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마철, 와병생활을 이어가던 노파가 홀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부전.
의심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골 마을이라 경찰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범죄는 아닐 것이라고 빠르게 판단하고 검시 없이 장례식을 허가해줬단다.
장례식 당일, 8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했고, 식은 무사히 치뤄졌다.
스님이 경을 읊고, 상주부터 분향을 하게 되었다.
친족들과 지인들이 쭉 늘어서, 고인을 그리워하며 향을 올렸다.
그러던 도중, 어느 친족이 분향줄에 섰다.
고인의 조카뻘 되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 순간, 단상의 초가 전부 격렬히 타올라 불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풍인가 싶어 창문을 바라봤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들 웅성거리는 사이, 조카뻘 되는 남자가 영정 앞에 서서 향을 들고 이마까지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모든 초가 훅 꺼져버렸다.
모두 당황해서 단상을 바라봤다.
스님은 신경쓰지 않고 경을 계속 읊고 있었다.
그러자 왼쪽에 걸려있던 무거운 놋쇠 촛대가 꺼진 초를 꽂은 채 힘차게 날아가더란다.
마치 누군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것처럼, 낮게 깔린 채.
순식간에 장례식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조카뻘 되는 남자는 뭐라 말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우물댔고, 다른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하지만 스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한층 더 큰소리로
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독경을 이어갔다.
조카뻘 되는 남자는 스님의 독경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허둥지둥
분향만 마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눈앞에서 일어난 괴현상에, 장례식장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단다.
상주인 장남은 스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요?] 라고 물었다.
하지만 스님은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뭐, 한달 정도 지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곧 조카뻘 되는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파의 통장과 인감, 집문서를 마음대로 유용하던게 들키는 바람에 살인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장례식이 있고 한달 가량 지난 뒤 일이었다.
그 스님은 그제껏 인사치레에 서툴러 시주하는 이들에게 영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평가가 확 높아져 지금은 노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큰 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