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전주에 사는서른 하나 초보신랑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집을 구할 적에는 좀 더 꼼꼼히 보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지쳤고 또 많이 혼란스럽네요.
저희 부부는 지난 11월, 집을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혼인신고만 올렸고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만큼. 꿋꿋히 열심히 보란듯이 남들에게 지지않게 잘 살자 하여.. 3년전 동거를 시작하여 작년 혼인신고를 올리고,
저도 취업에 성공하고, 조금 모아서 드디어 아파트로 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8층, 남향, 15평, 주변에 버스정류장도 있고, 대형마트도 걸어서 10분 이내입니다. 전형적인 아파트촌입니다. 공원도 가까웠고요.
거실, 작은 방, 화장실, 작은 부엌, 베란다까지. 원룸에 비해 둘이 생활하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보증금이 살짝 낮았다는 점입니다.
뭐 그렇게 크게 낮았던 것도 아닙니다. 이 근처 아파트에 비하면 아~ 이정도 가격도 나올 수는 있겠구나 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집주인이, 바로 전에 살던 사람이라는 게 가장 끌렸습니다.
집 주인이 바로 전에 살았으니 문제점이나, 뭐 수리할 것이 있다면 얘기도 잘 통할거라 생각해서였죠.
아무튼, 바쁘게 이사를 준비하여, 드디어 아파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아내도 만족하고 저도 만족했습니다. 별 일 없이 시간이 지나갔죠.
처음 1주일간은 전 주인이 쓰던 흔적들을 지우고, 문풍지를 다시 붙이거나, 창고 청소를 하거나 하는 등 바쁘게 보냈습니다.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 정신이 없었죠.
그리고 3주정도가 지나 아내의 친구들을 집들이 겸 초대했습니다. (저는 친구가 많지 않고, 친한 친구들은 다 담배를 피워서
집 안에는 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담배냄새를 싫어해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아내의 친구들을 거실에서 재웠습니다. 이불과 베게를 주며 '이야기 하다 자'라고 아내는 말하고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평소때처럼 아내와 저는 잠이 들었죠.
사단은 새벽이 지나고나서 벌어졌습니다.
세시에서 네시쯤 사이로 기억합니다. 친구들 넷이 아내를 부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야, ~~야,'
아내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얼른 나가보았더니 글쎄 친구들 표정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집에 가봐야 하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해대더군요.
대체 무슨일이람? 저도 일단 거실로 나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친구들은 그 날 밤, 친구 넷 중 셋은 비슷한 류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꿈이냐 하면..
친구1께서는, 베란다를 통해서 밖을 보고 있었는데 무언가 떨어지는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웅성웅성대길래.. 밑을 보았더니
글쎄 사람이 떨어졌다는 꿈입니다.
친구2께서는, 자꾸 문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급박하게 두드려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아무도 없었다는 꿈입니다.
친구3께서는, 다들 자고 있는데 자신만 잠에서 깨서 물을 마시는 꿈이었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누으려 할 때, 무언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저서 베란다를 보니 글쎄, 베란다 난간을 손으로 잡고 매달려 있었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친구 4께서는, 아주 잘 잤다고 합니다.
확실히 꿈 내용이 미신을 잘 믿지 않는 제가 들어도 재수가 없어보였습니다. 친구들은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집에 가봐야 하는 게 아니냐 라고
서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일단 아내의 친구분들에게, 자리가 불편하니 꿈을 잘 못 꾼 것 같다고. 그래도 이제 새벽 4시이고 하니까, 정 불편하면
간단하게 아침이라도 먹고, 이미 잠은 다 깬 것 같으니까요. 하나하나 바래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뭐, 쉽게 갈 수 있겠습니까. 일어나서 이야기 좀 하다가, 아침밥좀 먹다가, 다시 이야기좀 하니 7시가 넘더군요.
그리고 해가 뜨고 나서, 아내의 친구분들을 다 다려다 주고서야 집들이는 끝이 났습니다.
이야기가 여기서만 끝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아내는 저에게 '이 집 뭐가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무서운 것을 참 싫어하기 때문에요.
혹시라도 그런 이야기는 피하고 보는 성격이거든요.
저는 아내에게 '뭐가 있긴 뭐가 있겠어?'라고 하고는, '그럼 내가 거실에서 한번 자 볼께.'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저는 친구 1과 3이 꾼 내용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지요. 말해봐야 긁어 부스럼일 테니까.
'별 꿈 꾸지도 않았다. 잘만 잤네' 하면서도 속으로 내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주말 청소를 하던 도중 베란다 맨 밑쪽 난간에서 한 장,
창고 보일러실의 보일러실 뒷면에서 한 장,
부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내한테 바로 들켰고요.
아내와 저는 재수없어 하면서 부적을 떼었고, 혹시나 하여 십자가로 된 목걸이를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아내와 저는 작은 방에서 잘때에도 그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단편 단편 짧게 짧게 그런 식의 꿈을 꾸게 되는 것이지요. 대체로 아내와 제가 꾼 꿈의 내용은,
어두운 밤, 베란다, 혹은 거실에 혼자 있다. 밖에는 아파트 불빛이 보여서 으스스한 느낌은 아니다.
다만, 얼마 안가 무언가 위에서 떨어지거나, 혹은 밑에서 사람들이 웅성대거나, 혹은 문 밖을 누가 자꾸 두드린다는 것이지요.
매일 매일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싫어지더군요. 아내 역시도 집에 정을 붙이기가 힘들어하는 것 같기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집주인에게 부적을 발견했다고 하고 떼어 버렸다고만 말했습니다. 꿈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요.
그러자 집주인은 그 부적 떼어 버리고 나서는 아무일도 없었냐 묻는게 아니겠습니까?
별다른 일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근데 이게 뭐 무슨 부적이냐? 고 묻자 집주인이 쉽게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이 너무 나빠진 저는, 집 계약 할 때 이런 사항에 대해서 말하지 않지 않았느냐. 지금 통화 다 녹음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에 가서 얘기해봐야겠다며 으름장을 냈습니다. (물론 이게 정말로 증거가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듣고싶어서
몰아붙인 으름장이니까요.)
집주인은 다음 날 우리집에 오겠다고 하더군요.
집주인이 이것저것 빵과 비싸보이는 쿠키를 사왔습니다. 그리고서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사실은, 이 집주인(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이 집의 집주인이, 저 오기 바로 전에 살던 사람입니다.)이 여길 살기 전에 살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자살같은 건 아니고, 사고사라고 합니다. 티비가 잘 나오지 않아서, 베란다에 달린 안테나(스카이라이프같은 건가 봅니다)를 좀 손보다가 어떻게 됐는지,
무게중심을 못잡고 베란다 밖으로 넘어가서 그만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 후로 집이 비었고, 이 집주인이 들어가서 살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죽는 꿈을 계속 꾸었다고 했습니다.
기분이 좋진 않고, 이런걸 어디에 말할 수도 없어서 무당을 찾게 되었는데..
무당이 부적을 붙여놓고 2년만 살면 된다. 2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저희 부부가 와서 살게 된 것이었고요.
너무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안다면 애초에 집을 계약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집주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이 부적을 붙이고, 굿이든 뭐든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놀란 저와 제 아내는 마음이 내키질 않더군요.
결국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꼭 집 알아보실 때 베란다나 보일러 창고를 잘 보세요. 부적이 붙어있을 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