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항상 그렇듯 귀에 익숙한 BGM이 흘러나오고 짧은 인트로에는 변조된 목소리의 육성증언이 흘러나온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방영을 알리는 짤막한 예고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네의 어두운 단상을 들춰내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어김없이 시작된다.
제목은 포항괴담... 포항은 2008년이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대통령의고향이라는 한다어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포항에서는 최근까지 흉흉한 괴담이 돌고 있었다. 무려 9차례로 이어지는 유흥업소 여성들의 자살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흥업소라는 상징성과 여성 그리고 포항이라는 3가지가 만나니 들리는 소리에서 구린내가 진동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보는내내 설마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고 더이상 제발 문제가 아니기를 바란 마음은 어쩌면 이 정권 들어 너무도 많은 사건사고로 놀라고 지친 나에 대한 하나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방송은 이런 나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처참히 짓밟았다.
1. 사건의 시작
세계에서 자살률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는 대한민국... 그런데 이런 수치가 무색하게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유흥업소 종사자들 60명 중 한명꼴로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방송의 이야기... 그리고 화면에서 보는 것과 같이 빨간점으로 이어진 오밀조밀한 거리에서 일어나는 유흥업소 관련 여성들의 잇다른 자살... 얼핏들어도 보통일이 아닌... 그리고 지난 6월 또다른 변사자가 발생헀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포항괴담의 시작이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흔히 알려지듯이 화려한 생활 이면에는 엄청난 고리와 사채이자 부담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서 매일매일 죽음의 그림자를 감당하고 있다. 그녀들은 그녀들끼리 연대보증이라는 이름으로 그 엄청난 폭탄을 짊어지고 몸이 쇠할때 까지 몸을 팔아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빚을 갚지 못하면 연대보증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이가 또 다른이의 빚까지 안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문제는 아무리 해도 해도 늘어나는 빚으로 절망감을 맛본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자살이고 이를 방조하는 업주와 그무리... 그리고 썩은내 진동하는 포항시와 경찰들이 있었다.
2. 서서히 드러나는 검은 실체
당연히 여성들의 죽음에는 빚과 감당할 수 없는 채무... 또한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업주의 폭언과 협박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해가 갈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고향인 포항에서 얼굴도 들 수 없을지 모른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 또한 더욱 이들을 절망의 수렁으로 빠뜨린 것은 약자의 편에서 국민의 편에서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뛰어야 할 국가의 철저한 외면과 진실 감추기, 오히려 업주와 유흥업소측의 편에 선 경찰에 있었다. 죽은 여성의 일기와 장부에는 수없이 많은 접대의 흔적이 있었고 거기에는 명확히 기록된 경찰의 흔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사건과 관련해 그 누구도 관련조사를 받은 적 없이 우울증, 빚문제, 개인적인 고통으로 자살한 사건으로 내사종결되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엄청난 검은 그림자 뒤에는 포항에서 영포회 다음으로 막강하다는 유흥업소 업주들의 모임인 한마음회가 있었다. 방송 인터뷰를 빌자면 한마음회는 자기들이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한마디로 대장이라고 한다.
3. 그리곤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여성들은 자살로 삶의 무게를 지웠고... 남아있는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체 그렇게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런 사건은 금방 지워진다. 경제논리에 묻혀서... 장난스러운 인터뷰 우리 포항경기 다 죽는다. 죽은사람은 죽었고 산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안되냐는.... 한두명 죽은 것은 불쌍하고 안타까웠지만..이렇게 언론에 보도되고 포항시 다 죽게 생겼다는 말들... 그렇게 9명이나 죽어나간 포항에서는 그 어떤 가해자도 없는 이상한 살인사건이 괴담처럼 번지고 있었고 시계를 돌려버린 것 처럼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당장 자신들의 밥벌이만 신경쓰고 있는 지경이다. 그리고 이건 우리 대한민국 전체의 축소판을 본 듯 해서 마음이 무겁다.
더이상 숨길 수 도 감출 수 도 없는 진실... 접대와 유흥은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부분이었고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 담보되어 왔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어쩌면 이땅에 태어나서 밥을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 누구나라면 역시 가해자가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문제는 영영 해결할 수 없는것인가 씁쓸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늉이 한달은 갈까? 이내 다른 이슈가 생기면 금방 묻혀버릴 포항괴담... 이 괴담이 제2 제3의 괴담으로 나올 것 같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