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면 더 기묘해지는 이야기

1)

비가 마구 퍼붓던 밤이었다. 한 여자가 우산을 쓰고 아무도 없는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커피를 마시며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그녀의 옆모습을 보고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내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비가 오는데 집에 안 들어가시고 여기서 뭐 하세요?"

끄덕.

"술 마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제가 집에 데려다 드릴까요?"

끄덕.

"집이 어디시죠?"

끄덕.

"집이... 어디세요?"

끄덕.

"말을 하셔야..."

끄덕.

"알겠습니다. 전 이만..."

끄덕.

아주 기분 나쁜 여자구만,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약간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담배 한 개비를 태우며 그 여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뭔가 낯설지가 않단 말이야."

2)

벚꽃이 다 저물고 마침내 봄이 죽었다.

봄이 죽어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던 K를 생각했다.

긴 머리에 담배를 달고 살던 K가 죽은 지 오늘이 3년 째 되는 날이다.

"바보 같은 놈."

K는뭐라고 중얼거리다강물에 빠져 죽었다.

경찰은 당연히 자살로 처리했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달력을 보니 4월 13일. 다시 봄이 찾아왔다.

봄이 오면 나는 항상 K의 무덤에 찾아간다.

무덤에 갔다 오면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몸이 항상 피곤해졌다.

봄이 다시 왔으니 내일 K의 무덤에 찾아가봐야겠다.

3)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떠나갈 수도 없는 곳.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도 날 죽이면서 사는 곳.

죽이면 죽일 수록 내가 더욱 가까워지는 곳.

그런 곳이 없을까.

없을 거라며 너는 날 떠나갔지만

지금 난 그곳으로 떠날 거야.

작은 종이와 줄로 갈 수 있는 그곳을 난 왜 여태까지 몰랐을까.

4)

희망이 없다며 몸을 던진 내 아들.

아들의 방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가득하다.

가끔 방에서 비릿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아들의 냄새가 아닐까.

5)

밤눈을 맞으며 걷는 새벽 거리에는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멀리서 허름한 옷을 입고 그가 나타난다.

낙엽을 잔뜩 주머니에 채우고

내가 다가와 이것을 판다고 속삭인다.

비가 내릴 때 젖은 낙엽도 있다고 속삭인다.

나는 그에게서 낙엽 세 장을 샀다.

한 장을 나에게

한 장을 너에게

한 장을 당신에게

가을이 깊어질 수록 낙엽을 파는 그의

주머니가 점점 커진다.

오늘밤 나도 낙엽을 팔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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