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2시부터 수업 아닌가?
작은 수학학원은 1년에 4번 시간표가 바뀐다. 방학 시작할 때 그리고 학기가 시작할 때, 출근요일도 바뀌고 출근시간도 바뀌고... 이 시기에 정신 안차리면 사고난다. 내가 늦기라도 하는 날엔 생각없는 15명이 멍때리고 있는다. 내가 오기전까진 책도 안꺼낸다. 이놈들은 도저히 스스로 공부를 할 줄 모른다. 그래 여긴 작은 학원이니까 공부할 줄 아는 놈이면 여기 안오겠지. 근데 공부도 안할거면서 지난번에 내가 좀 늦었다고 지랄한건 왜 그러는거냐? 못된놈들
오늘은 분명 2시에 첫 수업이었다. 나는 게으르니까 2시에 딱 맞춰 출근할거다. 아침에 일어나 전날에 먹다 남은 부대찌개를 대충 입에 밀어넣는다. 시계를 보니 11시30분이다.
"음... 일찍 일어났군"
그래 11시 30분이면 일찍 일어난거지. 밥상을 치우고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30분만 더 잘까? 아 찝찝하다. 이러다 깊게 잠들어서 출근못하면 어떡하지? 출근 늦으면 욕처먹을건데.
수학도 못하는 놈.
수업도 못하는 놈.
이젠 출근도 못하는 놈.
못생긴 놈.
욕처먹을건데.
그러면 안되는데...
.
.
.
"아 ㅅㅂ 꿈"
아 조졌다. 완전 잠들어버렸다. 침대가 들썩인다. 왜냐면 내가 휴대폰 찾으려고 온갖 오두방정 떨고 있으니까. 휴대폰 시계를 보니 1시다. 아 다행이다. 지금 준비해서 출발하면 딱 2시에 도착이다.
"훗, 오늘도 역시 시작이 좋네"
그래도 늑장부리다 진짜 늦을지 모른다. 준비를 마치고 자가용을 타고 출근길에 오른다. 한 5분쯤 갔을까? 센터페시아에 달린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응??? 12시 30분?
내 자가용이 타임머신?
빽투더쀼처?
아 학원이 아니라 병원을 가야하나? 이건 어느과 진료를 봐야하나?
"안과인가?"
아무래도 내가 아까 집에서 시간을 잘못 본 것 같다. 휴대폰으로 확인해보니 12시30분이 맞다. 내가 아까 놀란 마음에 12시를 1시로 잘못본거다.
참고로 나는 수학선생이다.
그럼 지금 가면 1시간 일찍 출근하는건데... 다시 집에가서 10분만 더 자고 갈까? 아 오버하지말자. 1시간 일찍 출근해서 공부나 하자.
수학도 못하는 놈.
수업도 못하는 놈.
일찍 와서 공부라도 하는 놈.
못생긴 놈.
이정도면 딱 좋다.
어느덧 1시에 학원에 도착해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근데 강의실에 앞서 수업이 아직 안 끝났나보다. 애들이 한가득 앉아있다. 아 실수. 바로 뒤돌아 나오려는데 다른 선생님이 강의실에 없다.
어?
어??
어???
내 수업 듣는 학생들이다.
"야 니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저희 1시 수업인데요?"
"누구 수업인데?"
"선생님요"
학생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
.
.
"자 수업하자. 어디까지 했나? 책 펴라"
아 오늘 2시가 아니라 1시 수업