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5번 가위에 눌리다.
가위에 눌리는 날은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몸이 무겁고 자꾸 아래로 깔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날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가위에 눌리지 않으려면 바로 자면 안되고 조금 움직이다가 자면 가위에 안눌립니다. 이 얘기는 실제로 지난 달에 겪었던 일입니다.
새벽 2시 정도에 잠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가위와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일어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5번이나 가위에 눌린 것입니다.
첫번째 02시 12분 가위에 눌리다. 몸이 갑자기 밑으로 쑤욱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굳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사방은 캄캄하고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것은 숨을 쉬기가 힘들다. 손 끝부터 힘을 주어서 가위를 힘겹게 풀었다.
두번째 02시 18분 또 가위에 눌렸다. 역시 몸은 굳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역시 호흡이 멈춘 것처럼 숨쉬기 힘들다. 사방은 캄캄하고 조용하다. 다시 힘겹게 가위를 풀었다.
세번째 02시 22분 다시 가위가 찾아왔다.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사방은 캄캄한데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숨쉬기는 역시 힘들다. 힘겹게 가위를 풀었다. 불꺼진 방안은 컴컴했다.
네번째 02시 28분 가위에 다시 눌렸다. 그런데 이전과는 달리 밝았다.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는 더 커졌다.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위를 풀었다. 가위가 풀렸을 때 불꺼진 방안은 컴컴했다.
마지막 02시 33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가위에 눌렸다. 사방은 밝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형광등이 바로 코 앞에 있었다. 숨쉬는 것은 지난 4번 보다는 편했다. 그러나 몸이 떠있다는 것은 묘한 공포를 불러왔다. 몸을 뒤집으려고 애를 쓰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시끄러운 소리가 아래쪽으로부터 들려온다. 몸을 뒤집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여전히 몸을 뒤집을 수 없다. 호흡을 가다듬고 힘차게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가위에서 풀렸다. 방안은 불이 꺼져 여전히 컴컴했다.
잠이 확 달아났다. 냉장고에서 물도 꺼내 마시고 몸을 좀 움직여보고 바로 자면 또 가위에 눌릴 것 같아 동네 한바퀴 돌고 와서 잠을 청했다. 그러자 그날은 다시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