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공포 이야기 10 - [13번째 소대원]

6.25 전쟁. UN군의 참전으로 남측에 우세하던 전세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또다시 뒤집어졌다.
중공군의 공세가 계속되는 내륙 전선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긴장과 공포의 연장선상이었다. 이미 몇차례의 중공군의 공세를 견뎌내는 동안, 중대는 인명 손실 등으로 소대 구분마저 모호해져 있었다. 병사들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각자 수면 부족과 긴장으로 벌개진 눈을 부릅뜨고, 암흑 속 보이지 않는 적진을 노려볼 뿐이었다.
 
중대장이 한 명의 하사관을 호출한 것은 이미 겨울 밤이 짙게 드리워진 때였다.
 
"소규모 중공군 특작부대가 중대 진지로 침투할지 모른다는 상부의 정보가 있었다. 사안이 매우 급박하여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모아놓도록 미리 지시했으니, 자네가 소대장으로 병사들을 인솔하여 적 예상침투로에 대한 수색정찰활동을 실시하도록."
 
하사관은 황급히 중대 본부에서 인원 수와 작전지역을 전해듣고는 어둠 속에 모여든 병사들을 이끌어 재빨리 작전지역으로 향했다. 여러가지 절차와 준비가 있어야 했지만, 죽음으로 가득찬 전방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간발의 차이로 적과 나의 운명이 뒤바뀌는, 그곳은 비극과 절망의 땅이었다.
작전지역에 들어선 하사관과 병사들은 잠시 숨을 돌렸다. 이제부터는 철저한 수색정찰활동을 위해서 황급히 움직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하사관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로 비쳐오는 병사들을 정렬시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소대 인원점검을 실시한다. 왼쪽부터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셋, 번호 끝!"
 
짙은 어둠 속에서 병사들의 낮은 음성이 조용히 울려퍼진다.
 
'소대장 외 13명. 인원은 이상 없군.'
 
하사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했다. 언제 죽음이 닥칠 지 모르는 숨 막히는 공포 속에서는 탈영을 결심하는 병사들도 간혹 있었다.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한다."
 
하사관은 굳은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수색정찰활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중공군은 이미 그 근처에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사관은 병사들을 이끌고 작전지역 내의 각 포인트를 거치며 수색정찰활동을 벌였다.
중공군은 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길로 비껴지나간 것일까. 하사관과 병사들은 새벽이 아침으로 넘어갈 무렵까지 중공군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사관과 병사들은 지치고 언 몸을 이끌어 중대로 복귀했다.
겨울의 아침 태양은 이제 겨우 희끄무레 밝아오고 있었다. 하사관은 어슴푸레 비쳐오는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대 인원점검을 실시한다. 왼쪽부터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
 
"...뭐야?"
 
하사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사들은 각자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다시 왼쪽부터 번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
 
"열셋 어디 있어?!"
 
그제서야 놀란 하사관은 어스푸레한 병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둘...
 
"열셋! 열셋 어디 있어?!"
 
하사관이 굳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병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볼 뿐,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비극이었다. 분명 마지막 포인트에서 점검할 적까지 소대원은 이상 없이 13명이었다. 한 명이 막바지에 탈영한 모양이었다. 하사관과 병사들은 급히 근방을 살펴보았으나, 어디에서도 13번째 소대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확인해도 12명. 더 시간을 끌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하사관은 죽을 상이 되어 중대 본부로 들어섰다. 마침, 중대 본부에는 중대장이 상황병에게서 간밤의 특이사항을 전해듣고 있었다.
 
"...중대장님."
 
복귀 신고를 한 하사관은 조용히 중대장을 불렀다. 중대장과 상황병들의 시선이 모두 하사관에게로 집중되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사관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굳어져가는 중대장의 얼굴을 살피며, 하사관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인원이... 소대원이 한 명 없어졌습니다. 12명밖에 보이지를 않습니다."
 
...
그리고...
이어지는 상황병의 말에, 하사관은 하얗게 질려 상황병의 상황일지를 빼앗듯이 집어들었다.
상황일지에는 소대의 작전투입시간과 함께 소대의 인원 수가 기록되어있었다.

.
.
.
.
.
.
.
.
.
.
.
.
'소대장  13명'
 
 
 
 
the image

Author

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1,267,164 (10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유머게시판 베스트

글이 없습니다.

Comments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