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츠미의 안색이 좋지 않길래
「괜찮아?」라고 물어봤다.
나츠미는 조금 화난듯이 나를 보며
「오늘도 생리해...」라고 대답했다.
「한 달 째 계속 하고 있어」라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뭐야 그거, 위험하지않아?」
진지하게 묻는 내게
「안 하는게 더 위험하다구」
라며 쓴 웃음을 짓는 그녀.
중학교 2학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2>
최근 불면증에 시달린다.
오늘은 수면안대까지 썼지만 잠이 안와서 계속 뒤척거리고 있었다.
그때 얼굴에 축축한게 닿았다.
입가나 뺨을 핥아대는 감촉, 우리집 포치였다.
「어이, 포치. 하지마 간지러워…」
애완동물은 주인을 닮는다더니, 포치도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나려하자 포치가
「멍!」
하며 짖었다.
나는 그대로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도망쳤다.....
<3>
별로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써 볼께.
여자친구랑 동거 중인데, 좀 전에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화면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
는 문장이 떴다가 슥 사라졌어.
뭐야 이거~ 싶어서, 우선 여친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저녁 밥 만들고 있었던 여친이
「어머, 마요네즈가 없네! 유스케, 잠깐 마요네즈 좀 사 올께.」
하고 나가 버렸다구.
솔직히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게 무서워서 붙잡고 싶었지만,
이런 말해도 안 믿어 줄 것 같아서 못 잡고 결국 집에 나 혼자 남겨졌다구.
겁에 질려서 텔레비전 보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래저래 30분 정도 지났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어. 평화 그 자체야.
좀 전에 본 그 글은 역시 잘못 본 거였나? 이젠 무섭지도 않네.
시시한 글 써서 미안해 다들.....
<4>
4살배기 아이의 일기
3월 3일 월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회사원.
언제나 화만 낸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3월 4일 화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요리사.
아버지가 만들어 준 요리, 무척 맛있었다!
3월 5일 수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목수.
우리집을 깨끗하게 수리 해 주었다.
3월 6일 목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경찰관.
나랑 무지 사이좋게 놀아줬다!
3월 7일 금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변호사.
엄마와 친한 사이. 쭉 둘이서 수다 떨었어.
3월 8일 토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의사.
같이 그림 그리며 잘 놀아 줬다.
3월 9일 일요일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엄마는 나와 둘이서 쭉 이야기를 나눴다.
응? 어째서 월요일에 온 아버지에 대해 계속 묻는 거야?
화요일에 어떤 요리를 먹었는지 왜 물어봐?
어째서 그렇게 수리한 장소를 신경 쓰는 거야?
목요일에 온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라니, 기억이 안 나.
오늘은 재미가 없었다.....
<5>
요전날, 내가 여동생 방에서 대변보고 있는데, 옛날 일본군인의 모습을 한 낯선 남자가 들어 왔다.
처음에는 도둑인 줄 알고 놀랐지만, 뭔가 충혈된 눈으로 이쪽을 노려봤다.
조금 섬뜩해져서, 「당신 누구야, 뭐 하는거야?」라고 물었더니,
「바보자식!」이라고 외치고 그대로 뿌옇게 되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 후, 귀가한 여동생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울부짖을 뿐, 대화가 되지 않았다.
부모님도 고함치거나 아우성치거나 할 뿐, 그 남자의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혹시 가족은 내가 모르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지금 생각해내도 등골이 오싹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