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기억을 떠 올려 봅니다. - 빨랫줄-

 제가 5학년 때의 일인데요. 슬프지만 정말 무서웠던 이야기 올려봅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1월1일이라 그날 빨간 날이라서 다들 늦게 자느라 누워서 이야기 꽃을 피웠을 때 이야기 했는데... 다들 이야기 듣고 한숨 쉬며 자더군요. 별로 무서운 얘기도 아닌데 제 목격담이고 사실이라서 그런지 뒷맛 씁쓸하다면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 때가 기억나네요....
 
 이야기는 제가 충남 보령에서 살던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희 집은 원래 단칸방 아님 방 두개 있는 월셋방 전전하며 살았었는데 아버님꼐서 광산일을 하시다 다치시는 바람에 보상금과 휴업금 명목으로 돈이 조금 나와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비록 아버지는 다치셨지만 회복 중이고 빚도 갚고 아파트에서 살 게 됐다는 마음에 기분 좋게 이사를 했어요. 제 위로 누나 둘도 자기들 방이 생긴다며 좋아라 했고 저 또한 물도 잘 나오고 이젠 물 펌프기로 퍼서 닦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너무 기뻤습니다.
 
 이사한 뒤 3개월 지났을 때였어요. 어머닌 시장에 장보러 가신 거 같고 누나들은 아직 오지 않아서 저 혼자 집에 들어 가게 되었어요. 가을이었는데 11월 초인가... 바람이 휘잉~ 휘잉~ 불 때였습니다. 베란다에는 다들 빨래나 이불을 널어 놓았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거 보니 바람 좀 세게 불면 떨어질 거 같더군요. 암튼 집에 들어가서 조그마한 아파트 18평이라 거실도 작았어요. 거기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재밌는 것도 안 하고 해서 그냥 채널 돌리고 있었는데 뭔가 창문에서 왔다 갔다 하는겁니다. 전 그냥 위에 널어 놓은 빨래가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그 소리 있잖아요. 뭔가 규칙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 그런데 뭔가 위층 발코니 틀에 빨랫줄이 왔다갔다 하는지 드드득.. 드드득... 소리가 나는거에요.
이상해서 발코니 창문 쪽으로 가서 보려는데 위층에 널어놓은 것에서 물이 떨어지는 거에요. 후두둑.. 후두둑... 전 살짝 위를 보고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어요.
 
다름아닌... 위층 아주머니... 위층 아주머니가 발코니 끝에 보면 ↗ 방향으로 나와 있는 금속 막대기에 감아놓은 빨랫줄을 목에 걸고 자살한거죠. 검은 색 계열의 원피스 종류의 옷을 입고... 바람에 영향을 받아 주기적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드드득... 드드득.. 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던 거에요.
 
전 바짝 엎드려서 말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그저 전화기만 찾았어요. 아니 움직일 수 없어서 누나!!! 누나!! 엄마!!! 수없이 불렀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펑펑 나오고 ..
 
그런데 갑자기 빨랫줄 소리가 바람이 심해져서 그런지 더 소리가 커지더니 뭔지는 몰라도 시신이 더 아래로 내려 오는 거에요~!( 나중에 알았는데 빨랫줄 걸어 놓은 그 막대기가 아줌마 체중에 각도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는 군요.)
 
그러다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데 제가 보조키까지 잠가서인지 문을 열려고 계속 띵똥띵똥 누르고 두드리고 정말 그것 때문에 더 무서웠어요. 아오~  생각만하면 전 창문 쪽은 쳐다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문을 열어 주었어요. 누나가 문열어달라고 소리치는 거 듣고... ㅠㅠ
누나가 들어와서 왜 문 안 열고 발광이냐고 왜 엎드려 있냐고 막 하다가 제가 창문 쪽 보지 말라고 했는데 보더니 저게 뭐냐고 그러는거에요. 이미 시신의 종아리 부분이 저희집에서 앉아서도 보일 정도로 내려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저희 누나도 소리 지르고 난리 났었죠. 그러다 저희 어머니께서 들어오시고... 저희 어머니께서 (역시 그 때도 느꼈지만 어머니라서 그런지 어른이라서 그런지 어머니는 '쯧쯧... 저 아주머니 그렇게 싸우시더니 먼저 혼자 가셨구만... 그래도 살지 죽긴 왜 죽어...'하시며 창문 바라보시고는 저희보고 우리들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면서 거실에서 119에 전화하시는 거 같더군요.
 
좀 있자 1시간 뒤에 구급차 소리 들리고 저희 집이 4층 이었고 윗집이 5층이었거든요. 5층 계단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난 뒤 어머니가 이제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그 순간 믿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더군요. 시신 수습 중 그 발코니 끝에 달린 막대기에 돌돌 감긴 빨랫줄에서 끌어 올리던중 끈만 잡아서 올리면 끈이 끊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인지 몰라도 잘 끌어 올리기 쉽지 않아서 위에서 시신을 붙잡고 나머지 한명이 막대기에 감긴 빨랫줄을 좀 풀어서 올리다가 시신 붙잡고 있는 두 사람 중 한명이 손을 놓치는 바람에 나머지 잡고 있던 한 사람도 놓치게 되어 시신이 완전 우리집 창문 정면으로 확 내려 온 거에요. 그 장면을 저희 어머니랑 저랑 누나랑 같이 봤다는... ㅠ_ㅠ
다행이 뒷모습만 보게 되서인지 뒷모습만 아직도 기억나요. 목이 30~45도로 꺽여 있고 팔에 힘이 없이 축 쳐진 체로 휘청휘청대는 그 모습... 저희는 다시 저희 엄마와 저,누나 다 건너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못하고 3시간 가량 나오지도 못했어요. 어머니가 저희를 다독이며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기어코 아버지 오시고 나서야 다시 거실로 나왔지만, 저흰 그 날로 외가 댁에 신세를 져야 했고 아파트도 진짜 싼 값에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답니다.
 
 정말 지금도 무서운 생각이 들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에 그 집이 아닌데도 그 아주머니 주황색 빨랫 줄에 목이 졸린 채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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