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을 알고 있어?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연애소설 아니야?
뭐, 연애소설인 건 맞지만 뭔가 다르달까.
뭐가 다른데?
잊혀지고 나서 다시 채워지는 아픔 아닌 아픔.
그런 추상적인 게 뭐가 다르다는건데?
비록 사라졌어도 아직 남아있고 그런 잔해들이 다른 나를 채워준다는 거.
다른 나를 채워준다고?
응.
2)
비가 그치면 여기서 끝날 이야기도
아직 비가 내리기에 계속 되는 걸까.
네가 비록 잊었더라도 아직 난 이렇게
네 옆을 서성이고 있어.
내가 계속 네 옆에 있어도
넌 날 모를지 몰라도 말이야.
3)
"사랑을 잃은 아픔은 그 어떤 진리도 성실함도 진실함도 치료할 수가 없다. 다만,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무언가도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아픔을 달래줄 순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中
4)
오랜만에 햇볕이 쏟아진다.
질컥거리던 길거리는 마르고 먼지가 날린다.
막연하게 걷기만 하던 너의 뒷모습을 적시던
비도 마르고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비록, 막연하더라도 이게 내가 사는 이유일 테니까.
5)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 건가요?"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가 내게 말을 건넸다.
"네..."
나는 그쪽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살짝 내밀며 말했다.
"제가 차를 가지고 있는데,집까지 데려다드릴까요?"
남자의 미소가 살짝 얼굴에 번졌다.
"아뇨, 곧 있으면 버스가 올 거예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시 빗줄기를 뚫고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희미하게 눈가에 아른거리는 잔상이
차도에 눈길을 머물게 했다.
-이어집니다.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