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화] 생애 첫 동해 해수욕장 가던 길에...

누구나 살면서 이런 경험 한두번씩은 다 하자나요? ㅋㅋ
 
때는 1994년 여름, 외가측 친척들과 동해로 피서를 가기로 예정이 돼 있었다.
하지만 출발 전, 과음을 하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심하게 다투셨고 우리 가족만 다음날 아침 출발을 하지 못했다.
어린 맘에 어머니께 때쓰고 화내며 징징거리다가 포기하고 친구들과 어린이 유흥업소인 오락실로 달려갔다.
 
점심이 한참 지난 배가 고파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우리 집은 1층 세탁소, 2층 주인집, 3층 우리 가정집 이렇게 있었는데,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던 중에 주인집 할머니께서 뜬금없이 " 우리 강아지 오래오래 봐야 되는데... "
ㅎㅅㅎ; 당시 주인집 할머니는 몸이 좀 편찮으셔서 풍까지 왔던 걸로 알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집으로 올라가 딩굴딩굴 있다가 밥먹으라는 어머니 말씀에 가게로 내려와 밥을 먹으려는 찰나,
한 손님이 오자마자 역정을 내면서 옷이 어쩌구 저쩌구, 어머니와 시비가 붙었다.
해결은 아버지가 하시고 옷을 다시 수선하시고 다림질까지 마치시고 보일러 스위치를 만지는 순간,
악! 소리와 함께 집안에 전기가 다 나가 버렸다. 멀쩡하던 보일러랑 전기가 왜 ㅎㅎ??
이유야 어찌됐든 보일러가 전기가 튀면서 가게 모든 전기가 나가버렸다.
 
결국 여차저차 해서 가게 문을 닫고, 피서를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ㅋㅋ
 
출발 시간은 대략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당시 동해 쪽으로 가는 피서 행렬은 가히 명절 때 시골 가는 길보다 심했었다.
강원도에 들어가서 국도로 이동을 하여 거북이처럼 가는둥 마는둥 지루한 이동에,
어김없이 건설현장 이야기와 내 공부얘기, 집안형편 얘기...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다..
(당시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철근반장이나 각종 현장반장 등으로 성남에서 큰외삼촌과 이름을 날리시고 계신터라
넌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해서 ㄴㄱㄷ는 하면 안된다 !!
행여라도 엇나가는 행동을 하면 반죽을 정도로 피떡이 되게 맞았었음.. 외아들이지만 친아버지가 아닐거라는 생각도 했음)
 
그렇게 한참이 지나 11시 정도 되자, 왕복 2차선 국도는 10분에 1미터도 못가게 정체 되었고..
강원도 쪽에서 현장일을 하신 적이 있으셨던 아버지는 조금만 더 가면 산을 넘어가는 길이 있다면서 거의 다왔다고 했다.
30여분이 지나 정체가 조금 풀리면서 옆으로 샛길 하나가 나 있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각이었고, 피로감은 극도로 몰려오는데..
빌어먹을 라디오에서는 납량특집 어쩌구 하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음
 
우리 차가 샛길로 빠지려고 방향을 트는데 뒤쪽에 젋은 남성분과 여성분이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로 가면 어디로 가는지 물으러 왔다.
자신들은 대진항으로 가려고 한다고 길을 아시면 부탁 좀 한다고 하는 거였는데,
아버지께서 이 길은 아직 개통이 안된 길로 비포장이라 힘들거라고 했었다.
그래도 그 일행들은 잘 따라가겠다며 앞을 부탁하고선 따라온다고 하고 돌아갔고
우리 차를 선두로 승용차 두대가 따라 붙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몇 대가 더 따라왔던 걸로 기억난다.
 
출발은 순조롭게 좋았다. 비포장이라 덜덜 거렸지만, 우리 차는 록스타라서 항상 덜덜...
뻥 뚫린 길을 그렇게 달렸는데,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완전 칠흙 같은 어둠에 앞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뒤를 보니 몇대 되던 차들이 단 두대 뿐이 남아있지 않았고, 아버지께 뒤에 차가 많이 없어졌다고 했더니
비포장도로에 이렇게 어두우면 승용차들은 힘들어서 돌아갔을 거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잠이 와서 잠깐 졸았는데, 별 꿈을 꾼 것도 아니었는데 오싹한 기분에 잠에서 깼다.
팔에는 닭살이 돋고 에어컨을 튼 것도 아닌데 엄청 추웠다.
뒤를 보니 따라오던 두 대의 차가 보이질 않았다. 이상해서 아버지께 뒤에 차가 없다고 말했는데.........
 
아버지께서 내 말에 대꾸가 없으신게 아닌가 ㅎㅎ; 옆을 보니 어머니께서는 주무시고 계시고
혼자 운전하시는데 둘 다 자고 있어서 화나셨나??
그렇게 몇 분이 흘러 다시 아버지께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는데, 역시나 대답이 없으셨다.
더이상 말했다가는 쳐 맞을거 같아서 얌전히 뒤에 앉아 있는데, 등이 오싹!!
뒤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운전석 옆 쪽으로 허연것이 휙 지나갔다.
아버지께 말을 더 걸었다가는 맞을거 같아 무서웠고, 휙 지나간 것도 무서워서
급히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으셨다. 젠장할 ㅠㅠ 나 무서운데 ㅠㅠ
그 때! 갑자기 아버지께서 뒤에 차는 갔나? 이러고 나한테 물어보시는게 아닌가 ㅎ;;;;
오오미... 아까 말할 때는 무시하더니, 이건 무슨 상황 ㅎㅅㅎㆀ
아까 뒤에 차 없다고 말씀 드렸자나요!!
근데 아버지가 언제 그랬냐고 하시면서
"잤냐?? 꿈꿨냐? 옆에 사람은 운전하는데 둘이서 쳐 자면 운전자가 얼마나 힘든 줄... 어쩌구저쩌구...."
그렇게 꾸짖으시다가 차를 세우시고 소변을 봐야겠다고 차문을 열고 내리시는데 훅! 하고 아버지가 사라지셨다 ㅎ
 
오잉.. 뭥미.. 아빠~~ 하고 불렀는데 응가 눌 때, 힘주는 듯한 목소리로 엄마 뒤쪽으로 앉으라는 소리가 들렸다.
우선 자리를 옆으로 조금 이동하고 나니 상황이 보였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차문을 잡고 매달려 계신 아버지 ㅠㅠ 안간 힘을 쓰시면서 올라오시려고 하는데
엄마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시고 미친듯이 울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데 아버지 얼굴이 올라오는게 보였고, 아빠아빠~ 부르는데..ㅠㅠ
아버지 얼굴 뒤로 허연게 보이는게 아닌가 ㅠㅠ 우앙 ㅠㅠ
(참고로 제 아버지는 공사판에서 뼈가 굵으시고, 몇 해전까지 만해도 제가 개기다 한팔로 제 목덜미 잡고 절 들어올리셨었음 ㅠㅠ)
실내등에 비친 아버지 얼굴은 바늘로 톡 찌르면 피가 뿜어져 나올 것처럼 빨갛고 눈은 핏기로 씨벌겠음.
아무리 힘을 써도 아버지께서는 올라오시지 못했고 급한 마음에 짐을 쌀 때 묶었던 노끈을 풀러 아버지 어깨에 묶어서 당겼다.
평소 아버지 어머니를 업어본 적이 있던 나였는데 이건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10여분이 흘르고 아버지와 나는 초죽음 상태로 소리 지르며 힘을 썼고, 하늘엔 여명이 드리우고 있었다.
그렇게 몇분이 더 흐르고서야 아버지는 운전석으로 올라오셨고, 그렇게 한참동안 둘이서 헉헉 대며 움직이지도 못했다.
잠시후 어머니가 깨셨고, 일어나자마자 이게 먼 냄새야!!
ㅇㅅㅇ?
난 땀에 찌든 냄새라고 생각했었는데....................................그렇다....................................
아버지는 떨어지는 순간 실례를 하신 것이다. ㅎㅎㅎㅎ
그렇게 몇분동안 난리부르스를 떨고, 출발하려고 하는 찰나.......
여명일 때는 몰랐는데, 앞을 보니 우측으로 꺾이는 나름 급커브였다. 니랑머ㅣ라ㅓ이ㅏㄴ머린ㅁㅇ니;마
 
 
그렇게 한숨 돌리고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다시 출발.... 가는 내내 세 식구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ㅎㅎ
5시가 거의 다 되서야 화진포에 도착했고, 난 도착하자마자 외가댁 친척들을 모두 모아서
좀전의 일을 영웅담처럼 나불나불 떠들었다 ㅋㅋ 내가 울 아빠 살렸음 !! ㅋㅋ 엄마는 잤음 ㅋㅋ
잠시후 아침거리를 준비하시려고 나가신 아버지께서 내가 TV를 볼 수 있게 건전지도 사오셨음.
(옛날 골드스타 차량용TV는 건전지 큰거 8개면 전기 없이 볼 수 있었음)
TV를 켜니 아침뉴스가 하고 있었는데, 정황상 7시는 안됐던 걸로 기억남.
강원도 비개통도로 차량 3대 낭떠러지 추락.... 생존자 3명, 사망 6명.
 
사건은 이랬다. 우리 차를 따라오던 차들이 되돌아가던 중 한대가 추락했고 근처 따라오던 사람들이 구출에 도움.
그걸 모르는 우리 차와 따라 오던 2대는 그대로 길을 갔고
내가 잠시 잠들고 깼을 당시 뒤에 두대가 없어진거는 잠들었을 당시 떨어진거 였음.
 
근대 지금까지도 이상한거는 내가 그렇게 떠들었을 때, 대답이 없던 아버지는 말 건적이 없었다고 하시고.
어머니께서도 잠귀가 밝으신대, 왜 안깨웠었냐고 했었음..........ㅎㅅㅎ...........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함 ㅠㅠ
 
 
두서없이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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