에 다들 소름이 꼬리뼈부터 머리까지 타고 올라오더군요.
그래요 저희가 여기 올 때 차가 못 들어와서 차에서 내려 한 시간 정도 걸어 들어왔거든요.
그 사실을 깨닫고부터 우리는 다들 텐트 붙잡고 덜덜 떨고 있었고
그 발자국 소리는 한동안 우리 텐트 주변을 계속 배회하다가 어느새 잠잠해졌죠.
다들 말리고 때리고 신경쓰고 하느라 체력소모가 심했는지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졸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보초 두 명 세우고 돌아가면서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밖에 나와 보니 어제 우리는 텐트 오른편에서만 놀았는데..
발자국이 강에서부터 우리 텐트쪽으로 찍혀 있더라고요.
발자국을 따라가 봤는데 우리 텐트 주변을 빙빙 돈 흔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발자국이 끝났어요.
강에서 나온 발자국은 있는데 되돌아간 발자국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는 여기서 더 있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서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근처 친구네 외할머니 집이 있어 그 곳으로 갔습니다.
헌데 혼자만 귀신을 본 게 아니고 8명이 다 똑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왠지 우리한테 귀신이 붙어 있을거 같다는 생각에 친구 외할머니 댁에 피해줄거 같아서 집에 들어가기가 뭐하더군요.
그래서 밖에서 서로 몸에 소금 뿌리고 나서 겨우 들어가 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안산에 도착해서 뿔뿔이 헤어지기 전에 일단 가까운 친구집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어제 있던 일을 다시 서로 이야기하며 그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어요.
그 때 친구 어머니가 과일을 내오셨는데..
복숭아를 주시더라고요.
차갑지도 않고 상온에 있던 복숭아였는데,
한입 베어 무는데 엄청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막 이빨이 덜덜 떨리면서 몸이 떨리더라고요...
내가 이상한가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다른 친구놈들 모두 저처럼 막 몸을 덜덜 떨더라고요.
그거 보고 친구 어머니가 너네 진짜 귀신이 씌었긴 했나보다 라고 하시더군요.
우리는 친구 집을 나와 그 귀신이 씌였던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친구 부모님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어요.
친구놈이 하도 많이 맞아서 온몸에 피멍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혹시나 해서 당분간 친구 혼자 재우지 말라고 말하고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흩어졌어요.
그리고 그 날 밤 그 친구집에서는.....
친구 부모님은 우리의 당부대로 친구를 여동생이랑 같이 재웠어요.
근데 아니나 다를까 그 날 밤 그 친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맨발로 밖에 나갔다더군요.
여동생은 무서워서 얼른 부모님을 깨웠고 부모님과 여동생은 부랴부랴 뒤쫓아 나갔어요.
그 친구가 향한 곳은 집 근처 조그마한 하천 방향!
부모님과 여동생은 얼른가서 그 친구를 붙잡았고, 친구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세 명을 질질 끌며 하천으로 향했다더군요.
그래서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부모님이 고래고래 소리질러서 동내 사람들을 불러 모았어요.
동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구경나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 도와달라는 소리에 너도나도 달라붙어서 겨우겨우 못가게 막았다더군요.
그런데 그때부터 그 친구놈이 여자 목소리로 부모님에게 생전 듣도보도 못한 욕을 막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네요.
이런 일이 두 번 더 반복되고 나서 결국은 무당을 불렀습니다.
그 무당이 하는 말이 거기 가서 귀신이 들러 붙었다고..
그냥 두면 언젠가 사람들이 안 볼 때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그 친구는 죽게 될 거라고...
귀신을 달래줘야 한다고 했다더라고요.
그러면서 여기서는 안 된다고, 그 때 그 장소로 가서 굿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 여덟 명은 다시 모이게 되었고, 다시는 가기 싫었던 안성의 그 강가로 가게 되었습니다.
무당은 귀신을 자기 몸속으로 불러 들이려고 작두도 타고 방울도 흔들고 하더군요.
살면서 처음으로 굿을 본게 바로 그 때였어요.
헌데 무당이 한참 굿을 하다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군요..
그러면서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더니 막 한탄을 늘어놓는데...
남자친구랑 같이 강에 와서 자살하기로 하고 자동차를 타고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자기만 죽고 남자친구는 살았다더군요.
그래서 너무 억울해서 남자들을 다 죽이고 싶었다고.
그래서 남자들은 다 자기랑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내 옆으로 불러 들인거라고
말하면서 울부 짖는데...
친구 부모님이 막 부르르 떨면서 놀라던데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그 목소리가 친구가 밤에 뛰쳐나가서 난리친 날, 자신들에게 욕을 퍼붇던 그 목소리랑 완전히 똑같아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무당은 그 귀신을 달래고 제사를 지내고, 그 뒤로 그 친구는 더이상 그 귀신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생전 한 번도 눌린 적이 없던 가위를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눌리게 되고
그날로부터 1년 뒤
그 친구는 교통사고로 저세상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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