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역설들을 피하기 위한 이론들을 이미 제시했다는 걸 미리 알립니다.
먼저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쉽습니다.
당장 밖에 나가서 전속력으로 뛰고 오면 멈춰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약간 더 시간이 느리게 간 셈이며,
이 효과는 실제로 입증되었습니다. (고속으로 가속한 입자의 반감기가 정지한 입자의 반감기보다 긴 현상)
하지만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어떨까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귀류법적으로 반례를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글의 제목인 "시간여행의 역설들" 이죠.
1. 할아버지 역설
가장 유명한 역설입니다. "내가 과거로 가서 내 조상을 죽였다면, 나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는 역설이죠.
영화 "터미네이터"를 포함해서 시간여행이 등장하는 영화에선 꼭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간혹 "백 투더 퓨쳐"에서처럼 "과거의 사건을 바꿔버리면 난 어떻게 되는가?"로 변형되어 나오기도 하는 역설입니다.
어느 쪽이던 간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누군가가 과거로 가서 과거의 사건을 바꿀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야 한다'
라는 모순이 생기므로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죠.
2. 정보 역설
사실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시간 역설은 하나 더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세계관에서, 미래에 로봇들을 지배하는 슈퍼컴퓨터 '스카이넷'이 어떻게 만들어졌냐 하면,
스카이넷 자신의 칩 일부를 떼어다가 과거로 돌려보내서 과학자들이 그 칩을 연구, 개발한 시스템이 바로 '스카이넷'입니다.
다시 말해서, '스카이넷'이라는 정보의 오리지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카이넷은 영화상의 현재와 미래 사이에 있는 닫힌 시간의 고리 안에서 그저 돌기만 할 뿐입니다.
'변태왕자와 웃지 않는 고양이'의 주인공인 요코데라 요우토의 말을 들어보면 "오스카 와일드"가 유난히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이 어째서 오스카 와일드를 알고 있느냐면,
소설 5권에서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과거로 가게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오스카 와일드'를 알려줬기에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오스카 와일드를 알게 된 시초가 없는 겁니다.
3. 유전자 역설
이 역설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조건 하에 쓰여진 한 소설을 기반으로 합니다.
소설의 여주인공은 어느 날 냉동캡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냉동캡슐 안에는 잘 생긴 남자가 잠들어 있었고, 그를 깨운 여주인공은 그 남자와 결혼한 후 아들을 낳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시간여행이 대해 연구하게 되고, 결국 타임머신을 만듭니다.
시간여행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기에 타임머신엔 아버지와 아들 2명이 타게 됩니다.
하지만 장치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타임머신은 빙하기 때로 잘못 전송되었고, 아버지와 아들은 극심한 고난을 겪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아들을 살리고, 아들은 냉동캡슐을 개발, 그 안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냉동캡슐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여주인공에게 발견이 됩니다. (소설의 시초로 귀환)
즉, 여주인공의 남편은 그녀의 아들이며, 그녀의 아들은 곧 그의 아버지입니다.
다행히(?) 이 역설은 금방 부정되었는데요, 이유인즉 한 루프가 지날 때마다 유전자 배열이 물타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남자 측의 유전자가 더 많이 섞이게 됨)
4. 유전자 역설 (그 두번째)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은 3번의 역설이 부정되자 곧 다른 예시를 들었습니다.
이 역설은 원본 소설 "너희 좀비들 모두All you zombies"에서 등장합니다.
자세한 상황은 워낙에 복잡하니 생략하도록 하고,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소설 속의 주인공(여자)과 관련된 모든 인물은 각기 다른 시점에서 시간여행을 한 주인공 자신입니다.
(소설 초반에 주인공과 결혼한 남자는 소설 맨 끝에서 모든 일을 끝마친 주인공이 성전환한 인물)
이 경우엔 주인공의 유전자가 본인 자체이므로 물타기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 있었죠.
물론 지금의 시점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성전환을 한다고 해서 난자가 정자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난자와 정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수분열은 유전자를 무작위로 나누는 것이기에
설령 자신의 생식세포 둘을 결합시켜 배양한다고 해도 절대 자신과 같은 사람이 나올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