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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노부부


3년 전 여름,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


기후에 있는 어느 산길을 넘어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다행히 휴게소인지 주차장인지 비스무리한 곳이 눈에 들어와, 잠시 비도 피할겸 들어섰다.
거기에는 주차장, 화장실과 더불어 휴게실 같이 생긴 오두막이 있어, 안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있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사이 빗줄기는 잔뜩 거세지고 번개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언제 비가 그칠지도 모르겠기에, 나는 우비를 꺼내쓰고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우비를 꺼내려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리고, 뒤적거리며 우비를 꺼냈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벤치에 노부부가 앉아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언제 온거지?
조금 당황했지만, 내게는 그보다 폭풍우가 언제 그칠지가 더 큰 문제였다.
우비를 꺼내입고 5분 정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동안 노부부는 쭉 말이 없었다.

같은 공간에서 아무 말 없이 있기도 불편해, 나는 인사를 겸해 [갑자기 비가 내리네요.] 라고 말을 걸었다.
노부부는 내 말을 듣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계속 오고 있는데.]
방금 전부터 갑자기 내린 비인데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나는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거라 빨리 비가 그쳐야 집에 돌아갈텐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2초 정도 있다 이렇게 말했다.
[그러네. 불쌍하게도 돌아가지 못하겠네.]
나는 당황해 노부부가 앉아 있던 벤치를 보았다.


아무도 없다.
근처를 둘러봐도 노부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거기를 떠나려던 순간, 먼 곳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자 30대쯤 되어 보이는 형님이 내 어깨를 흔들며 [괜찮으쇼? 괜찮은거야?] 라고 묻고 있었다.
그 형님 말로는 화장실을 갔다 나왔더니 내가 휴게소 울타리를 넘어 벼랑으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달려가 겨우 뜯어 말렸다는 것이다.
시계를 보니 정신을 잃었던 건 고작 2분 정도였다.
그토록 쏟아지던 비도 말끔히 그친 후였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 형님 말로는 애시당초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비를 입고 있었다.

도로에는 비가 내린 흔적이 전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우비만은 흠뻑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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