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명상했다. 생각했다. 견뎠다.
나는 주말 내내 소변을 보지 못했고 (왜인지는 묻지 마) 앞으로 5분도 참을 자신이 없다.
젠장, 그래도 버텨야만 해.
부모한테 이끌려 손을 씻는 꼬마들이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매장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종업원을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겠지.
이제 두 번이나 첫째 화장실 문이 열렸지만, 내가 거기에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가 나를 지나쳐 달려들어갔다.
아마 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여기에 서서, 모두에게 쾌변을 기원하고 있는 줄 알았나 보다.
다른 쪽 화장실은 큰 장애인용 화장실인데, 아까부터 계속 사용중이었다.
거기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사용자의 상태에 대해 걱정하게까지 만들었다.
나는 아무나, 누가 됐든 두 화장실 중 하나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몸을 배배 꼬았다.
다행히도 금세 소원이 이루어졌다. 젊은 여자가 그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붉게 상기된 얼굴, 내가 생각하기엔 부끄러워서인 듯했다.
내 사타구니가 그렇게 빨갰더라면 나라도 부끄러워 했을 거니까.
들어가자마자 다 쓴 생리대 상자를 보게 될 것이다.
무슨 상상을 하시나. 여자들 일이라고.
나는 탄성을 내지르고 방광을 비워내기 위해 재빨리 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내 기쁨의 질주는 바닥의 물웅덩이에 미끄러지면서 멈췄다.
잠깐. 아냐. 물이 아니잖아. 피야. 붉은 선혈이 온 천지에 튀겨 있었다. 마치 도살자의 놀이방 같았다.
피바다의 근원을 찾아 변기 속을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서도 울음소리가 들렸으니까.
3.
나는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몰랐다.
단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괴물로부터 도망쳐서,
계단을 뛰어내려 아들의 방으로 달려갔을 뿐이었다.
방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젖히자, 아들이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엄마?" 그는 훌쩍거렸다.
나는 아들을 안아서 벽장 속에 넣었다.
그리고 문을 걸어잠근 뒤, 벽장 구석으로 가 아들을 꼭 안았다.
내가 몇 번이나 조용히 하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 미안해 엄마!" 그는 울고 또 울었다. 마침내 나는 왜 미안해하냐고 물었다.
아들은 반짝이는 푸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불규칙하게 목소리를 냈다.
"그게 엄마를 먹게 놔두면, 날 먹지 않겠다고 했어. 너무 미안해 엄마."
말을 마치고 아들은 소리를 질렀다. 겁에 질려서가 아니었다.
그것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
4.
매일 밤 눈을 꼭 감고, 그것이 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나는 소음을 듣는다.
쿵. 쿵. 쿵.
그게 내 옆에 앉고 침대가 기울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뭔가가 내 뺨을 쓰다듬는다. 바람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뼈와 가죽만 남은 듯 거칠다.
그건 날 가지고 놀고 싶어한다. 내가 항복하길 원한다.
내 눈은 단단히 닫혀 있다. 아주 단단히. 내가 눈을 뜨면, 그걸 보게 될 테니까.
그것의 얼굴을 상상할 수 있다.
하얗고 날카로운 이를 보이며 입술 없는 입으로 나에게 미소짓는 그것.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내가 돌아보길 기다리는 그것.
육십 년 동안, 나는 눈을 굳게 감아 왔다. 모든 밤마다.
애인과 잠자리를 함께한 적도 없다. 결혼도 하지 못했다. 그 괴물을 자극하는 것이 두려워서.
육십 년 동안, 어렸을 때부터, 나는 눈을 굳게 감아 왔다.
내가 눈을 뜨면, 그게 뭐던지간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짓을 할 걸 안다.
시간이 감에 따라 내 몸이 점점 약해지고 죽음이 다가오면서, 내 최악의 공포는 이것이 되었다.
만약, 만약 내가 눈을 떴을 때, 그곳에 어떤 괴물도 없고 전부 나의 착각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