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삿짐이 많지 않아, 가구를 제외한 자잘한 짐들은 아침부터 직접 옮기고 있었다.
새로 이사한 집은 5층.
짐을 내리고 엘리베이터에 다시 탔다.
1층을 눌렀는데,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린다.
닫힘 버튼을 눌렀지만 닫혔다가 또 다시 열린다.
센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자리를 옮겼다.
1층 버튼과 닫힘 버튼을 여러 번 눌렀지만 여전히 닫히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 왔다.
1층에서 짐을 드니, 역시 계단으로 가는 건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혹시나 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니 바로 1층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에 타니 순조롭게 5층까지 도착했다.
아깐 운이 나빴다 보다.
짐을 방에 두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러자 또 닫히지 않는다.
몇 번 눌러도, 닫히지 않는다.
포기하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상복을 입은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려갔다.
뭔가 요령이 있는 건가.
부부가 내려간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을 눌렀다.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달라진 것도 없고,
특별한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다.
여러 번 왔다갔다 했는데 엘리베이터는 완전히 문제없이 움직였다.
짐을 다 옮기고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이 아파트는 관리 사무소 옆에 회관이 있는데, 아파트 주민들의 경조사를 진행하는 것 같다.
회관을 지나치는 장례식을 열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방금 전 부부가 소년의 영정을 안고 있었다.
아무래도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건 소년이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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