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면 더 기묘해지는 이야기 3

1)

비 내리는 날이 범행을 저지르기 더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남들의 눈에 덜 띄고 범행의 흔적들이 희미해진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비가 없애주는 건 아니다.

비가 내림으로써범행을 저지른 후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감은 더욱 심해진다.

그래서 현장에 남겨진 사소한 것들을 놓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2)

"지금 버스 정류장이야. 우산 있으니까 데리러올 필요는 없어."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가 마구 퍼붓는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희미하게 빗줄기를 뚫고 흔들린다.

다른 사람들은 다 버스를 타고 가버렸는지 버스 정류장에는 나 뿐이다.

늦은 시간이라 약간 무섭기도했지만 버스가 곧 도착할 거라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3)

가을햇볕은 따갑지만 거추장스럽진 않다.

찝찝한 습기도 없고 얼굴에 개기름을 흐를 정도로 뜨겁지도 않다.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도 은근히 즐겁다.

그 중 한 사람은 내게 더욱 진한 향과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비가 내린다는 오늘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4)

"부패 정도가 꽤 심하지만 사망추정시간은 대충 알수 있겠습니다."

K에게 현장에서 조사를 마친 수사관이 말했다.

"언제죠?"

K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아직 명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아마 10일 전쯤에 여기에 유기된 것 같습니다."

수사관은 수첩에 무언가를 적으며 말했다.

K도 수첩을 꺼내 P양이 유기된 날짜를 적고 담배를 힘껏 빨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수사관에게 건넸다. 수사관은 고맙다 말하고담배에 불을 댕긴 다음

현장조사에 필요한장비들을다시 차로 옮기기 위해인근에 주차해둔 차로 갔다.

K는 한동안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질컥거리는 땅을 리듬감 있게 밟았다.

5)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부탁이예요. 제발...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 내리는 밤

흥분에 젖은 그녀의 저항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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