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살해범, 카메라 비추자 갑자기 오열하더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빼빼로데이에 이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 모 씨(오른쪽)가 19일 현장 검증을 위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택가에 들어서고 있다.
박 씨는 시종 차분한 모습으로 범행을 재연해 지켜보는 이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12일 이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박 모(29·회사원) 씨는 운전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언뜻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듯싶었다.
“자살하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친구가 쓰러져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잠시 뒤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이 차량에서 끌어 내리자 그의 표정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냉혈한으로 돌아가 있었다.
19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에서 박 씨는 시종일관 차분했다.
또렷한 목소리로 범행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빼빼로데이에 헤어지자고 통보한 여자친구 이 모(24·공기업 인턴) 씨를 흉기로 28차례나 찔러 살해한 죄인의 불안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1시 10분쯤 상도동 한 주택가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차량 안에서 여자친구를 설득하다 실패하자 운전석 아래 숨겨둔 22㎝ 길이의 흉기를 꺼내 찌르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했다.
경찰이 여자친구 대역인 마네킹의 자세를 잘못 잡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교정해주는 여유도 부렸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자살하려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칼을 미리 준비했다는 점에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씨는 고양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검은색 가방에 시체를 집어넣는 과정도 재연했다.
조수석의 시신을 손으로 굴려 가방에 집어넣은 후 이를 질질 끌고 아파트 지하 창고에 숨기는 과정을 연출하는 동안에도 낯빛은 변함없었다.
한 경찰관이 ‘무거운 가방을 끌고 어떻게 창고 계단을 올라갔느냐’고 묻자 박 씨는 “세게 잡아당기면 된다”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방송카메라가 자신을 향하면 갑자기 오열하며 고개를 숙이는 등 여론을 의식한 듯한 행위를 되풀이했다.
그는 범행 직후 가락국수를 먹고 검거 당일에는 회사 출장도 다녀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2일 박 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